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여자는 왜 핑크색을 탐닉할까?

패션 큐레이터 2007. 12. 3. 04:36

 

 

토요일 북촌길을 걷다 전시 하나를 봤습니다.

의혹의 색 <핑크 앤 화이트 프로젝트>란 전시였는데요.

우선 제목도 눈에 띄고, 핑크색과 화이트란 두가지 색에 관한

작가의 관점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카탈로그에 적힌 작가의 변을 보니

작가는 우리 모두가 핑크와 화이트, 두가지 색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색 개념에 대해 도전하고 싶다고 쓰여있더군요.

 

 
김희정_pink 11-2_디지털프린트_104×125cm_2007

 

무슨 도전이란 말일까요?

핑크는 섹슈얼한 아름다움/화이트는 순결함 이란 이 두 빛깔에 대한 관념들을

철저한 사진적인 사실주의를 빌어, 오히려 그것이 무섭고 살떨릴 정도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곧 도전이라는 뜻 같습니다.

 핑크는 매혹적이고 유혹의 힘도 있기에, 결국 생동감 넘치는 삶의 빛깔이다

라고 말이죠. 포장리본을 클로즈업으로 찍은 작품이 있었는데요.

마치 포장을 벗기듯 하나하나 벗겨내고 싶은 여자의 욕망, 그 강력한

실체를 말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희정 작가의 사진 속에서의 핑크는 결국

적극적인 욕망을 가진 여인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색깔이 되는 것이죠.

 



김희정_white 09_디지털프린트_104×125cm_2007

 

도대체 왜 여성들은 핑크 / 남성들은 블루를 좋아한다고 말할까요?

어린시절 부터 핑크빛을 좋아했던 저는 그럼 도대체 뭐가 될까, 뭐 이런 의문들이 들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핑크색 옷이 많습니다. 니트와 터틀넥 셔츠에서 강세를 보이죠.

물론 블랙진이나 짙청색 바지, 감청색 수트도 자주 입습니다.

 

이 문제에 또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작가가 한명 있습니다.

작가 윤정미는 핑크/블루 프로젝트란 사진전을 통해, 왜 사회적으로 여아들은

핑크색 사물을 남아는 청색 사물에 끌릴수 밖에 없게 되었나를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윤정미_핑크 프로젝트 - 다연이와 다연이의 핑크색 물건들_라이트 젯 프린트_2007

 

동서양의 아이들의 방에 놓여진 사물들을 나열한 후

핑크와 블루로 이분화된 그들의 주거환경과 풍경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렇게 우리 스스로 그 색상에 길들여져가는 사회학적 과정에 주목하는 듯 합니다.

 



윤정미_블루 프로젝트 - 에단과 에단의 파란색 물건들_라이트 젯 프린트_2006

 

http://www.time.com/time/health/article/0,8599,1654371,00.html

위에 링크 기사는 타임지에 발표된 Why Girls Like Pink(왜 여자는 핑크를 좋아하는가)란 기사의

원문입니다.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다 알게 되었는데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의 연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연구내용이 꽤 반향이 컸나 봅니다. 원래 이 색상 선호에 대한

연구들은 1800년대 부터 줄곳 서양에서 진행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윤정미_소연이와 소연이의 핑크색 물건들, 사진, 라이트젯 프린터_76×76cm_2006

 

이 연구 내용은 Scientific America 저널에도 언급이 되어 있더라구요.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이 핑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오랜동안 진화과정에서 굳어진 노동 분업/역할 분업에 의한 것이랍니다. 즉 남성은 수렵

여성은 채집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붉은 열매를 따는 과정에서 붉은 색 계열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고,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면서 아이의 얼굴에 발생하는 변화들(발열과 같은)

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여기에서 또한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를 통해

익히게 된 색상에 대한 선호가 오늘 날의 편차를 만들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윤정미_롤라와 롤라의 노랑색 물건들_사진, 라이트젯 프린터_122×122cm_2006

 

또한 이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이주한 중국인들을 표본으로 삼은 실험에선

남녀 모두 붉은색에 대한 강한 선호를 보이거든요. 물론 이것을 문화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MBA를 할때, 아시아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캐나다 학생들을

초대하는 파티를 열었었어요. 그때 중국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가던 날, 매장에 들러

강한 빨강색 스웨터를 하나 사서 입고 갔었답니다. 친구들이 좋다고 해서

왜 그렇게 빨강색이 좋아 하고 물어보니 'Happy Color' 랍니다.

그저 빨강색은 돈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색이라네요.



윤정미_스티브와 스티브의 빨강색 물건들, 사진, 라이트젯 프린터_76×76cm_2006

 

사실 한국에서 레드는 결코 행복의 색은 아니었잖아요.

레드는 항상 공산당/좌파란 문화적인 함의를 가졌었고

오죽하면 레드 컴플렉스란 말이 회자되었을까요. 그러다가 월드컵 이후로 정열과

다이나믹한 한국을 표상하는 색으로 새롭게 재포장되고,부상한 점을 생각하면 색의 선호에 대한

의견들은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고착되는 것이 맞지 않나 싶기도 해요.

최근 시청 앞에서 열렸던 핑크 리본 프로젝트는 결국 유방암 환자를 상징하는

색으로 쓰이기도 했잖아요. 물론 여기에는 여성의 핑크빛 유두를 상징하는 것이지만요.

 



김희정_Pink #5_람다프린트_1999

 

여전히 색상 선호를 설명할때 사회학적인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이

강하게 부딛히고 있다는 것을 이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읽어볼 수 있습니다.

제 친구중에 핑크색 키티에 미쳐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성악 전공한 친군데 핑크만 보면

죽을려고 합니다. 그녀는 자동차 내부까지도 핑크색 키티로 도배를 했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 친구가 여성적이냐

하면 절대로 아니거든요.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말 안들으면 바로 발이 날라오죠.

 

한편 뉴욕에 살고 계신 제 블로그 독자 분은 블랙을 너무 좋아합니다.

항상 올 블랙을 강조하시죠. 이분은 굉장히 성공적인 캐리어 우먼이세요. 그래서일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색이 검정이라고 한다는데, 이분의 선호를 보면

결국 표준화된 연구결과로 부터 벗어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박수만_먹다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6

 

박수만의 그림 속 핑크는 더욱 도발적입니다. 코믹한 포즈와 동화적인 느낌의 그림 속

작품전면에 등장하는 핑크 빛에 치장된 알몸은 소수자로서 여성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전히 남성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고 먹히는 존재로서의 여성의 형상이

아주 슬프게 드러나는 것이죠. 

 

저는 좋아하는 색이 뭐냐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그의 패션과 몸가짐, 배경색을 보면 거의 다 들어나거든요.

어떤 색을 좋아하는가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요? 나 한테 맞으면 그만인거죠.....

그러면서 한편으론 "여러분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보고 싶은 이 심사는 도대체가 어찌 된것인지......에효

 

행복한 한주 되시길요. 리사 오노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핑크빛 하늘>

여러분의 하루가 핑크빛으로 행복가득하길 빌께요.....어 이렇게 말하면 틀린가요?

시작하는 한주 보사노바 리듬에 맞추어 유연하고 우아하게 보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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