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요일 하코네에 있는 베네치안 글래스 공장에 갔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본 풍광 중 아마 가장 화려하고도 섬세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지 않나 싶네요. 위에서 보시는 4만 5천개의 크리스탈로
만든 반짝이는 나무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유리공장 입구 입니다. 안에는 다양한 크리스탈로 만든 물품들이
보관된 뮤지엄과 멋진 레스토랑, 호수가 있다고 하네요.
작년 여름 베네치아 여행을 했는데 그래서일까
더욱 풍광이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초록빛 고색창연한 나무 배위에
세가지 빛깔의 크리스탈로 만든 풍선이 올려져 있더군요.
또 다른 플래시 나무 입니다. 4만개가 넘는 크리스탈로
햇살을 머금으면서 다양한 빛깔을 토해내는 그 영롱한 아름다움이 우리들의 시선을 끕니다.
이곳 뮤지엄에는 크리스탈로 만든 고전적인 제품과 현대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연대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 크리스탈로 만든 화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멀리서 찍은 베네치아 유리 공장의 풍광입니다. 다소 흐린 날씨여서
햇살이 밝게 크리스탈의 표면을 반사해주진 못했습니다. 연못 가운데 있는 나무도 크리스탈로
만들었더군요. 베네치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마치 일본풍의 정원 축조기술과
맞물려서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중세유럽에서 베네치아의 유리공예 제품은 귀족들을 위한
최상의 제품이었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광채를 머금은 크리스탈 제품은
당대 최고의 실력가들의 집안을 채우는 일종의 장식물이자, 그 권위와 미감을 표현하는 상징이었지요.
처음에는 분수인줄 알았습니다. 이 또한 수만개의 크리스탈 물방울을 연결하여
초록물빛 아래 그 화려함을 토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크리스탈로 만든 포도송이들이 송알송알 매달려 있습니다.
유리로 만든 제품들과 고전적인 형태의 중세풍 제품들이
어루어져서 유리의 역사와 함께 보석의 역사를 장식합니다.
그 섬세함과 정치함에 놀라고, 무엇보다도 은은한 하늘빛이
베어나오는 조명 아래 도도한 자태를 선보이며, 극치의 미를 보이는 작품들 앞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문양들을 일일히 손으로 입사해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밀한 세공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청록빛으로 채색한 크리스탈 위에 금으로 인각한 제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제품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마치 용이 승천을 하는 듯한
그 이미지에서 영화 <디워>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현대 작가들의 크리스탈 작품이구요
심플하면서도, 마치 유리가 살아있는 유기체인양, 소담한 선으로 채색한
형태가 아주 보기에 그만입니다.
언제부턴가 내 안 깊숙이 유리바다 출렁인다
하늘과 맞닿아 늘 설레는 곳 밤새 내려왔다가 오르지 못한 뭇별들이
은방울 마구 흔들어댄다.
실비단 바람 휘감겨오는 바다에 수묵화로 번지는 거대한 숲,
파도 소리에 맞추어 새들 깃들고 갯내음에 취해 나지막이 피어난 해초들 사이로
갈매기떼 한가로운 봄날 오후 뻘밭에 누운 길이 가까워 올수록 섬은
점점 멀어지고 초록은 짙어온다
하늘빛에 붙잡힌 바다를 두고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여전히 봄바다 울울리 푸른 숲에는 봄햇살 나른하게 몸 풀고 있는 ...
당신의 유리바다는 지금 햇빛사냥 중!
이소연의 <누가 유리바다에 초록 발자국을 찍는가> 전편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햇살 사이로 투과하는 크리스탈의 영롱함을 기억하며
보낸 짧지만 행복한 유리 박물관 기행. 그 시간의 입자들이 마치
크리스탈처럼 환하게 제 영혼의 표피를 껴안고 돕니다. 이 모든 시간 위에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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