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아주 특이한 전시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매혹적인 부재-Absence Adorned>라는 전시였는데요
내용이 너무 좋아서 전시 카탈로그를 신청했습니다.
카렌 라몬트란 작가의 개인전이었는데 특이한 것이 유리로 옷을
표현했더군요. 오늘 받았는데 사진들이 어찌나 멋지던지요. 전시도록의 발문을
세계적인 미학자인 아서 단토가 썼더라구요.
전시 카탈로그 보면서 이렇게 흥분해 보긴 처음입니다.
전시가 열린 다우 코닝 미술관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다우 코닝사는 유리 및 화학제품 제조사로 유명하지요.
그들은 자신들의 박물관을 통해 유리로 제작한 작품들을 해마다 전시하고 있어요
전시회의 풍경입니다. 누워있는 유리로 구어낸 옷의 인상들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눈을 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렌 라몬테 <드레스 임프레션> 2005년
유리 캐스팅, 다우 코닝 미술관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작가 카렌 라몬트는
오랜동안 옷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인간의 허영과 욕망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카렌 라몬테 <드레이프 임프레션> 2005
캐스팅 유리, 다우 코닝 미술관,
저를 매혹시킨 것은 무엇보다도 어떻게 유리라는 물성을 가진
소재를 가지고 우아하게 낙하하는 옷의 특성을 표현할 수 있었을가 하는 것이었어요
저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답니다.
지금 보시는 <드레이프 임프레션>은 특히나 충격이었어요
드레이프란 옷의 물성 중 하나인 우아한 주름을 의미합니다.
그리스 시대부터 이 드레이프는 항상 착용자의 높은 신분과 지식, 사회계층을
의미하는 일종의 메타포였지요.
카렌 라몬트 <유리로 만든 빨래집게> 2005년
빨랫줄에 걸려있는 유리로 빚어낸 다양한 옷의 형태가
물빛 투명함 속에서 우리의 망막을 흐트러트립니다.
왜 이 전시의 제목이 매혹의 부재였을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유리만큼 투영도가 높은 소재가 없을텐데, 그만큼 반사되는 정도의 매혹의 배후엔
이미 투명할 만큼 투명해져서 어느것도 만져지지 않는
실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구요
카렌 라몬테 <장미 드레스> 2005, 실물 크기
캐스팅 유리
겹겹이 마치 여인의 속살을 헤집고 파들어가는
장미의 암술형태를 빌어 만들어낸
유리 드레스를 보면서
그 고혹적인 매력과 투명함 속에서 더욱 강도깊게 토해내는
복식의 에로티시즘을 느끼게 됩니다.
카렌 라몬테 <튤립 드레스> 2005
캐스팅 유리
유리의 고른 입자위에 덧입혀진
여인의 욕망과 상념의 무게가......너무나도 투명하게 그려진 탓에
그저 만지면 얇고 정연하게 저며지며 만들어진 겹겹의 주름과 그 안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인의 좌상이 손에 잡힐듯 합니다.
카렌 라몬테 <드레스 임프레션> 2005
기공세포의 포자가 날아왔다
빛과 수분과 공기를 저장하며
몸의 열두 배 스무 배까지 온몸으로 폐를 부풀린다
물에 잠겨 있어도 큰 나무의 뿌리와 어린 줄기를 감싸고
제 몸은 허공에 매달리는 헛뿌리로 살아간다
비단실이끼 낫돌이끼 새우 봉황이끼
서로를 의지한 채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습기를 저장하고 물을 저장하며
생명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간다
텅 비어 있으므로 투명한
유리세포, 기공세포 그리고 눈물세포, 웃음세포
원시림의 숲은 생기가 돈다
명주실 이끼집은 빛과 수분과 공기 속에 언제나
포근하고 따뜻하다
이선옥의 <비어있으므로 투명한> 시 전편
투명하다는 것은 텅 비어 있다는 것이고, 새로운 것을 언제든 채울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해준 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또 그렇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순수의 오브제를 배우게 됩니다.
삶을 역시 살며 살아가며 배우는 과정임을 익히게 되네요
이소라의 목소리로 듣습니다.<봄>.....이제 그 계절의 끝에 서있네요
행복하세요
http://tvpot.daum.net/my/MyPotTop.do?ownerid=yP2yP7lyLQA0&svci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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