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교토 손두부맛을 아세요?-하코네 음식기행

패션 큐레이터 2007. 9. 27. 00:29

 

 하코네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사실 유리공장보다도 사진으로 보시는 억새풀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을빛을 닮아 마치 청보리밭을 거니는 느낌을 발산하는 초록과 청록, 그 사이에 미만한 황토빛이

어우러져 토해내는 자연의 청신함을 마음껐 느낄수 있었습니다.

 

억새 군락이 넓더라구요. 산책로가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오랜동안 거닐어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것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저 혼자 출장을 가는 길엔

사실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요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 여행은 미술관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작가선생님들과 컬렉터 분들도 함께 동석한 여행이여서, 자칭 미식가라 불리는 분들이

많은 여정이니 그 과정이 오죽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먹을 요량으로 들어갔지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만큼 유명한

교토식 손두부 요리집이었습니다. 청신한 빛깔의 대나무숲이 주변을 울창하게 감싸고 도는

그 풍광이 맑고, 더구나 멀리 보이는 호수의 물안개낀 형상도 눈에 서늘하게 들어옵니다.

 

 

일인분에 35000원 정도하는 식사입니다.

아주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식 손두부를 먹어볼 요량으로

꼼꼼하게 하나씩 간장에 찍어서 맛을 봅니다. 두부는 순 백색으로 한국과 똑 같습니다만

점성은 좀더 끈끈한 것 같았고요. 그래서 입안에서는 다소 쫀득한 느낌이 더 강한것 같았어요.

 

 

곁들여 낸 튀김들도 신선했구요. 미각에 맞는 것이 아주 좋더군요.

 

 

이번 동경부터 시작해서 흔히 매 식사때 마다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음식의 맛보다도

그것을 소담하게 정열해 차려놓는 일본식의 테이블, 그것이 풍기는 미적인 감성들이었습니다.

 

 

우리들 이외에도 다른 손님들로 북적대었구요.

한차례 빠져나간 터라 그래도 빈 자리가 보이는군요.

 

 

손두부를 �여내는 화로와 그 속의 숯과 옹기도 정갈한 것이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일본식 두부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 교토식은

가장 한국적인 면모와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무미 그 자체의 맛을

짧조름한 간장 하나에 의존해서 먹어야 하니까요.

 

 

식당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 숲, 그 빛깔이

고운 햇살의 입자 아래 퍼져나오는 풍광이 곱습니다.

 

 

고즈넉하게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 속에

정치하게 놓여진, 식당과 그 후면의 정원 모습이지요.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여우비가 한차례 내렸고

이후 바로 사진을 찍어서인지, 약간 어둡게 사진이 나오는 군요.

하코네 지역의 대표적인 호수가 눈에 보이고, 거기엔 범선 하나가 떠 다니고 있었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예전 출장길에는 항상 식사를 거르게 되거나, 사실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기도

하지만 혼자 먹는 것이 싫어서 대충 (흔히 하는 말로 때운다는)식의 식사를 많이 했지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 먹은 점심은 내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젠 삶의 작은 것들,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 정성스레 챙겨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손두부 맛에 대해서 써보겠노라 하면서도 사실 미식가가 아니어서 인지

제대로 묘사를 못했네요. 제가 아니래도 이곳 다음에는 맛을 비평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괜스레 실례되는 포스트가 되지나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린 것은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글들, 혹은 경험들을 올려보고 싶더라구요.

 

여행하면서, 출장다니면서 특이한 음식들을 참 많이 먹었는데

제대로 사진으로 남길 생각도 하지 않았던데다,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이제 다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네요. 추석동안 푹 쉬어서 그런지 잠이 안오는데요.

멋진 남은 한주 보내시길 기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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