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응고된 시간의 풍경-나의 유년을 기억함

패션 큐레이터 2007. 3. 20. 21:55

 

빅토리안풍의 드레스를 입고, 1989, 젤라틴 실버 프린트

 

최근에 Children In the Painting이라는 도록을 하나 샀습니다.

르네상스에서 현대까지, 아동들의 이미지를 모아 아이들의 삶과 모습, 그 시간의 여정들

을 하나하나 곰삭이며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더구요.

 

요즘은 어머니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머니가 컴퓨터를 배우셔서, 제 방에서 연습도 하시고

인터넷이 궁금하시다며 이런 저런 질문도 던지시구요. 나이가 드실수록

더욱 부지런히 연습하고 사시는 그 모습이 좋습니다. 어렸을 적 앨범을 꺼내어

스캔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극구 말리기도 했지요*^^* 누나의 빨강색 발레치마를 입고

찍은 그 모습을 보면서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임에도 부끄럽고 얼굴이 발그레 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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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셀리 만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그녀의 사진집을 어렵게 샀습니다.

예전에도 이미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예전에 올렸던 파일들은 이제 블로그로 이전되면서 대부분

이미지가 깨어지거나 멸절되어 있습니다. 복원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들을

찾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그녀의 깊은 사진 세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사진세계를 한번의 칼럼으로 다루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그녀의 사진은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평가를 이루어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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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시간, 1988, 젤라틴 실버 프린트 20*22

 

버지니아 렉싱턴에서 태어난 그녀는 대학에서 사진과 문학창작을 공부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녀가 산출해 내는 이미지에는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는듯한

이미지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지요. 그녀는 100년된 8"*10" 카메라를 들고 사물을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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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을 들고, 1988, 젤라틴 실버 프린트, 개인소장

 

그래서인지 그녀의 사진은 시간적으로는 빅토리아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오래된 혹은 신비한 아니 때로는 유령들이 튀어나올것 같은 그런 이미지들을 연상하게 끔

하는 사진들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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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 1989, 젤라틴 실버 프린트

 

어린시절 아버지는 피크닉 가시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셨죠

엄마는 항상 그런 아빠를 가리켜, 친구같은 사람이라 했습니다.

저도 그런 아빠가 될수 있을지......요즘은 아버지의 서늘한 이면, 그늘뒤에 쉬던

유년의 기억을 새롭게 복기하고 있습니다.

 

샐리 만의 사진 속, 유년의 시간은 하나같이

성년의 모습속에 잠재된 성적 매혹과 유혹의 힘을 담은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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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시간, 1989,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22

 

사진 속 작가의 두 딸의 표정, 무엇보다도 눈빛이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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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놀이, 1990, 젤라틴 실버 프린트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직계가족' 시리즈는 그녀의 3명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녀의 사진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순간을 포착하면서

이중성을 드러내는데 역점을 두어 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자라남, 그 순간들이 가지고 있는 유혹적 매력과 순수의 시대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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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제시, 1988,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을 통해 무의식의 방식을 그려내 보려고 했던 그녀의 작업은

종교계로부터는 아동을 이용한 소프트 포르노그라피라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정지된 시간' 과 '자아의 초상' '다양한 풍경들의 의미전'과 같은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다큐멘타리적 리얼리즘에서 추상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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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기를 향해 성장해 가는 딸의 이미지를 포착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결코 영속적인 것이 아닌  한 순간의 한줌의 재와 같은 것임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밑에 있는 사진의 제목은 'Shiva at Whistle Creek' 입니다.

휘슬계곡의 여신이라고 번역할수 있겠네요. 웅크리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

물의 표면위로 반영되는 아이의 잔영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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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계곡의 시바여신, 1992

젤라틴 실버 트린트 20*22 , 스위트 브라이어 컬리지 아트 컬렉션

 

흐르는 물위로 몸을 웅크린채 앉아있는 그녀의 딸 제시의 모습. 종교계로부터의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진이 생명력을 갖는 큰 이유는

지나간 우리 나날들의 회상을 자신의 오래된 카메라로 잘 포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간들을 응고 시킬수 있는 미학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다른 재현예술과

그 매체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제 5의 예술로

기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속에 포착된 순간들을

사멸된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정지된 그 시간의 궤적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걸어갈 미래완료의 미만한 시간의 빛깔들을 살펴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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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피는 선인장' 1988

젤라틴 실버 프린트, 8*10 inch, 호크 프리드먼 미술관

 

요즘은 왜 그렇게 감사한 것이 많은지......

책 만드느라 고생하는 편집장님도 감사하고 야근하는 디자이너도

감사하고, 이 공간에서 글 남겨주는 모든 분들도 감사하고

못난 선배를 위해 열심히 미술 기획하겠다며 다짐하는 후배 혜원이도 고맙고

출근 길 걸어가는 거리마다 피어나는 봄의 기운이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내 유년시절, 어머니와 아버지께 감사하고

이제 성년이 된 지금, 그리고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여전이 내 안에 있는 소년의 마음은 여러분을 향하고 있습니다.

 

김동률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감사.....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마음 속 깊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인사합니다.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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