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로코코 시대에 '서클렌즈'가 있었다고?

패션 큐레이터 2007. 12. 22. 12:25

 

저는 남성 치곤 피부가 약한 편입니다. 남성용 토너를 쓰질 못합니다.

민감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그해 봄, 거금들여 샀던 것이

갤랑 시리즈 화장품이었습니다. 남성용을 쓰면 항상 피부가 화끈거렸던 터라

여기서 나온 건 제 피부타입에 맞더라구요.

 

오늘은 미술사를 통해 메이크업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중세에서 현대까지 다 다루려고 했으나 한번의 포스팅으론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이 원체 방대하고, 이번에 책을 쓰면서

공부한 부분을 나누려고 하니, 그 깊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은 중세에서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빅토리아 시대와 낭만주의, 인상주의 시대의 그림을 통해

메이크업의 전체적인 방향들과 그 변화를 간략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담비를 안은 여인의 초상>

나무 패널, 54*39cm, Czartoryski Museum, 폴란드

 

화장의 역사레응 한 가지 결코 변하지 않는 흐름이 존재합니다.

바로 하얀 얼굴에 대한 집착이죠. 창백한 안색에 대한 열광은 고대나 지금이나

동일해서, 마치 암을 피하듯 햇빛을 피하고 다녔습니다. 고대에도 납과 수은을 섞은 회반죽을 바르거나

돼지 가죽을 얼굴에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고대 이집트에선 눈병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섀도를 썼고, 터키석과 옥, 테라코타와 같은 돌을 빻아 만든 분을 발랐다고 합니다.

 

특히 가냘픈 겉모습과 함께 명문가의 자손임을

 표시하기 위해 관자놀이와 목, 드러낸 가슴, 어깨 부분의 혈맥을 파란색으로 두드러 지게 하는

화장술이 발달합니다. 흔히 영어에 Blue Blood(푸른피-귀족가문을 의미)이란 용법은 바로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

 

 

브론치노 <루크레치아 부인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우피찌 미술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브론치노가 그린 매디치 가문의 여인들은 당시

여성들의 화장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 여성들은 물고기 눈처럼

약간 튀어나온 둥근 눈을 선호해서 눈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리고 속눈썹와 이마의 털 모두 깨끗하게 밀었고요.

 

이 때도 깨끗한 피부를 갖기 위한 유사과학이 판을 쳤습니다. 가령 주근깨를 처리하기 위해

우유에 살무사를 으깨넣고 황산염을 첨가해 만든 로션을 발랐고요.

특히 르네상스는 모발용 화장품이 성장했던 시대입니다. 포도주에 진주가루를 섞어 린스로 사용했고

고기비계를 잘게 갈아 만든 피부 유연 크림, 보리를 비장과 혼합해 만든 팩을 이용했죠.

 

 

 

안톤 반 다이크 <헨리에타 여왕의 초상> 1640년, 캔버스에 유채, 빈 역사박물관

 

르네상스를 넘어 17세기 바로크 시대로 가면 개인주의와 향락주의에 빠져

상류층의 남성 여성 모두 과도한 장식과 메이크업이 유행합니다. 어느 시대보다 진한 메이크업을 해서

마치 백랍으로 만든 인형처럼 보였고, 눈썹화장은 밝게 강조하고 빰 위치보다 약간 낮은 곳에

붉은 연지를 칠하거나 장식종이를 얼굴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흔히 패치라고 불리는 이것은 연애를 하거나 은밀한 대화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하죠.

 

 

프랑스와 부셰 <마담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뮌헨 피나코테카

 

바로크를 이어, 여성성의 시대 로코코에 접어들면서

여성의 화려함은 그 정점에 달합니다. 이 당시 여성들은 로코코의 거장

부셰가 그린 마담 퐁파두르를 따라잡기 위해, 그녀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하거나 머리에

꽃과 깃털을 달아 장식했죠. 이 당시에도 외모는 무기였으며, 납과 수은이 첨가된 화장품을 제한없이

사용했습니다. 이때는 볼록한 빰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어서 호두를 입에 물고 다니기도 했다네요.

로코코 시대 초기에는 붉은 색조의 화장이 유행을 했으나 후기로 접어들면서

매춘부의 빛깔이라 해, 붉은색을 피했다고 합니다.  

 

 

알렉상드르 카바넬 <케슬러 부인의 초상> 1873년 99*76cm,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 파리

 

연지벌레나 백단나무에 비계를 섞어 연지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볼과 입술을 강조하는 연지는 색조화장의 핵심이었죠.

