오늘 점심은 모처럼 만에 시간을 내어
부모님과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가 대장에 생긴 용정들을 15개나 떼어내시고 나선
아무리 화려한 식사를 사드리려고 해도 할수가 없습니다.
많이 드시지도 못하고요. 간단하게 아버지가
좋아하는 초밥과 회덮밥을 먹었습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건 아니고요.
아래 사진은 엄마가 찍었습니다. 엄마가 인터넷을 배우신지 이제
7개월 정도 됩니다. 그 동안 워드 배우셔서 손녀에게 메일도 보내시고
(사실상 러시아에서 다음메일로 엄마가 보낸 메일 받고 울 번 했습니다)
최근 엄마는 블로그를 개통했습니다. 구청에서 여는 컴퓨터
교실을 오래 다니셨는데 최근엔 인터넷 과정을 마치고, 포토샵을 배우신다고 하네요.
사진을 찍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 하십니다.
문제는 제가 가르쳐 드릴만한 지식이 없다보니 그저 디카의 간편한
기능들 조금씩 알려드리는 게 전부지요. 이 사진은 흔히 말하는
요리사진 모드에 놓고 그냥 누른 것입니다.
이제 이 카메라는 엄마에게 갑니다.
저는 이번 블로거 컨퍼런스에서 2등 경품에 당첨되어
멋진 DSLR 카메라가 생겼거든요. (축하해 주세요)
오늘 퇴근길에 신문을 보니 한국사회의 노년층에 이 블로그 문화가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지요. 이른바 실버 서핑이 하나의 대세가 되는 세상.
필순을 뛰어넘은 부모님이 인터넷이란 매체를 배우게 된 것은, 지금 와서 보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신문을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의 노인들이
심각한 노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특히 60대 이상의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내용을 접하고선 놀라고 맙니다.
노년의 인터넷 사용자 증가가 노인들의 우울층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노년이란 외로운 환경을 새롭게 구성할수 있는 가능화 기술임이 증명된 지금
가장 가까이 있는 분의 삶이 바뀐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엄마는 골다공증이 심하십니다. 클리닉에 1달에 한번씩 가서 약을
타는데, 최근 그 예약을 인터넷으로 하는 걸보고 놀랐습니다.
예전엔 전화로 항상 하셨거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며칠 전 새로 김치가 왔길래, 어디서 사셨어요?
여쭈어 보니 인터넷에서 구매하셨답니다. 댓글보고
평도 다 읽어보고 나신 후에 가격도 따져보고 사셨다니 놀랄 일입니다.
외국을 많이 다닙니다만, 항상 보는 건 노년층의
소외는 가장 큰 사회문제입니다. 복지가 뛰어나다는 스웨덴 조차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평생학습이니, 노인 복지니 하는 논리를 떠나
인터넷의 바다에 빠진 엄마의 모습은 일견 고무적입니다.
아빠도 덩달아 블로그를 만들고 두분이 같이 메일도 보내고 그러시더군요.
상황이 이러니 오히려 부러운 것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일어를 원체 잘 하시다 보니
아마존 일본을 알려드리자 마자 열심히 책을 찾아서 사시더군요.
예전엔 제게 제목을 일어로 적어주시면 제가 교보에 가서 신청하는 게 다였거든요.
노년에도 동일한 욕망이 있고, 삶의 충전이 있음을
우리는 은연중에 무시하거나, 애써 간과하려는 면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런 못된(?) 젊은 세대 중 한명이었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정작 가장
최측근에 있는 소중한 분의 삶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점에......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위의 그림은 평생 세탁소를 해오신 류해윤 할아버지가
그림 고향의 풍경입니다. 정식으로 미술을 배우신 적이 없는 분입니다.
이분의 그림 속에 담긴 붓터치와 색감은 정직하고 맑습니다. 흡연에 찌들지 않은
깨끗한 폐에서 우러나온 그림이란 평이 정말 그대로인듯 하지요.
화가와 조각가들이 미술대학에서 배우지 않아도 될 거짓을
배웠다면, 이 노년의 아마추어 작가는 그저 자신의 70년 평생을
표현하고자 마음먹은 대로 진솔하게 그려갑니다. 대상과 인간을 향해 다가서는
그 진실성이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지요.
엄마와 아빠의 사진찍기와 포토샵 수업도
이 그림 같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그림을 보여드리면서
열심히 하시라고 했거든요. "늙은이가 배워서 하면 얼마나 하겠나" 엄마가 말하시길래
사진도, 그 뜻을 따져 물어가보면 Photo(빛)+Graphy(그림)이라고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씀드렸죠. 앞으로 열심히 그림 그리시라
격려해 드렸습니다. 이제 같은 블로거로서 열심히 세상을 읽고 찍으며 나누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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