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발레리나를 삼킨 악어

패션 큐레이터 2007. 4. 20. 23:28

 


헬무트 뉴튼(1920-2004)

<오달리스크로서의 이만>, Nice_컬러인화_100×100cm_1991

 

일을 핑계로 해외로 다니는 일을 밥먹듯 하고 있지만

많은 도시들을 다시며, 여전히 기억에 남는 도시가 있다면 바로

베를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럽 최고의 백화점 카데베의 역사성과는 달리

너무나도 부실했던 쇼윈도우며 장식물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소비성이, 그 장식적

세련미가 얼마나 화려하고 뛰어난 것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본적이 있지요.

 

저는 이번에 출간될 책을 통해 패션에 대해서

좀 깊이있는 사색을 했습니다. 적어도 우리내 삶에서 옷이란 것이

단순한 장식물이나 겉을 두르는 사물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과 풍경과의 만남을

집약해주고, 내 안에 있는 도덕율과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라고

저는 이야기했고, 여기에 따라 그림들을 설명했습니다.




헬무트 뉴튼_<네명의 패션 누드 모델>, 파리에서 촬영
(양면화 중 왼편)_흑백인화_1981
 
독일 베를린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의 작업은
이런 의미에서 패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답변을 동시에 던져줍니다.
패션은 옷이란 매체를 입음으로써 완성되는 행위이자
그 옷을 입은 사람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착용자의 시선과
철학, 생각의 방식들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네명의 옷입은 모델>, 니스, 흑백인화, 1990


자신이 만족하는 사진이 아니면

그것은 사진이 아니라며, 끝임없이 패션이란 매개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지어낸 사진작가 답게, 그의 사진속에는

다른 패션 사진에서 볼수 없는 환상과 엄연한 현실의 경계가 옷을 통해서 만들어 지지요


 여성의 누드, 그것도 정장 아래 감춰진 아름다운 육체에 집착한

뉴튼에게 “패션은 열어 젖혀야 할 무대의 커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패션의 이면에 가려진 에로티시즘은 꿈과 욕망, 상상과 현실이 빚어낸 또 하나의 변주곡입니다.

옷의 ‘드러내기’와 ‘감추기’는 몸의 ‘드러내기’와 ‘감추기’ 게임으로 뒤바뀌어 제시됩니다.

전통적으로 관습화된 통념을 해체하여 재구성한다거나,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에 대한 접근을 통해 짜릿한 충격과 놀라움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의 사진이 뿜어내는 매력에 빠져든 배우, 모델, 예술가 등 유명인사들은

기꺼이 뉴튼의 카메라 앞에서 그들이 지닌 내면세계를

거짓없이 진실되게 표현하는데 동참했습니다.




<발레리나를 삼키는 악어>,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현대발레단 공연, <처녀의 전설> 공연 중 흑백인화_1983.

 

개인적으로 독일 출신의 표현주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예전 연극을 공부하던 시절, 학습하면서

그의 비디오 작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현대무용은 서구와 달리 독특한

그 풍취랄까, 개인의 감정의 표현에 중점을 둔 무용의 세계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번 작품은 바로 뉴튼이 찍었던 공연의 일부 사진이지요.



헬무트 뉴튼_파리 스튜디오에서 아내의 자화상_흑백인화


1920년 독일 베를린의 한 단추공장을 운영하던

넉넉한 유태인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2살에 이미 사진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해요

(저는 이 나이에 뭐 했나 하는 생각에 자조감이 들더군요*^^*)

 

1933년 세계전쟁의 와중에서 이 유태인 가문도 철저하게

나치의 탄압을 피해 뿔뿔이 헤어지게 되지요. 그는 싱가포르에 가서 본격적으로

패션 사진을 찍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사진속에

덧입히게 되는데, 당시, 카메라는 항상 현실이란 무대를 적확하게

찍어내는 무기였고 수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러한 조류에 맞서서 연출력이 극대화된

효과적인 사진작업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호주에 정착합니다.

이때 자신의 스튜디오도 열게 되고 여배우이자 자신의 모델로 일했던

지금의 아내 준(June. 일명 앨리스 스프링스)

을 만나고 그녀와 결혼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바로 그녀의 초상 사진입니다.




헬무트 뉴튼_<네그레스코의 창에 있는 위니>, 니스_흑백인화_1975

 

사진작가로서의 명성이 드높아 질수록

그는 사진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다시 유럽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파리에 머물면서 그는 도시의 서정성 어린

특성들이 잘 포착된 패션과 누드 사진 작업에 골몰하게 되지요.


그가 받았던 사진관련 상을 나열하려면 지면이 가득찹니다.

2004년 호텔 앞에서 불의의 자동차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그는 패션 사진계의 일종의 '아이콘'이었지요.

 

서양미술사에서는 흔히 누드를 또 하나의 옷을 입은 상태라고 이야기 하지요

벗고 있으나, 결국 패션은 육체를 바라보는 당대의 시선이랄까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거장의 풍모를 보여줍니다.

베를린에 다시 한번 가고 싶네요. 올 겨울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러브홀릭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Sky.....

하늘을 볼때마다 요즘은 행복합니다. 비록 내일 황사가 우리를 덮을지라도

그 위에 있는 하늘의 푸른색을 항상 기억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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