당연히 연지의 지속성이 화장품의 품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었는데요.

 프랑스 아카데미 화가였던 카바넬의 작품  속 케슬러 백작부인의 초상에는

이런 색조화장의 형태가 잘 녹아 있습니다. 이 당시 여인들은 하얀 피부를 갖기 위해

송아지 육수에 세수를 하거나, 백합꽃을 증류해 만든 수렴 화장수를 발랐습니다.

문제는 이 당시 유독성 금속 산화물이 섞인 화장품 사용으로, 피부가 더욱 손상되었고

악화되는 피부를 가리기 위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연지를 발랐다는 점이죠

산책할때는 양홍색, 촛불 아래선 주홍색 연지 이런 식이었다네요.

 

특이한 사실은 이 당시의 여인들은 다크 서클을 일부러 만들려고

밤늦게 까지 책을 읽었고, 동공을 확대시키기 위해 풀에서 추출한 독액을 눈에 안약처럼 넣었다고 해요

그러면 마치 서클렌즈를 낀 듯한 느낌이 났다고 하죠. 대단합니다.

 

 

크사버 빈터할터 <외제니 공주와 친구들>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샤토 콩파뉴 소장

 

오스트리아의 궁정화가였던 빈터할터는 당시 패션 리더였던 외제니 공주를

그림 속 모델로 썼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로 패션은 간소화의 길을 걸었지만

후에 잠시 공화정이 복구되면서 로맨틱 스타일의 유행이 돌아왔지요.

19세기 중반에 들어오면서 드디어 비누가 개발되었고, 햇빛에 타지 않기 위해 얇은 베일을 쓰고

다녔습니다. 미용 팩과 필링도 이때 유행했고요. 꿀에 계란 흰자를 섞어 얼굴 마스크를 했고

올리브 오일에 오트밀을 섞어서 로션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지금과 별 차이 없지요?)

 

 

툴루즈 로트렉 <화장대 앞의 여인> 1889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인상주의 화가 로트렉은 여인들의 화장하는 모습을 자주 담았습니다.

화장대에 앉아 눈썹 화장을 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때는 인조 속눈썹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되었고, 아이라인을 강조하는 화장법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프란시스코 그라스 <립스틱 바르는 여자> 1910년경, 개인소장, 종이에 파스텔

 

스페인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프란시스고 그라스의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시 밝은 색이 인기를 끌면서 핑크와 붉은 입술 메이크업이

유행했고, 눈썹과 눈 사이에 황색분을 발라 동양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였다고 하네요.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화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빛의 사용과 더불어 색감에도 화사한 느낌이 가득 배있습니다.

 

화장하는 여자가 외로운 것은

세월의 심판이 두려워서겠어?
세월 먹지 않은 다행인 마음이 거울속 노을을 만나면
도리없는 외로움이야

거울은 화장할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를 기각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쩌겠어
철지난 바닷가에 부는 썰렁한 바람처럼

마음조차 세월은 아니지

변형된 눈가에 목마른 주름 하얗게 표백을 한데도
외로운 가슴은 속수무책인걸 우거진 숲이던 머리카락
물처럼 맑은 이마 꿈처럼 아련한데 하늘도 담아 내던

눈망울에 먼지가 풀석거린다

화장하는 여자가 외로운것은

세월이 새겨준 나이테 때문이겠어?
나이테보다 젊은 마음 때문일테지 젊음은 여름을 막 지나왔는데
먼 전설속으로 함몰된 시간처럼

내 청춘을 도둑맞은 듯도 해

젊은 날엔 젊음인 줄 모르고 쏜살같이 달려와 멈춘 곳에
문득 노을이 보여 어디선가 노을까지 따라 온
아침 햇살이 바스락 거린다

동화속 긴머리 소녀를 읽다가 책을 덮는다
다 읽었어

이제 화장을 해야겠는걸

 

이채의 <화장하는 여자가 외로운 것은> 전편

 

오늘은 홍대 앞에 나갑니다. 나갈 채비를 해야 합니다.

클랜징도 하고.....팩도 하고요. 이쁘게 보여야 할 일이 있거든요.

21 세기엔 화장하는 남자가 살아남는다더니, 새로운 로코코 시대를 살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미술사중 가장 단명했던 로코코 시대, 남성에게 화장을 권하는 사회

로코코의 끝이 어떠했는지 꼭 읽어보라고......말해주고 싶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선 그래도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싶은 오후입니다. *^^*

 

왁스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화장을 고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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