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소나무에 대한 경배-배병우 선생님 전시 오프닝에서

패션 큐레이터 2007. 11. 29. 01:01

 

 

오늘은 시간을 내어 사간동으로 갔습니다.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의 전시회가 열린 갤러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요.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많은 분들이 운집해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소나무와 오름, 바다등을 배경으로 사진작업을 해오신

배병우 작가님은 국제적으로도 <소나무>시리즈로 그 이름을 떨치고 계시죠.

가수 앨튼존이 고가에 산 소나무 사진이 바로 이분의 작품이에요.

 

 

오프닝에 자주 다니지만, 친숙한 얼굴과 더불어 새로운 분들을 뵙게 될때가

많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서양화가 황주리 선생님도 뵈었고요.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제작하신 이광모 감독님, 가수이자 작곡가이신 김수철 선생님도

뵈었습니다. 존경하는 오수환 화백님, 이렇게 오프닝 행사를 갈때마다 새로운 분들을 뵙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사진 속 왼쪽에 브라운 색 헤링본 무늬 코트를 입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참 존경하는 분이죠. 화가 장욱진 선생님의 장녀 장경수님입니다.

선생님하고 뵙자마자 인사드리고 최근 용인시의 형편없는 문화정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다 어찌나 화가 나든지요. 그 이유는 제가 다음 포스트에 올려드리죠.

 

 

작가 배병우 선생님은 항상 우리의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합니다.

그에게 있어 소나무와 제주도의 오름은 그저 한국의 자연이 아닌,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 한번 재구성되는 내면의 풍경인 셈입니다.

 

 

배병우 선생님의 작품은 한국의 산수화를 사진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도 될만큼, 그 물체로서의 자연은 우리의 정한을 담습니다.

또한 안개속에 피어나는 자연이기에, 뭔가 여전히 규정하기 어렵고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우리앞에 펼쳐지지요. 그래서 경배할 수 있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소나무로 술을 빚었고 소나무 숲 사이엔 쉼을 위한 정자를 지었고

그 솔잎으로는 떡을 빚었습니다. 소나무 관솔을 태워 불을 밝히고

그 수액으로 상처를 치유했던 우리였습니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있어 일종의 정신적인 표상이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인 셈입니다.

 

그의 사진 속 소나무는 항상 안개속에 가려있지만, 일정한 빛을 통해

그 표면의 질감을 오롯하게 드러내며, 여전히 청신하게 한 곳에 우뚝 서있음을

자랑하고 말지요. 그래서일까요. 그의 사진 속 소나무를 볼때마다 매일 매일

풀이 죽어 지내던 제 영혼이 송화주 향기로 가득합니다. 투명한 아름다움, 그런 취기에 젖어

생을 살아봐야지 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죠.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황지우의 <소나무에 대한 예배> 전문

 

 

소나무를 볼때마다, 혹은 제주의 용오름을 대할때마다

제 자신에게 말하게 됩니다. 저 질기디 질긴 송피껍질 속 혈흔을 타고 흐르는

상처의 무늬들 위에도 여전히 푸른 햇살이 비친다는 것을

삶은 그래서 여전히 멋지며,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소나무 앞에서 작은 생의 예배를 드리는 날.

이렇게 좋은 작품을 보는 날은 마음 한구석이 환해집니다.

 

 

오른쪽에 배병우 선생님/왼편에 가수 겸 작곡가 김수철님

 

잘 찍어 달라고 하셔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건만 선생님께서

약간 머리를 흔드셔서 생각같지 않게 사진이 나왔네요.

두분이 아주 친한 지인이라고 하시던데요.

그러고 보니 한길 가는 것/ 하나의 테마로 삶을 이야기 하는 것

모두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하고 한컷 찍었는데, 이것은 작가분이

찍어주신 것이라 아직 도착을 안했네요. 우선 이렇게 행복한 오프닝 리뷰를 마쳐야 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32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