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키베라의 아이들-9회말 2아웃, 희망의 홈런을 날리다

패션 큐레이터 2007. 8. 18. 00:25

 

오늘은 케냐 여행 6번째 이야기를 쓸 차례다.

소개할 곳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남서부로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키베라(Kibera)지역이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케냐판 꼬방동네인 이곳은 세계 3대 빈민가로 유엔이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키베라(Kibera)의 의미는 원래 수단어로 정글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지역의 슬럼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원래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영국정부는 1차세계대전 시 그들을 도와 참전한 수단의 누비아 사막지역에 사는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나이로비 외부에 있는 지역의 토지를 할양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인

포섭이 깔려 있다고 한다. 당시 케냐의 토착민중들이었던 키쿠유족들은 마우마우운동(Mau Mau Movement)을 통해

대 영국 식민통치에 대한 반대 및 독립 운동세력을 형성했는데, 이 수단의 군인들이 이들을 배신하고

영국정부에 복종한 것이었다. 이렇게 수단의 누비안족들이 이 지역의 토착민으로 성장하게 되는 배경이다.

 

 

1963년 케냐가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후 정부는 이 지역에 허가받지 않은 다양한 주거가옥을

건설했다. 1970년대 이후 집주인들은 법적 제한을 넘어서는 많은 수의 임차인들에게 이 지역의 부동산을 임대했는데

이런 수요가 발생한 것은 집주인들이 정부의 허가한 내용보다 저렴하게 임대료를 주었기 때문이라고한다.

이후 이러한 불법적으로 지어진 가옥들이 더욱 증가추세로 들어서면서 오늘의 키베라를 형성한다.

 

 

이런 소문은 삽시간에 다른 지역으로 퍼져 다른 인종들과 부족들이 이 지역으로 집주하게 끔 되었고

이후 케냐의 토착민인 키쿠유 족이 1974년을 기점으로 이 지역의 행정자치구를 점유하는

상태가 되면서 기존세력이었던 누비안족과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마찰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2002년에는 대형 방화사건이 이로 인해 일어나기도 했다.

 

 

키베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연구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빈민가다.

나이로비라는 현대적인 도시 한 가운데 형성된 빈민촌인 까닭도 있지만, 거주문제를 관할하는

 유엔 산하의 해비타트 본부(사랑의 집짓기 운동)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님도 이곳을 다녀가셨다고 한다.

 

 

헤비타트와 다양한 NGO들의 노력이 결합되면서

이 지역은 사실 예전에 비해 많은 활력을 찾고 있고, 세계의 대학과 건축사무소에서도

이곳의 거주문제와 주택에 대한 대안들을 마련하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키베라를 방문하기로 한 전날, 폭우가 내렸다.

원래 부터 이 키베라 지역은 그 토양의 질이 매우 열악해서 일반 교통이 들어갈수도 없는 곳이고

주택을 헐고 새로짓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원래 이 곳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기차 레일이 깔려 있다. 시장 한 가운데를 관통한

열차는 남쪽의 키스무(Kisumu)지역으로 가는데, 대부분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거나

마타투스(Matatus)라 해서 택시를 함께 타기를 통해 도시로 나간다고 한다.

 

 

이 지역의 대부분의 토지가 쓰레기와 폐기물로 덮혀 있는데

대부분의 주거가 이런 견고하지 않은 상태 위에서 건축되기 때문에

홍수가 날 경우 대부분 침수되거나 매몰되고 만다. 이것이 이 지역의 집짓기 운동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마구잡이로 들어선 지역내의 가옥들이

너무나도 촘촘하게 서로 밀집해 있어서 어떤 곳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짓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 또한 집짓기에 불리한 요소다.

대부분의 건축 자재를 손으로 날라야 할 정도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놓기가 어렵고

게다가 범죄율이 높아서 건축자재에 대한 빈번한 도난과 방화 또한 이런 상황들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어디를 가건 아이들을 본다. 또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삶의 조건, 그 열악함 속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존재가 바로 이 아이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떤 아이든, 그 피부색과 인종, 부의 유무에 상관없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믿고 있다. 

