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뉴하트 최강국의 수술복이 파란색인 까닭은?

패션 큐레이터 2008. 3. 1. 10:18

 

<의사 니콜라스 터프의 해부학 수업>

렘브란트, 1632년, 캔버스에 유채, 왕립미술관, 헤이그, 네덜란드

 

 드라마 <뉴 하트>가 종영을 했네요. 많이 아쉽습니다.

<미술로 본 뉴 하트>를 예전에 한번 포스트로 올리면서 좋은 의학 드라마를 발견 한 것 같아

기뻤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복식과 패션에 관심이 많다보니

오늘날의 수술복은 왜 특정한 색을 지니게 되었을까, 여기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문제를 알고 싶더라구요. 오늘은 수술복의 역사에 대해서 미술작품을 통해 말해볼까 합니다.

 

 뉴 하트에서 최강국 교수를 비롯 의사들과 스태프들이 입은

수술복을 흔히 스크럽(Scrub)이라고 합니다. 스크럽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외과의사나 간호사가

수술전에 손을 씻는다란 뜻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기인한 단어입니다.

 

 

<그로스 클리닉(Gros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캔버스에 유채, 96*78inch,

필라델피아 토마스 제퍼슨 의과대학

 

의사들의 수술복의 역사를 살펴보면 참 흥미로운 점들이 많습니다. 렘브란트나 에이킨스의

그림 속 의사들이 그냥 정장을 입고 있지요? 이때만 해도 의사들은 그저 본인이 입은 옷에 앞치마 하나

살짝 걸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그때만 해도 위생과 살균에 대한 개념들이

매우 미약해서 의사들을 위한 특수 위생복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당시엔 수술후 혈흔이 낭자하게 많이 튈수록 훌륭한 의사라고 했다네요.

 

  

<테오도르 빌로트 박사의 수술장면>

알버트 샐리그먼, 1890년, 캔버스에 유채

 

이 그림은 당시 세계적인 외과의사인 테오도르 빌로트(Theodor Billroth)

박사의 수술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독일 출신의 외과의로서 당시 최고의 명망을 얻은

의사였습니다. 빈(Wien) 종합병원 강당에서 시술하는 장면을 그대로 그린 작품이죠.

 

18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병원과 의사들의 수술복은 일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당시 산과병동은 산후 합병증인 산욕열로 죽는 환자가 허다했다고 하죠.

(산욕열이란 산후 감염에 의한 발열을 의미합니다)

가정에서 출산한 산모보다 병원에서 죽어나는 산모가 많은 이유가

바로 불결한 병원 환경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의사가 바로 그림 속

빈 종합병원의 산과의사인 이그나츠 짐멜바이스였습니다.

 

 

<아그네스 클리릭(Agne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1889, 캔버스에 유채, 84*118inch,

펜실베니아 대학, 필라델피아

 

짐멜바이스는 산욕열이 감염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고 의사들에게

염화칼슘 용액으로 손을 씻을 것을 명령하게 되지요.

짐멜바이스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사망율이 18퍼센트, 산과병동에서는 1퍼센트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해준 것이 뒤에 나온 루이 파스퇴르였구요.

 

 

화면속에 최강국 교수님이 입고 계신 수술복을 흔히 스크럽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꼭 색에 구애되진 않는다고 해요. 가령 외과의는 옅은 청색, 산과는 핑크색, 응급은

진초록색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색상에 의해 병원의 다양한 부서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왜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수술복은 다시 한번

진화하게 된 것일까요.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흰색보다 파란색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음성잔상에 따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래요.

즉 의료진이 환자 몸속의 붉은 장기를 오랜동안 바라보며 수술을 하게 되면

그 잔상이 남아 눈에 보색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 결과 하얀벽이 청록색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이 경우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중요한 수술에서 자칫 치명적인 실수를 할수 있답니다.

결국 사고를 막기 위해 파란색 수술복을 입는 것이죠. 또한 혈흔이 튀어도

청록색은 보색이기 때문에 회색으로 표면에 드러나게 되니 시각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이고요.

 

1918년에 창궐한 스페인독감(이 당시 2천만명이 죽었습니다)으로 인해 환자의 질환으로 부터

의사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위생 고무 장갑이 등장합니다. 화면에서

최강국 교수님이 수술 후 벗는 고무장갑은 디자이너 할스테드가 디자인 한 것입니다.

 

 

칼 슈미트 <로버트 킹 의사 선생님> 1992년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흰색 수술복은 청록/파랑색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눈의 피로도 훨씬 줄여주는 색상인 초록으로 변화되면서 면 소재의 짧은 소매의 브이넥 디자인인

스크럽도 본격적으로 입혀졌다고 하네요.

 

 

 

<독자와 청자 Reader and Listener>1945년

밀튼 에이버리(1885-1965), 캔버스에 유채, 클리블랜드 클리닉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그림은 미국의 현대화가

밀튼 에이버리가 그린 <독자와 청자>란 작품입니다. 그의 그림은 사물을 정확하게 재현하되

색상들의 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춤으로써 미국의 마티스라고도 불리는 작가였고

미국 추상회화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그림을 마지막으로 고른 이유는 뉴하트의 최강국 교수님이 스카웃되어 가실뻔 했던 그 병원

바로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소장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에 미술 경매사인

소더비에서 이 작품이 250만불에 팔렸는데, 수익금 전액을 아동 심장 치료와 예술치료 분야에

쓰도록 했다고 하네요. 그림 속엔 화가의 아내인 샐리가 빅토리안 풍의 우아한 쇼파에

앉아 딸인 마치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독자와 청자.....병원만큼 이 관계가 견고하게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환자의 몸이 교과서가 되고 대상이 되는 병원, 자신의 환부를 알고 싶어

귀를 기울이는 환자들. 말함과 들음이 수평적으로 구성됨으로써

치유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병원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오랜동안 병원 한쪽 벽에

이 그림이 걸렸던 것도 그러한 이유겠지요.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세계적인 흉부외과 병원이 된 데는

바로 이러한 철학이 병원 벽면에서 부터 우러나올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몸을 읽어가는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아직까지도 많음을 드라마 한편을 통해서 배울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열악한 조건 속에 최선을 다하는 흉부외과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조건이 힘든지 몰랐습니다. 시달리는지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요. 우리들을 위해 Great Surgeon이 되어주세요.

사랑합니다......제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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