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피카소가 즐겨마신 술 압생트-이 술의 정체는?

패션 큐레이터 2007. 12. 4. 14:54

 

에드가 드가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 1876년, 캔버스에 유채, 92*68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연말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쁠 때이지요. 저 또한 이런 연말의 부산함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벌써 문자로만 받은 것이 8개의 모임입니다. 모임을 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술입니다.

첨잔하며 한 두잔 기분좋게 마시면 분위기도 돋우고, 가일층 기분도 좋지만

지나치면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이 술이죠.

 

오늘은 그림 속에 나타난 <술 마시는 사람들>

그들이 즐겨 마신 압생트란 술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드가의 작품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는 당시 유명한 파리의 카페 누벨 아테네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은 마네와 드가가 자주 들렀던 카페였죠. 당시 여배우인 엘엔 앙드레를 모델로 삼아

당시 패션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날리던 파리여인들, 파리지엔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바로 카페에서 그녀가 마시고 있는 술이 압생트란 것입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자주 담았습니다.

이번 주 미국 타임지에 흥미 있는 기사가 올랐습니다. 이란 기사인데

번역하자면 "압생트의 부활, 압생트가 돌아왔다" 정도가 되겠지요. 도대체 이 압생트가 뭐길래 난리일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유해성을 둘러싸고 찬반론도 만만치가 않더군요.

 

압생트의 기원은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피에르 오디넬이란 프랑스 출신의 의사가

편백나무와 아니스라 불리는 향료식물, 회향열매(흔히 마리화나라고 하지요), 약용 박하를

함께 증류해서 치료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처방전이 당시 유명한 주류업체인

페르노 리카르에 넘어가게 되지요. 이 회사의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시바스 리갈입니다.(이건 잘 아시죠)

이후 이 증류주는 인기를 끌면서 당시 부르주아 사회와 드미 몽드(당시의 고급창녀)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매해 2백만 리터가 소비될 정도로 그 인기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죠.

 

 

장 베로 <카페에서> 연도미상, 캔버스에 유채, 퐁텐블로 경매에서 낙찰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 압생트는 한 세기동안 미국내에 유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술 자체에 들어있는 환각유발효과를 근거로 수입을 하지 못하게 막았지요.

압생트는 지중해산 약용/향료 식물인 아니스에서 추출한 연두빛 향이 눈길을 끄는 술입니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에선 정신이상을 유발한다는 악평을 들어야 했던 술이었고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도 이 술에 중독되어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후문까지 있습니다.

 

 

 장 베로 <카페에서> 캔버스에 유채, 연도미상, 개인소장

 

<초록빛 요정>이라 불리는 압생트는 쑥과 식물인 웜우드에서 추출해낸

연두빛깔이 그 생명입니다. 아주 곱지요. 문제는 이 식물이 환각효과를 유발하는 화학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편백나무 껍질에서 추출되는 이 Thujone

이 환각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때문에 이 물질을 넣지 않고 술을 제조한다는 조건 하에

압생트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한 것이죠. 여기에

 유럽의 주류업자들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입니다.

 

1890년 후반의 파리를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절이란 말로 설명합니다.

당시 활동했던 장르화가 중에 장 베로란 작가가 있습니다. 파리지엔의 일상과 거리의 풍경을

마치 사진으로 찍듯 묘사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죠. <카페에서> 시리즈에 나오는

저 술....연두빛 압생트입니다. 당시 값싸고 도수가 높아 예술가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죠

 

 

                  

                     좌 : 빈센트 반 고흐 <압생트가 담긴 잔과 물병> 1887년, 46.3*33.2cm캔버스에 유채 반 고흐 미술관

                     우 : 에두아르 마네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 1859년, 캔버스에 유채, 178*103cm, 코펜하겐 미술관

 

이번 빈센트 반 고흐전에 가시면 <압생트가 담긴 잔과 물병>이란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 고흐는 거의 알콜 중독 상태였다고 하죠. 거리가 보이는

창문 앞쪽에 놓인 테이블, 그 위에 놓여진 압생트 (물론 물로 희석해서 마셨을겁니다)

는 작가의 외로움과 고독을 드러내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했죠.

 

 

툴루즈 로트렉(1864-1901)

<물랭루즈에서> 1892년, 캔버스에 유채, 123*141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헬렌 버치 바틀렛 기념 컬렉션

 

파리의 밤 풍경을 즐겨 그린 로트렉의 그림 속 카페 물랭루즈는

지금으로 치면 극장식 술집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압생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겠지요

술과 질펀한 유희가 가득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압생트를 마시며

더욱 생생한 기분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그림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저 카페를

찾아온 일반 사람들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화가의 지인들이죠. 화가와 시인,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모델로 삼아 초록빛 얼굴을 한 광대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그려냅니다.

광대의 모습이 일정부분 화면에서 지워진 것은 당시 사진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파블로 피카소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1901년, 종이에 구아슈와 파스텔,

에르미타쥬 미술관, 생 페테르 부르크

 

최근 연구자료를 보면 이 압생트에 포함된

Thujone은 마치 강한 커피를 수십잔 마신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해요

신경자극을 통제하고 전달하는 효소를 막음으로써 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더구나 이 성분에는 납이 일정량 포함되어 오랜동안 음용할 경우 건강을 해친다고 하는 것이죠.

 

피카소 또한 이 압생트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하죠. 1901년 가을

파리의 한 카페에서 이 압생트를 마시는 여인을 보고 그린 그림입니다.

보라색과 황색의 강한 대비가, 마치 술에 취했을 때 느껴지는 신산함을 토해내지요.

 

 

파블로 피카소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 1901년 캔버스에 유채,

 

 태생적으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사실 거나하게 취해야 하는 자리엔 약간 불청객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행복한 기분 올려주는 한 두잔의 술까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죠.

그저 눈이 내리고 꽃이 지는 날, 인생에서 배운 것들이 나를 살찌울때 반주 겸 곁들였으면 합니다.

연말에 술 너무 드시지 마시고요. 좀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한해의 갈무리 하셨으면 하네요.

후회없는 올 한해의 마무리를 향하여.....에디프 피아프의 <난 후회하지 않아> 듣습니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의 <술 한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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