 

 

 이 지역의 토양문제, 고질적인 범죄율, 만성적인 인종간의 갈등은

이곳 키베라에서는 언제든지 볼수 있는 풍경이다. 그렇다 보니 그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아이들의 삶이다. 케냐 전체로 볼때 에이즈에 걸린 220만 인구 중 5분의 1이

바로 이곳 키베라에 거주하고 있고, 아이들은 항상 가장 큰 감염의 위험속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들의 눈망울을 볼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메인다.

삶의 곤궁과 가난한 시대의 풍경이 아이들의 망막 속에 일종의 습관처럼 베이지 않도록

지금 변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난 용기가 없다. 한 생애 내내 단아한 한 편의 시를 쓰고 싶다던

내 작은 욕망은, 너무나도 배부른 욕망이었다.

 

 

남새스런 삶의 현장에서도 아이들의 미소는 우리를 환하게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배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고 사는 존재임을, 여기 이곳에서

난 또 다시 하오의 무료한 햇살 위에 가벼운 웃음을 날리는 이 아이들을 통해서 그렇게 또 배우고 만다.

 

 

내가  만난 아이 죠니, 지금 9세라고 했다. 습관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넌 꿈이 뭐야?  저요? 야구선수요. 놀랍다.  원래 아이들과 이 시간이면 야구를 하는데

엄마 부탁으로 물심부름을 한다고 했다. 멋진 야구 선수가 되어달라고 그때를 위해

사진 한장을 찍겠다고 했다. 살포시 미소를 머금으며 입술을 모은다.

 

이 아이가 자라서 반드시 이 척박한 삶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낼

생의 그림을 완성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 도처에 깔린 위험과 생의 무게를 뒤로 하고

다이어몬드 구장에서 멋진 홈런 한방을 날려볼 그 날을 기다려야 겠다.

9회말 투아웃, 삶의 결정권에 대해서 스스로 믿음을 건 저 아이들의 손에서 희망이 잉태할 것이다

 

 

이곳 키베라에서 본 인터넷 카페다. PC 방의 모습이다.

대문의 빛깔이 곱다.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간의 부가 편성되는 시대다. 저 아이들이

좀 더 풍성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오랜 풍화 속에 지워져 가는 상처들

인종적 갈등과 가난의 대물림, 손끝에 와닿는 물 한방울에도

아이들의 채취와 그 영혼의 아픔이 깃들어 있다.

 

 

헤비타트 운동이 계속해서 이곳에서 활성화 되길 빌어본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미소를 통해 새롭게 배운것이 있다. 저 아이들이 내게는 집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진 빚과 죄가 많고 몸 보다 무거운 내 영혼의 무게를 추스리지 못할때

이 아이들은 내게 정녕 집이었나 보다.

 

타지에서 보는 잔열의 햇살이 조금씩 엷어질때

이 키베라의 밤엔 자주 비가 내렸다. 만성 천식과 말라리아로 쿨룩거리는

아이들의 마른 늑골 사이로 생을 구속하는 무거운 열차바퀴가 동네 어귀를 통과한다.

삶이 고단했다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함부로 떠들지 못하겠다......미안하다. 아이들아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정호승의 <밥먹는 법> 전편

 

 점심 때 만들어간 주먹밥을 먹었다. 목이 메였지만

왠지 나는 밥을 법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없애야 하나......내 영혼의 다비식을 이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서 마치며 그렇게 돌아온다.

 

그리고 손을 모은다.....조니가 생각날것 같다. 삶의 하중들, 그러나 그 속에서 다시

강철의 꽃이 필것을, 나는 믿는다. 메이저 리그에서 저 조니의 미소를 반드시 확인하고 싶다.

Are you OK?  자 이제 저 정글이라 불리는 키베라를 멋지게 벗어나보자

쳐보는 거다. 희망의 안타를, 우리들의 9회말 투아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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