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케냐 롱가이에서.....사랑에 홀리다

패션 큐레이터 2007. 8. 22. 01:46

 

Copyright : 홍진환

 

케냐에서 돌아온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생생한 기억들

어래미로 쏟아지던 순은빛 햇살의 시간들이 내 기억의 망막을 통과합니다.

오늘은 이 여정에 우리와 함께 해준 저널리즘 사진작가 홍진환 님의 케냐 사진과 함께

아스라한 기억의 형상합금들을 되돌리는 작업을 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갈무리가 되겠지요.

도착한 첫날 부터 우리를 위해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준 아이들이 기억납니다.

 

Copyright : 홍진환

 

이번 여행이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 베풀고 준비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식사시간이 기억납니다

 

Copyright : 홍진환

 

 롱가이 지역에 첫날 들러 그 주변들을 살피고

주변 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검으나 희나 땅의 백성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위리안치 아득한 적소의 변방에서

생의 자락들은 여전히 힘차게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기억합니다.

 

Copyright : 홍진환

 

롱가이 지역 시장의 아이들은 고왔습니다.

표정속에 깃들어 있는 미소가 내 가슴에 퍼질때마다, 사랑이 발그스레한 홍옥처럼

가슴에 와 열리고 맙니다. 이래서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하나 봅니다. 그 경계에서 능금꽃을 피우기 위해서요.

 

Copyright : 홍진환

 

그곳에 가기만 하면 나누어주겠노라며 큰 소리 쳤던

평화는 온데간데 없이 내 안에서 사라졌고, 새록새록 내 얼굴로 찾아오는 가난과

질병과 고통의 복병들, 아이들의 눈물 방울에서 뻐마디 좀먹고 삭아 푸석거리는 육신의 밤을

기억해 내고선 함께 울어 버리고 맙니다. 미안합니다. 젊어선 몰랐던 세상 이면의

어둠의 밑둥이 이곳에서 저 아이들을 잡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Copyright : 홍진환

 

아이들을 볼때마다 전 낮은 흐느낌 속에 울어야 했고

제 안에는 비 뿌리는 소리로 무수한 구멍을 가슴에 뚫고 가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입술에선 선듯한 맨살이

단단한 대못에 박혀 굳어버린 살이 되고 슬픔은 다시 다가와 상처로 자리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며 생각하고 맙니다.

이들이야 말로 내가 한 생애 걸어 노을 속에 돌아오는 땀과 눈물의 벽돌 찍어 만든

그 황토빛 집인것을, 내 안에 격절되어 버린 거리 속의 섬인 것을 말입니다.

 

Copyright : 홍진환

 

케냐의 초겨울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아이들의 미소는 소리없이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섰고

환한 웃음을 두볼에 문채, 영혼의 기갈 풀고자 옷고름을 푸는 유배지의 객을 맞이하고 맙니다.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그들에게 준 것이 없습니다. 오로지 받기만 했습니다.

 

Copyright : 홍진환

 

자전거를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의 모습에서

잃어버렸던 내 자신의 기억들을 헤집어 내고선, 내 기억의 형상합금을

다시 우물우물, 내 손으로 하나씩 엮어가야지 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또 고맙습니다. 그들로 인해 내가 살아납니다.

  

Copyright : 홍진환

 

 롱가이의 한적한 정경들....

꽃잎에 꽃잎을 포개어 따스한 이불을 만들어 준 그 인간의 마을에

우리가 있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입을 것을, 먹을 것을 가져다 준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준 영혼의 이불, 이제는 남루해져버린 내 안의 풍경을 덮는 데 써버리고 만 것입니다.

 

Copyright : 홍진환

 

고단하지만 지속되는 생의 역사 속에 오늘도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고

 

Copyright : 홍진환

 

진귀한 것을 보고 만 것처럼 놀라운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다는 다시 한번 타자의 시선으로 응시합니다.

 

Copyright : 홍진환

 

우리의 가슴을 상처입히고 찌르는 그 우연성의 시간들

사진이 응고시켜버린 기억의 형상들이 우리 속에 잔잔하게 떠오릅니다.

 

Copyright : 홍진환

 

그들에게 감사해야 겠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다는 걸 감사해야 했습니다.

내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기갈한 영혼을 위해 잠시 서야 했고

나를 인도해야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내 손을 잡아준 이들이 고맙습니다.

 

Copyright : 홍진환

 

오늘도 일어나 창을 엽니다. 창을 연다는 것은 이 작은 일상의 행위는

내가 살아 있기에 살아서 아직은 눈부신 해 아래 설 수 있기에 날마다 거행하는 거룩한 아침의 예식입니다.

모든 창, 모든 문들은 아침을 위해 출발을 위해 예비되어 있고 문 저편엔 언제나 낮설고 쓸쓸한 타관

마르지 않는 눈물과 사랑의 싸움이 있고, 사막을 건너던 먼 청춘의 낙타등 넘어 끝나지 않은 만남과 이별들이

어깨 툭툭 치며 하얀 이빨 싱그러히 웃으며 지나가고,

 

지금은 겨울 뜰에 앙상한 수목들 숨죽여 추위 속에 떨고 섰지만

봄은 분명 은사시나무 끝에 오고 있으니 나는 그 약속을 위해 다시 한번 문을 열고

떠나야 합니다.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의무로 오늘도 일어나 창을 엽니다.

 

홍윤숙의 <오늘도 일어나> 전편

 

호스피스 사역동안 창을 말끔하게 닦아내는 후배의 모습은

마치 조리 속에 우리들의 기억을 조려내는 햇살을 닮았습니다.

케냐에서, 사랑을 생각했고, 사랑에 홀렸습니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 사로잡혔던 것입니다.

지금 이곳, 그곳이 아닌 이 먼곳에서도 나는 그들이 그립습니다. 잊지 않으려 합니다. 반드시 다시 가겠지요

사랑에 홀린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배웁니다......그 사랑을 주신 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한가 봅니다......나를 기억해 주세요.

 

모든것들이 고맙습니다......아름다운 여행과 만남, 소중한 기억들 이제 뒤로 보냅니다.

Asante.....고마와요. 케냐, 그리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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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으시는 곡은 S.E.N.S의 Remembering Me 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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