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남자들은 왜 여자의 긴 생머리를 좋아할까?

패션 큐레이터 2008. 2. 23. 05:33

 

조장은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긴 머리> 한지에 먹과 분채, 2007년

 

오늘은 여행기 대신 <패션 속 미술>의 폴더를 하나 추가해 볼까 합니다.

2007년 가을이었지 싶네요. 조장은의 <섹시한 그림일기> 시리즈를 보다가 저를 사로잡은 한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긴 머리>란 작품을 보면서

막 웃었습니다. 긴 생머리는 왜 남자들의 로망이 되어야 할까? 여기엔 과연 어떤 문화적인

근거와 이유 혹은 역사가 존재할까 하는 것이었지요.

 

Image:Anthonis van Dyck 052.jpg

 

얀반 아이크 <삼손과 데릴라> 캔버스에 유채, 빈 미술사 박물관

 

우선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얀반 아이크가 그린 <삼손과 데릴라> 작품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성경에선 여인에게 긴 머리칼을 가지는 것이 영광이라고 표현합니다.

성경에서는 초기 남성들도 긴 머리칼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요. 사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나 아폴로도 머리칼이 깁니다. 긴 머리는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들에게 있어 긴 머리는 귀족의 신분, 신의 신분을 표현하는 일종의 상징이었고

삼손에게는 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징표였고,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Image:Francesco Morone 001.jpg

 

프란체스코 몰로네 <삼손과 데릴라> 캔버스에 유채, 76*121cm, 폴디 페졸리 미술관, 네덜란드

 

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데릴라의 꼬임에 넘어가

머리를 자르고 난후 힘을 거세당하게 되지요. 그만큼 영웅들의 이야기, 혹은 신화 속 존재들에게

긴 머리는 그들의 힘과 영광, 자연적인 힘이 우러나오는 원천이었던 셈입니다.

더구나 머리를 짧게 하는 것은 이교도의 전통이라고 가르쳤던 사도바울은 특히

여성들에게 머리칼을 기를 것을 권면하기도 하지요.

 

 

얀반 아이크 <여인의 초상>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그렇다면 여인들에겐 언제부터 긴 머리가 일종의 규범처럼 자리잡게 된 것일까요?

중세 때만 해도, 머리털을 제거하고 이마를 넓게 하여 베일을 썼습니다.

당시 머리칼의 길이는 종교적 의미를 갖는 것이었지요.

신에 대한 전적인 복종과 헌신, 모든 것을 내어놓는다는 뜻을 함의하는 일종의 상징이었습니다.

 

 

브론치노 <메디치의 여인> 캔버스에 유채, 우피찌 미술관

 

르네상스에 오면서는 약간씩 다른 양상을 띠긴 합니다.

머리칼의 길이가 나이에 따라 조금씩 규정되고 달라지는 것이죠.

기혼 여성들은 그림 처럼 짧게 미혼 여성들은 길게 기르는 일종의 관행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사회적인 구별의 방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죠.

 

이때도 기혼여성들이 머리를 짧게 잘랐던 것은 아니고요.

흔히 말하는 뒤로 깨끗하게 빗어 넘겨 백분을 바르거나, 꽃장식을 달아 화려함을 나타냈답니다.

 

Image:François Boucher 019.jpg

 

프랑수와 부셰 <마담 퐁파두르>

 

마담 퐁파두르가 대변하는 로코코 시대에 가도 여인들의 머리는

여전히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겨 폼폰(꽃장식)을 하고 하얀분을 머리에 발라

세월이 주는 지혜를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소피 앤더슨 <머리를 손질하는 소녀> 캔버스에 유채, 1890

 

빅토리아 시대로 가면 본격적으로 여인들의 긴 머리가 그림 속에 등장합니다.

이때  라파엘 전파의 그림 속 여인들도 긴 머리칼의 모델로서 나타나는데요. 이때는

긴 머리를 갖는 다는 의미가 이중으로 갈리게 됩니다. 빅토리아 시대는 전무후무한 산업상의 발전이

이루어진 시대고, 당시 여성들에게 긴 머리결을 갖는 다는 건 오랜 시간과 돈이 드는

관리비용이 있는 계층임을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동시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패션 직물 염색 산업과 레이스 산업으로 인해 화려한 의상들이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지면서

이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방편으로 변화하게 되지요.

 

 

에드가 드가 <머리 빗는 여인> 1887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인상주의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 속엔 특히 머리를 감거나

머리를 손질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고도의 여성성과 여성의 성욕을 표현하는 매개로 머리칼이 사용되는 것이죠.

 

 

1970년대 래게 열풍이 불면서 아프로란 형태의 헤어스타일이

유행합니다. 아프리카인들의 자연스런 머리형태가 일종의 반전문화, 대항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죠. 머리칼의 길이는 각 시대의 문화적 상황에 따라

항상 그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의 영향과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양성적인 모드와 의상, 헤어 스타일들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기혼여성들에게 처녀시절처럼 긴 머리를 가지라고 유혹하는

광고들도 등장하지요. 그만큼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긴 머리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하기란 참 힘이 듭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통계적인 조사를 통해 볼때

남성들은 여성의 잘 정리된 머리결을 보고, 배우자의 건강성과 여성성, 그녀가 가진 사회적

재산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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