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미술 속 매혹적인 패션 문신

패션 큐레이터 2007. 6. 23. 03:35

김준 <파티-에르메스>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최근 신문에 한 타투이스트의 구속을 둘러싸고

문신의 자유와, 타인의 시선을 위해 자제를 부탁하는 양쪽의 입장이

날카롭게 개진된 걸 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위생과 신체 건강의 문제를 들어

문신 시술은 정식 의사에게서 시료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수요에 비해

실제 의사의 숫자가 10여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시술이 판을 친다는 것이었지요

 

김준 <파티-디오르>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원체 패션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실상 문신은 대부분 패션의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그 역사와 현대패션의 변용의 문제들을 연결지어 사유해왔습니다.

 왜 사람들은 문신을 할까요? 자기자신의 확장이나 자아표현의 확대라는 기본적인 이유 외에도

결국 신체라는 제 2의 피부 위에 물질로서의 옷이 아닌, 다른 방식의 옷을 입히는

과정이라고 사람들은 그저 생각해 왔습니다.

 

문신을 몸에 새기기 위해서는

신체에 대한 상해를 전제로 하며, 예전의 종교적인 속성의 기하학 무늬를 비롯하여

블랙 엔 그레이, 그리고 우리가 흔히 문신하면 떠올리는 야쿠자의 이레즈미라고 해서

 온몸에 먹으로 그림을 새겨넣는 것도 있습니다.

 

김준 <파티-루이비통>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오늘은 바로 이 문신을 일종의 오브제로, 혹은 테마로 삼고 있는

작가 김준 선생님의 최신작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작품 속에 드러난

<문신>들의 다양한 의미들과 그 상징성 또한 가볍게 언급하려 합니다.

저는 누구나 몸에 문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할때가 있습니다.

이게 무신 말이여? 하고 물으실수도 있을텐데요.

 

우리는 흔히 교육이란 걸 받고, 정치적 노선, 혹은 학문적 견해의 차이

계층에 따른 문화소비등, 다양한 차별화된 사회적인 사실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오랜 세월동안 우리 몸속에 축적되면서 지워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몸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김준 <레드 슈 다이어리> 디지털 프린트, 2007

 

패션의 예를 한번 들어볼께요. 흔히 패션을 가리켜 제 2의 피부라고 말합니다

세컨드 스킨이라고요. 옷은 사회적으로 승인된 스타일, 사회에 대한 동조성의 수준을

표현하는 하나의 지시체라고 까지 이야기 합니다. 영국에서는 그가 입은 패션의 스타일에 따라

정치적 노선의 빛깔을 명확하게 알수 있다고 하지요.

 

가령 사회민주당을 지지하는

남자는 막스 앤 스펜서를 입고 여자는 로라 애슐리를 착용하고

자유당의 경우 코르덴 바지와 트위드 재킷을 기본으로 입고요, 노동당은 청바지와 운동화

마지막으로 보수당의 경우는 세로줄무늬가 있는 세빌로우에서 맞춘 수트를

입는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거의 대표성을 띠는 의상이라고 하더군요

 

김준 <파티-돈트 무브>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어떻게 이런 통계가 가능할까? 거기에는 바로 옷이란 것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사회화된 자아를 표현하는 일종의 매개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작가 김준 선생님의 작품에

나오는 파티 시리즈에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나아가 열린 우리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의미들을 몸에 자연스레 새기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을

그 자화상을 아련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김준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신념과 취향, 혹은 정치적 소신, 특정 이념에 대한 생각들은

마치 살갖을 찢어 먹으로 그려낸 문신처럼, 결코 지워지지 않고 영속적으로 우리를

가두기도 하고, 우리를 특정 상황에서 규정하기도 하면서, 우리의 행동을 구속하지요.

(실제 문신을 지우기 위해서는 레이저로 산화철을 태우는 방법 밖에 없답니다)

 

김준 <파티-클라크> 디지털 프린트, 2007년

 

김준 선생님의 작품을 하나씩 유심히 살펴보면서

패션 브랜드의 로고와 이미지들이 마치 문신처럼 우리들의 신체에 박혀 들어와

우리의 소비와 행동을 규정하는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준 <파티-아레나> 디지털 프린트. 2007년

 

문신 아닌 게 어디있으랴  세상에 뿌리 깊게 내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은행나무도 부드러운 어머니 흙 대신
뜨겁게 달아오른 검은 돌 가득 채워 놓고 바퀴 달린 것들 광속으로 달려가는 큰 길도
그 길을 제 길 마냥 걸어다니는 날개 찢긴  비둘기도
지상에 문신 새기러 나온 것 아니냐

생각해 보니 세상에 잠깐이라도 바람 쐬러 나온 것들
흘러가는 강물이라든가 숲속을 스치는 바람이라든가
한 세상 이웃하여 살다가 보니 누군가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것도
그것도 싫어 달과 별을 애인 삼아 깊은 산속의 절로 가거나
발길 흔적 없는 섬으로 가거나 예리한 칼날로 살갗을 찢고


마음속에 들어와 색색의 화려한 물감으로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겨놓은 것들
그것이 문신 아니냐 그러고 보니 내안에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
마음을 찢고 아프게 새겨진 것을 내 사랑하는 그대는 알까

 

김종제의 <문신 세기다> 전편

 

살아가면서 누군가 한번쯤 다 마음을 찢고 무언가를 새겨야 할때가

온다고 생각해 봅니다. 무엇을 새길까를 고민해야 겠습니다. 여러분에 대한 사랑 하나

제대로 새겼으면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사랑중독에 빠지게 해주셔서요 러브홀릭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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