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적인 풍경 사진작가 페터 에시크의 '일본의 내면' 편의
이미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학시절 아주 오랜 동안
일본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여행으로 만나는 일본과
삶의 거주지로서 혹은 비즈니스를 하는 장소로서의 일본은 항상 제겐 낮설고
특이한 이중의 아틀란티스와 같은 섬이었습니다.
일본의 남과 북을 나누는 일본의 알프스. 태평양의 접면에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이고 도시적이고 산업화된 일본이 있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혼슈의 접면에는 바로 일본해의 가장자리 환태평양에는
또 다른 일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리적으로 혹은 본유의 특징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특히나 느리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로 유지되는 시골 지역들입니다.
전통과 공동체 의식이 소중이 여겨지는 이곳에서는 과거 많은 일본의
전통문화들이 중국과 한국을 통하여 수입되어 육성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선불교' 고유 무예 및 특이한 도예기술과 관련된 많은 습속들이 수백년전
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689년 하이쿠의 거장이었던 '마쯔오 바쇼'는
걸어서 이 지역을 답파하게 되는데요., 그의 책 '내면으로 가는 좁은 길'은 바로
그의 정치하고도 섬세한 여정의 발걸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책은
오늘까지도 학생들을 위한 필독도서로 자리잡고 있지요.
바로 이 책에서 그는 영혼 가득한 은유와 운문을 통해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지역은 일본 영성적 중심
혹은 일본의 내면으로 알려지게 되지요. 세계화란 포획 속에 놓여진
전통문화의 가녀린 운명처럼 물론 이곳도 이러한 운명의 움직임에
겨울의 나목처럼 노출된채 이제 촌락의 젊은이들은 대 도심지의
직장을 찾아 떠나가는 이촌현상들이 점점 더 큰 문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촌락들이 실제로는 정부의 보조금이 없이는 생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지요. 항상 그래왔듯 일본은 자신의 핵심적 가치관은
유지하면서 외부의 영향력들을 잘 흡수하는 자신의 장점과 미덕을 키워왔던
이들이었습니다. 사진작가 페터 에시크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가이진'즉
아웃사이더의 시각으로 동양의 사고와 내면적 풍취들을 바라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의 변형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사진적
작업에서 우리는 또한 서구의 처연한 시각과 그들이 포착하는 순간 속에
용해되고 다시 한번 응고되어 버린 일본적 내면의 아름다운 형식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의 표현처럼 그의 사진집은 이방인으로서의 그가 할수 있었던
관찰에 기반하는 것이고 영성과 통찰력으로 가득한 동양의 신비를 단순하게
그려보는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산지역 동네 주민들은
동네의 축제를 위해 밥을 지어 주먹밥을 만듭니다.....
큰 불길 옆에 서있는 한 남자의 초상을 봅니다.
신잔 사원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의 한 가운데......
'나마하개'는 매년 12월 31일 열리는 축제입니다. 이때가 되면 남자들은
아주 무서운 복장을 하고 집집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 훈계를 늘어놓게 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비단잉어들을 볼때마다
참 일본적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때가 있습니다.
아다치 미술관에 있는 비단잉어 연못을 바라봅니다.
이 미술관의 창립자였던 젠코 아다치는 일본 전역을 여행하면서
배나무와 수석을 모아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구성하게 되지요.
겐로쿠엔은 가장 유명한 일본의 정원 중 하나이죠. 이 단어의 뜻은
바로 '여섯가지 미의 요소들' 입니다. 그것은 바로
여백(spaciousness), 은둔(seclusion),인위성(artificiality),
창연함(antiquity), 풍성한 물(abundant water)
그리고 광대한 풍경(broad views)을 포함합니다.
눈 덮힌 산촌의 작은 논밭
그 위에 펼쳐진 물빛 머금은 린넨천의 펼쳐진 화려함과
그 옆 하얗게 표백되어 태양빛 아래 놓여진 기노모의 유연함을 봅니다.
감색과 흰색 산빛과 연두가 함께 어우른
겨우내 정치한 풍경 속에서 두 물상은 결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눈인지 혹은 네가 천인지를 구분하지 못한채
아스라히 잔멸해 가는 풍경속에서 녹아가고 있습니다.
정치함이 가득한 일본식 다도의 미학
몇 줄기 꽃대가 간신히 밀어올리는
숨찬 벼랑에 띠집 한채 짓는다
높고 가파른 세상의 길들 단숨에 끊어 버리고
지나가는 햇빛과 바람을 불러 세간을 들인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여자의 젖은 눈을 바라다 보듯
사방이 다 트인 흙빛 창을 내고 참 오래 견딘 밤의
딱다구리, 딱다구리 울음을 들을 적마다
내 안에서 공명하던 악기소리를
액자에 넣어 걸어두면
붉게 타는 폭포를 헤엄쳐 오르는 물고기처럼
온몸 뒤틀면서 활짝 피어나는 寂滅의 깊은 방에서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한 아이가
신비한 말의 첫 마디를 배우며
더듬더듬 걸어오고 있다
250년의 역사를 가진 유락 '카메자키' 그 살구꽃 향기 가득한 게이샤의
살냄새 만큼 유혹적인 밤의 거리를 그녀들은 걸어갑니다.
오징어를 말리는 어촌의 모습이 그리 낮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눈 오는 겨울 아침의 순수를 배우고 싶은 곳. 고요하고 신성한 토와다 호수 아래
일본적 고요함의 미학은 그 정취의 정점에 도달합니다.
어린 눈발들이,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의 '겨울 강가에서' 전문
물과 수확의 신, 불의 수호자인 '수이진'의 신사
전통에 대한 잊혀져 가는 수호이자 아직까지 일본의 정신적 척추를 유지하도록
견고하게 쌓여있는 수비의 성이기도 합니다.
부활과 소생을 믿는 작은 믿음
'데와 산잔'에서 멱을 감는 한 남자의 이미지를 봅니다.
데와 산잔은 '야마부시'란 도승을 통해 수백년에 걸쳐 숭배되어온
세개의 신성한 영봉을 의미합니다.
이 세개의 봉은 현재를 의미하는 '하구로'산과 죽음을 의미하는
'가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활을 의미하는 '우도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가운 폭포수 아래 기도할때
인간의 부활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일본적 내면의 풍경들이 그리 촌스럽게만은 느껴지지 않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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