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도쿄 미드타운을 가다-선토리 미술관에서

패션 큐레이터 2007. 9. 24. 23:27

 

일본 자유여행 일정 중 롯본기에서 보낸 시간들은

대부분 모리 미술관과 오늘 소개할 미드타운에서 보낸 시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기능주의 건축물과 주변의 5개의 또 다른 고층빌딩

녹지대가 어우러져, 근대적 모더니티의 도시, 동경을 새롭게 주형해 내고 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점포와 레스토랑, 쇼핑몰로 구성된 갤러리아와

플라자, 가든 내의 잔디광장까지.....일종의 작은 소우주를 구성하는

이곳에서는 무선 랜까지 가능하더군요.

 

 

토요일 휴일을 맞아 부산한 일정으로 다녀야 했던

미드타운의 전경입니다. 건물내의 동선은 매우 넓고 쾌적했던 것 같습니다.

 

 

고미술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롯본기의 두번째 대표적인 미술관

바로 선토리 미술관입니다.

제가 간 날은 일본의 병풍과 관련된 의고풍 전시들을 하고 있더군요.

 

 

1300엔을 주고 들어갔습니다.

일본 고미술에 대한 지식이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남더군요

한국과 일본 공히 병풍은 가정 내의 실내 장식을 위해 사용된 소품이었고

이것과 관련된 소품장식, 필법, 역사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선보였습니다.

 

 

비옴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당시 일본에서 수입한 병풍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일본의 난반무역을 통해 서구에 알려진 병풍은 실내장식의 아이템으로서

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아가 현대 실내 건축에서의 주요한 모티브로서

소품으로서, 그 용도가 확장되는 전기를 맞게 되지요.

 

 

빛의 포로가 되어 눈 가려졌으면 한다
빛의 감옥에 갇혀 눈 멀었으면 한다
빛의 제단에 무릎 꿇어 눈물 흘렸으면 한다
빛의 강물에 머리까지 잠겨서 눈 뜰 수 없었으면 한다
빛으로 동서남북 꽁꽁 묶였으면 빛으로 춘하추동 둘둘 말렸으면
그레서 내가, 네가 빛의 그늘이 되고 빛의 재가 되고
빛의 폭포가 되고 빛의 심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네몸에, 내몸에
빛으로 나무와 꽃을 그려넣고 빛으로 물고기를 그려넣고
빛으로 새와 나비를 빛으로 바위를 계곡을 누각을
그려넣었으면 한다 그래서 빛의 입술로 말하고
빛의 귀로 듣고 빛의 살갗으로 느끼고
빛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빛을 마시며 숨쉬었으면 한다
어두운 내게 불을 켜서 빛의 병풍이 되었으면 한다

 

김종제의 <빛의 병풍> 전문

 

 

이번 동경 자유여행을 다니면서

사실 동경 내의 모든 미술관을 다닌 것은 아닙니다.

사실 사진 전문 미술관과 우에노 지역의 5개의 미술관은 예전에 가보았지요

필름 카메라로 찍어낸 이미지들이 전부라, 스캔을 하지 못한채 방치해놓은 것들이라

아직까지 귀찮음으로 인해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토리에서 본 일본의 병풍은

한국의 병풍과는 또 다른 미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물론 한국의 십장생이나 백수백복도는 나름의 색다른 멋과 정취를 풍기지요.

이렇게 같은 동양이지만 항상 일본과 한국 중국과 인도는

그 자신만의 정체성들을 삶의 다양한 소품을 통해서도 발전시켜왔음을 확인합니다.

 

 

 오후나절 내내 돌았다면 도코 신미술 센타에서 열리는

시게오 아쯔이의 사진전도 볼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옆에는 후지 필름 사진 스퀘어가 있는데요. 이건 다음에 소개를 할께요.

 

 

갤러리 대표분들과 점심을 하기 위해

긴자로 서둘러 갔습니다. 그곳에 마쯔자카야 백화점 뒤편에 있는

워싱턴 호텔 지하의 식당에서 샥스핀 소바를 먹었습니다.

양이 어찌나 많던지.....사람들이 이거 일본식이 맞느냐고 다 물어보더군요.

 

 

햇살이 작열하는 인디언 섬머의 시간

도쿄의 거리는 차가 없어서 한적하고 여유로왔습니다.

 

 

어디를 가건 패션 제품이나 텍스타일을 보면 항상 눈길이 가서요

한컷 찍었내요. 짧은 도쿄에서의 시간도 조금씩 조금씩 만삭의 순간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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