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그림 속 가수 '비'를 만나다-그림같은 조각

패션 큐레이터 2007. 12. 10. 12:02

 

 

조정화_비와 아기_폴리코트에 채색_65×45×15cm_2006

 

어제 오후 인사동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재미난 전시를 하나 건졌습니다(?)

조정화란 작가가 만든 피규어 조각들인데요. 대중스타들과 그 이미지를 빌려

조각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근대 이전까지 인간은 조각을 통해 썩지 않는 불멸의 신체를

꿈꾸었습니다. 이러한 욕망이 드러난 것이 바로 신화 속 인물과 신들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만든 것이죠.

 

현대의 대중스타들, 가령 오늘 소개할 가수 비와 송혜교, 황진이는 우리시대의

신화이자 그 예전 신들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육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2006년 인사동에서 열린 스타들의 <입양사진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물론 그때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가수 비의 이미지를 빌려 조각으로 만들었죠.

 

 

 

조정화_원피스 3, fall_폴리코트에 채색_170×45×35cm_2007

 

조정화의 작업은 마치 조각과 회화가 결합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친숙한 스타들의 모습, 그 중에서도 여성의 몸을 빌린 것은 개인적으론 작가의

순전한 '따라잡기'의 한 욕망이겠죠. 누구나 스타들의 재현된 육체를 한번쯤은 소유하고 싶어하니까요.

붓꽃 무늬를 새롭게 해석한 패턴이 돋보이는 차콜 그레이 칼라의 원피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원피스를 입고 있는 한류스타 송혜교가 더 눈에 들어오지요.

 

 

조정화_원피스 1, summer_폴리코트에 채색_170×45×35cm_2007

 

내년 초에 발행될 <패션-미술의 옷을 벗기다> 란 책을 쓰면서

저는 미술 속 복식의 세계들을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꽃무늬 프린트에 열광하는지, 붉은색 드레스에 매혹되는지

미술사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새롭게 해석한 시도였습니다.

 

쇄골뼈가 곱게 들어간 여인의 몸. 레드와 블루의 원시적인

나무잎파리들이 춤을 추는 고혹적인 여름 드레스가 눈에 들어오네요.

물론 피규어의 모델이 된 배우 장진영의 뒤태도 멋집니다.

 



조정화_Tissot James Jacques의 Croquet중에서_폴리코트에 채색_170×85×35cm_2007

 

이번 책 쓰면서 가장 많이 참조한 것이 바로 영국출신의

빅토리아 시대 화가인 티솟의 작품이었습니다.

티솟은 재단사와 모자 디자이너를 부모로 둔 탓에 그의 그림엔

세부적인 패션묘사가 꿈틀거립니다. 아주 정확한 일종의 사진처럼 당대의 패션을 묘사해요.

 

 

제임스 자크 티솟, <크로켓 게임> 1878년, 캔버스에 유채

해밀턴 미술관, 온타리오

 

조정화의 작품 속 원작인 티솟의 <크로켓 게임>입니다. 1860년대

프랑스에서 수입된 크로켓은 영국 유한계급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포츠를 하면 자연스레 신체접촉도 생기고, 친해지기 쉽잖아요. 그러니 선남선녀들이

하나같이 이 스포츠를 즐긴것도 무리가 아닐터이죠. 

 

그림 속 여인은 무릎까지 올라간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당시 모든 여성패션이 땅바닥을 질질 끌면서 다니던 시대란 걸 생각할때

무릎아래를 볼수 있는 패션이 허락된 상황이 크로켓이란 걸 알아야죠.

얼마나 남자들이 좋아했을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원.....

(하긴 지금이야 이정도의 노출은 문제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조정화_Umbrella 2_폴리코트에 채색_174×100×35cm_2007

 

제 눈길을 엄청 끌었던 작품, <우산>입니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1993년 당시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탓던

영화 <피아노>가 떠오르더군요. 이 영화는 당시 제 마음을 온통 휘어잡은 작품이었죠.

영화 피아노를 너무 좋아한탓에 호주 여행하면서 이 피아노를 촬영한 곳도 직접 갔었고요.

 

 

영화 <피아노>1993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작품, 홀리헌터/하비케이틀 주연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들은 하나같이 여인의 신체를 감추는데

바빴습니다. 여인의 숨겨진 성욕과 사랑에 대한 욕망을 감추는데 초점을 맞추었지요

 영화 속 홀리헌터가 입었던 페티코트는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 속엔 에로티시즘이 타오릅니다.

 

우리에게 항상 누군가를 모방하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만들지요.

건강한 이기주의란, 바로 나 자신을 조형하는 일이고, 조각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체와 영혼을 담은, 바로 나.....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이제 한해를 보내는 이 고비에서

다시 한번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promotion.search.daum.net/event_ucc2007/indexA.daum

2007년 UCC 어워드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난 1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랑을 받았네요.

다음 메인 첫화면에 올랐던 글들 첨부해봅니다. (최근순부터 역순이며 블로그 뉴스 날개에 올랐던 글은 제외했습니다)

 

-내 영혼의 갤러리에서 뽑힌 글-

http://blog.daum.net/film-art/11698716 (여자는 왜 핑크색을 좋아할까)

http://blog.daum.net/film-art/11709263 (피카소가 즐겨마신 술 압생트-그 정체가 궁금하다)

http://blog.daum.net/film-art/11451314 (패리스 힐튼이 좋아할 그림-음주가무를 즐기는 그녀에게)

http://blog.daum.net/film-art/11238264 (무한도전 정준하와 유재석-미술 속 모델이 되다)

http://blog.daum.net/film-art/11078708 (서울을 위한 벤치-이제 투표합시다)

http://blog.daum.net/film-art/10848994 (김홍도의 그림으로 읽는 영화 <디워>의 품격)

http://blog.daum.net/film-art/10537499 (짜장면 배달부가 된 로보트 태권브이-한국의 팝아트)

http://blog.daum.net/film-art/9458653 (서양화 속 영화 '미녀는 괴로워)

http://blog.daum.net/film-art/9264516 (S라인 현영, 서양화속 모델로 등장)

 

-패션과 미술 폴더에서 뽑힌 글-

http://blog.daum.net/film-art/11247474 (한글 달빛위를 걷다)

http://blog.daum.net/film-art/10171724 (영화 '황진이'의 패션을 분석한다)

http://blog.daum.net/film-art/9716393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그린'짱구는 못말려)

 

http://blog.daum.net/film-art/10978553 (특이한 한편의 그림을 만나다-유혹과 혼란)

http://blog.daum.net/film-art/10293738 (당신의 캔버스는 얼마입니까)

 

-문화의 제국 폴더에서 뽑힌 글-

http://blog.daum.net/film-art/11475482 (영월에 붉은비가 내린다-블로거 환경기행)

http://blog.daum.net/film-art/10884728 (윤석화의 거짓말-악어눈물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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