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화장을 고치며-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패션 큐레이터 2004. 9. 21. 00:18

 

  

오늘은 싱가폴의 르포 사진작가 옹 카이 칭의 '버려진 고양이' 연작 사진을

걸어봅니다. 오늘은 무척이나 힘든 날이었습니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

이렇게 힘들때면 역시....살아가는 것이란 그리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진 것임을

다시 한번 배우면서도 쉽지 않기에....얼마나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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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건 웰빙이란 미명하에 인간과 함께 병존하는 애완동물들을

봅니다. 고양이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곁에서 특유의 미소와 날카로움과

미워할 수 없는 질투 혹은 보랏빛 신비를 가진 동물이지요.

 

옹 카이 칭의 연작 사진들은 바로 싱가폴에서 버려진 거리의 고양이들을

포착한 것입니다. 고양이 복지 위원회란 단체를 만들어 버려지고 유기된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운동을 한지

3년째 비록 첫해 10명이라는 작은 인원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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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에서 '야생'이 잔존(殘存)하고 있는 동물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고양이가 될 것 같습니다. 매끈한 허리선을 느긋하게 움직이며 어슬렁거리는 움직임은 맹수의 그것이고, 뒷골목이나 주택가의 지붕을 활보하고 다니는 모양새는 흡사 자객을 연상시키지요. 사람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도로에 고양이 시체가 많은 것도 자동차 속도를 가로질러보겠다는 그 놈의 야성(野性) 때문. 절대로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초연함. 그 무심함과 도도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하지만, 도시는 그 고양이의 야생성을 상당 부분 앗아갔습니다. 깔끔하게 분리 처리되는 생활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에겐 살아가기가 벅차지요. 종량제 봉투를 뒤적이고 회색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피곤한 눈을 하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영락없는 거지입니다. 부랑자 고양이의 눈에서 특유의 '맹랑함'이 없어진 것도 아마도 최근의 일인 듯합니다. 그나마 길들여진 고양이는 살아가는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합니다. 사람을 귀찮아하는 건 여전하지만, 적당히 애교를 부리는 법을 배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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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끼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 문학의

광이었던 아버지 덕에 항상 친숙했던 이름 나쓰메 소세끼.....그의 글속에 들어있는

유쾌함과 삶의 페이소스, 그 짙은 남색빛 우울을 극복하는 인간에 대한

우화와 희망....오늘 제게 필요한 메세지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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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양이란 동물에게 붙여지는 수많은 별명들을 봅니다. 애완동물들을

보면서 그 중에서도 이쁜척 잘한다는 그 애교스런 고양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 고양이들은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매일 매일 자신의 타액으로 화장을 고치며 살아가는 팔자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이 답답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화장을 고치며 매일 매일 자신을 버린

주인을 생각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좀더 많이 예뻐하고 소중하게 여깁시다. 내가 기르는 것들

나와 숨쉬는 모든 것들.....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들인지

배우는 우리들이 되어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