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을 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갑니다. 바이올렛과 오렌지 빛 하늘이
교차하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예전에 한번 다루었던 호주의 풍경사진가
맥스 테일러의 또 다른 사진들을 중심으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하늘은 수면과 맞닿아 자신의 벗은 몸을 내어 놓고
그렇게 시간 속에 물들어 가는 자신을 미망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회사에 가지 않았습니다.
겨울 하늘은 뿌옇게 흐려져 있고 내 영혼의 기갈을 축일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찾을 수 없었던 답답함이......오늘 저를 사로잡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음속에 담아 내면서
사실 내 동공 속에 들어오는 풍경의 정치함과 는 달리 갈등하고 상처받는
내 자신의 내면의 풍경들은 참으로 쉽게 병치되곤 했습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바람이 분다.....서러운 마음에 텅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이소라의 새 앨범을 듣는 시간....갑자기 저도 눈물이 쏟아지네요.
외부적으로 그 어떤 어려움도 사실 보이지 않는데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삶의 풍경속에 예쁘게 놓여져 있건만
제 내면만은 왜 그런지 덩그렇게 도려내어져 버려진 심장의 형상처럼
외로운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떠나지 않는다
밤이 오고 새벽이 와도
추운 기억이 내 안에 살고 있다
모두가 용서하거나 세월 저편으로 떠나보낸 것이 내 안에 잠들고 있다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두 눈으로 보아버린 날이 차라리 후회였다
사람의 이름보다 짐승의 이름으로
어둠 속에 웅크린 날이 좋았다
기일이 같은 사람들
제삿밥 짓는 밤
가슴 가득 내리는 첫눈으로도 끝끝내 덮어버리지 못한
총성이 다슬기처럼 가슴에 달라붙던 그 광장
떠나간 사람의 이름이나 나직이 불러보며 음복한다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세상 어디 기억의 무덤 쓸 곳은 없다
벌초를 하고 절 올리며
그 간 잘 지냈느냐
겨울이 오는데 무덤 속은 따뜻하냐 속삭여 볼
기억의 무덤은 없다
강가에 나가 강물에 실어보내고
언덕에 올라 종이 비행기로 접어 날렸지만
어느 새 가슴에 와 밥그릇 달그락거리며
살고 있는 것들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망각의 별로 가고 싶다
그 곳에서 우물물 길어 올리는
소녀의 뽀얀 솜털을 적시는 첫 안개를 보고 싶다
망각 속으로 떠나가는 기억을 향해
별이 울리도록 잘 가라 손짓하고 싶다
누구나 센 물살처럼 흐르지만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기억의 그물
어쩌다 터진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어느새 밀물로 가슴 기슭으로 물결쳐 오고 있다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기억의 힘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기억의 생명력에 대해 말 할 필요가 없다
기억 속엔 증오의 숲이 물결치기도 한다
기억 속엔 세월의 힘으로도 끝끝내 지울 수 없는
사랑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기억이 어두운 세상 건너편으로 등불을 내 걸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 모두가 기억의 강물 쪽으로 돌아누워
잠들기도 한다
기억 속에 내리는 빗방울을 새기도 한다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기억이 수숫대로 밤새 서걱이고 있다
기억이 홀로 빈 들녁에 서 있다
기억이 밤하늘 아래서 울고 있다
기억이 먼 발치에서 흘러가고 있다
기억 속 막차도 떠나버렸다
기억 속 꽃잎도 다 져버렸다
기억 속 두꺼비집도 내려졌다
그래도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김왕노 시인의 '기억형상합금'이란 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요 기억은 구부러지지 않을 겁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과
그리고 지금 내가 참 많이도 그리워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 기억의 시간들이
그 사람도 알게 되겠지요.
얼마나 긴 시간들을 사실은 기대하고
긴장하면서 기다렸던걸....
그렇게 지금 내가 이 늦은 나이가 되어서도
사랑으로 인한 통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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