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진_숨기고픈 상처난 마음_천위에 석판화, 오브제_100×30×5cm_2000
누군가 내게 사람의 생은 무엇으로 만들어 지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기억의 흐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잊고 지우며, 또한 돋우며 그렇게 살아간다.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려던 그해, 압구정 인데코에서 보았던 작품이었지 싶다.
김이진의 석판화 속 가슴을 가리운 두 손의 형상은 진실의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석판화Lithography와 염색_Dye기법을 사용해, 같은 형상을 판화종이와 그 외 지지대에 찍은 후
각각 평면과 입체로 색다르게 연출한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기억이 갖고 있는
'반복 속의 변형'을 유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진수_상처입은 기억의 치유_2007
흔히 테디베어를 가리켜 Transitional Object라고 말하곤 한다
어린시절의 분신이었던 인형은 언제부터인가 잊혀지고 방구석에 혹은 상자속에 담겨져
버려지거나 망각된다. 그러다 우연하게 청소를 하다 찾아내기도 하는 그런
대상이 되어 버린다.
권여현, 상처-트라우마, 캔버스에 유채, 2005
권여현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참 놀랍다. 난 그가 그려내는 작품들을 볼때마다
항상 소스라 치게 놀라게 될때가 많다. 흔히 말하는 스타급 화가로서 작가로서
뭐 그리 답답할 것이 없을거 같은데, 지치지 않고 소통이나 하면서 그냥 사회적인 성공을 향해
묻어가면 될 것 같은 그의 작품 속엔, 켜켜히 쌓여있는 상처의 지층이 보인다
그림 속 주인공의 모습이 때때로 나 자신의 모습과 그리 멀지 않다고
느낄때도 있고, 버겹기만한 생의 무게를 여전히 동결시키는 상처들은 이제 단순한 생채기가 아닌
기억의 형상합금처럼, 특정 순간에는 상처의 형태를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세상에나 어제가 6월 25일이었던 걸 이렇게 어렵게 기억해내다니
개인의 상처와 사회 전체의 상처는 이제 역사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응고되고 있나보다
그냥 살아가는 하루가 되어버린 기억 속의 전쟁, 아픔
김혜련의 작품을 보다 그런 감정들이 토사물처럼 몸 밖으로 튀어나온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나와 너.....가 필요하다는 걸 또 배우고 익힌다
서로의 대화는 대칭형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 메세지의 빛깔은 서로에게
동일하지만은 않아서 내가 보내는 백색의 메세지는
그 혹은 그녀의 붉은색 담화와 충돌해 버리고 만다
이영조_치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97cm_2006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사로잡는 것은
상처란 탐닉을 위한 것이 아닌, 치유를 위해 존재하는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란 점이다
이영조의 작품 속 사람의 몸에서 발산하는 초록빛 열매들은
상처의 씨앗들을 다시 모아 피워낸 기억의 형상합금들이다......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도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 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꽃 향기가 난다
복효근의 <상처에 관하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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