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우토로에 평화기념관을 세워주세요-건축가 마야 린을 생각함

패션 큐레이터 2007. 8. 21. 13:26

 

5년전이었지 싶다. 미국 동부 전역을 열심히 차를 타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

하버드와 M.I.T가 있는 보스턴,필라델피아,워싱턴 등 거의 대부분의 동부지역들을 돌아다녔다.

앨링턴 국립묘지를 놀러갔다가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보다 문득

오늘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토로 문제에 여론의 촉각이 예민하다.

그 사안이 가진 중층성으로 인해서 사실 어떤 편을 명확하게 들어야 한다라는 것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한국은 항상 사할린이나 연해주, 혹은 이번 사안과 같은 일본에 이르기까지

강제압송이나 이주에 의해 자신의 본향을 떠난 거주민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해방 이후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난 이후에도

그들을 자신의 고국으로 불러들이는 문제에 인색해왔다.

 

 

<베트남 전쟁 기념관-마야 린의 작품>

 

오늘은 이 우토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보나 고민을 하다가

지금 현재의 여론처럼 국가가 이 우토로 지역의 땅을 재매입할 경우

이곳을 어떻게 발전시킬수 있을까?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되 이러한 행동들이 현지 일본 사람들과의

관점에서 보아도 유연하게 잘 맞물려 들어가게 할 만한 방법을 찾자는 것이 사실상 오늘 글의 취지다.

 

나는 어떤 사안을 놓고 의사결정을 할때, 당위성에 매이는 걸 매우 경계한다.

그래서 난 이런 문제또한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고, 정부와 민간, 그리고 우토로의 주민들까지

뭔가 생산적인 논의가 되고, 그것에 민간 자본이 유치되려면 역시 여기엔 당위성에 의한 해결보다는 이익을

강조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부가 땅을 매입할 경우 그곳에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민간 투자와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뭔가를 설립하거나 세울때는 이를 통한 상당한 이익이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소통시켜주어야 한다. 사람은 혜택 앞에서, 이익 앞에서 오히려 자신의 긴 코트를 벗는 법이다.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 기념관이다. 전후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가 겐조 탕기가 설계한 건물이다. 겐조 탕기에 대해서도 할말이 정말 많지만

오늘 소개하고 싶은 건축가는 바로 마야 린(Maya Lin)이라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녀는 유독 전쟁 기념관 건물들을 많이 설계했다. 그녀만의 독특한 철학이 많이 녹아 있어서

예전부터 대서특필하고 싶었다가, 이번 우토로 사안을 앞에 두고 문득 그녀가 생각이 난 것이다.

첫번째 사진에서 보신 워싱턴에도 그녀가 디자인한 베트남 참전 기념관이 있다. 국립기념관인데 여기에

그녀가 만든 특이한 이정표가 하나 있다. 참전자 모두의 이름이 쓰여져 있고

그 위로 물이 흐른다.....계속해서, 단순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발산하는 조형물이다.

 

 

마야린은 건축에서 일반 예술 장르까지 모두 섭렵을 하면서

50대 후반이 넘은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서 다양한 기념관들을 설계하고 디자인 하는

예술가로 정평이 나있다. 물이 흐른다는 것, 그녀는 이상하리 만큼 이 장치를 고수하는 버릇이 있지만

그녀가 물에 집착하는 이유가 아마도 새로운 살이 돋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생명의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왠만한 그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마야 린 <전쟁 기념관> 참조사진

 

이상하리 만치 다양한 나라들을 다닐때 마다 전쟁이나 혹은 기념관들을

한번씩은 안 빠지고 다닌 기억이 있다. 왜 기념관을 세우는가? 여기에는 물론 당위적 차원과

상업적 차원이 혼재한다. 당위란 물론 국가가 의당 역사적 상황에 의해 억압과 고통을 당한 국민들을

포섭하고 그들을 기념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우토로 사안 하나만 놓고 보면

사할린과 연해주, 이외에도 강제징용되어간 이 땅의 백성들이 얼마인가? 이 문제를

큰 틀에서 보자고 하면 이런 문제가 부산물로 따라나오고, 이 우토로 토지를 매입할 경우

다른 지역에 부역된 우리 국민들의 문제또한 수면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자꾸 미온적으로 차일 피일 미루어 왔던 것은 이런 관점에 의해서다.

 

 

내가 보기엔 우토로는 적어도 우토로 자치현은 이런 기념관 건립을

통해 여러가지 잇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야 하지 않나 싶다.

쿄토의 우토로는 반전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남아있지만, 전쟁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이런 점은 전혀 소구점이 되지 못한다.

 

캔사스 시티 <리버리 메모리얼>

 

단 이윤에 눈이 빠른 일본인들이 하나정도는 분명히 하고 가지 않을까 싶다.

최근 우토로 지역 토지 소유권자가 한국정부와 민간단체에 시간적인 여유를 준 것도 그런 관점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캔사스 시티의 리버티 메모리얼이다.

이 건물은 1차 세계 대전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이다.

 

 

높은 종탑이 있어서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다.

교토 지역 내의 우토로 마을에도 이런 전쟁 기념관이 세워지면 좋겠다.

그건 교토란 공간의 마케팅을 위해서도, 이를 통해서 전쟁을 통해 양국에 난 상처의 금을

메우려는 당위적인 노력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워싱턴이나 캔사스 시티, 최근에 다녀온 호주에도

이런 전쟁 기념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는 것은 충분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갖는 교육적 기능과 커뮤니티 내의 창의적인 쉼의 공간적 기능

우토로 지역내의 다양한 사이트들, 온천을 비롯한, 과의 연계기능을 통해서

충분히 고객 트래픽을 확실히 높여줄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쟁 기념관들이 하고 있는 기능들이다)

 

 

마야 린의 <인권 기념 박물관> 설계 디자인

 

일본 내에서도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원폭의 피해를 입었던 지역의 사람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우경화적인 견해들에 대해

지지 표명을 안하고 있다. 우토토 지역의 문제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 노력으로 뭔가 양 국의 우호를 다지는 이정표를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선회했으면 좋겠다.

 

일본으로서도 양국의 화합을 생각하고(솔직히 말하자면 칭찬받을거 다 받게 해주고)

한국으로서도 반전의 상징으로서, 공동체의 아픈기억이 아스라히 남아 있는 그 공간에

이정표가 될 만한 기념관을 건립하고, 또한 그 주변에 발생하게 될

일련의 상권들을 기존의 우토토 주민들의 자립근거로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토로에 살고 계신 80이 넘으신 노인들은 그 복지시설과

향후 대책을 일본에서도 고민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런 이정표를 통해 이분들을 흡수하고

정당하게 급여도 주고, 생계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지 싶다.

(이런 부분은 웨일즈 지방의 지역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면 큰 도움이 된다)

 

꼭 기념관이 세워지면 우리도 마야 린이 디자인 한

그런 좋은 조형물을 세워보면 어떨까 한다. 우토로에서 그 버겹고 힘든 부역의 삶을

살아오신 모든 분들의 이름을 하나씩 대리석에 각인하고

그 위에 물을 흘러내리게 하면 좋겠다. 이제는 좀 잊고 상처도 극복하고 그렇게 평화를 향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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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시는 곡은 메이 세컨의 연주로 듣는 <하늘과 손을 잡고>입니다
이제 우토로를 위시로, 이 땅의 그 아픈 역사들을 치유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손을 잡아야 할 때인듯 합니다.
원래 블로거 심샛별 님의 제안에 따라 우토로 사안을 공간의 디자인이란
차원에서 살펴보려 했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리서치를 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
오늘 글이 매우 부족합니다. 용서하시고, 우토로에 대한 작은 관심 꼭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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