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유쾌한 내 친구 만레이......

패션 큐레이터 2007. 5. 4. 23:52

 

 

기다리던 윌리엄 웨그먼의 사진전을 보러가는 길

예전 성곡미술관을 참 자주 다녔습니다. 전시도 전시지만

사실 미술관 뒤의 산책길을 좋아해서, 테이블에 앉아 유리마호병에 담아간

모과차 한잔 입에 가득 베어물고, 주위의 꽃들이며 신선한 나무향기가 좋아 그렇게 다녔지요

 

 

예전 미국에서 이 분의 작품을 보았을 때, 참 뭐랄까.....유쾌하고 즐겁다는 생각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의 주인공의 철학처럼, 난 심각한 건 딱 질색

하는 예술가의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애완견 만레이를 모델로 하여 12년이란 긴 세월을

서로 교감하며, 나누며, 행복한 사진 작업을 했습니다.

1970년 롱 비치에서 만난 이 둘은 어쩜 강아지가 사진 속에서

저런 포즈를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로, 응고된 시간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바이마리너 종 <만 레이>를 위해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그를 꾸미고 장식하며 사진 한장 한장을 만들어 갔지요

어린 시절, 엄마가 실수로 거꾸로 붙인 벽지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죽박죽 되면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의미들을

찾는 데 관심이 생겼다는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가가 참 부럽더군요

자기가 사랑하는 애완견이랑 행복하게 시간 보내고 돈도 벌고(?)

강아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아주 유별났다고 전해지긴 합니다만, 드로잉 작가로

시작했던 그가 사진으로 비디오 작업으로 돌아선데는

바로 자신의 애완견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이후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쓰고 그리고

참 제가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살았던 사람이더군요.

갑자기 만 레이를 보니, 예전에 키우던 독일산 쉐퍼드가 생각이 났어요

제가 어릴때, 병으로 죽었는데 그 이후론 아버지는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사진을 아무리 봐도

도대체 개랑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어찌 저런 포즈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MBA 과정에서 마케팅 수업을 들을때였나.....그때 캐나다로 수입해서 마케팅 하고 싶은

물품을 선정해서 판매기획안까지 쓰는 그런 숙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 우리팀이 선정한 제품은 일본에서 만든 <바우링구얼>이란 제품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개가 짖는 소리를 음성학적으로 분석해서 70여개의 언어로

액정 화면에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었거든요.

 

시장조사도 하고 통계도 돌리고, 사전준비 잘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학생들 반응은 이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였어요

아...3년정도만 같이 살면 눈빛만 봐도 다 아는거, 굳이 뭐 이런걸 120불을 주고 사는가

가 지배적인 의견이었지요. 원래 일본의 유명한 장난감 회사에서

이 물건을 디자인 하기위해 동물행동학자와 음성학자들이 모여 5년동안

음성의 데이타 베이스를 모아 파형을 분석해 만든

<특이한 아이디어>를 발칙한 제품으로 설계한 제품이었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이때 자료들 모으면서, 캐나다의 유기견 보호체계와 실태들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마냥 느끼게 된 것은 그저 처음에 좋다고 키우다가

입맞 안맞다고 버리는 인간들이 싫더군요. 개도 사람하고 같이 숨쉬고 살아간다는 거

다시 한번 그냥 씨익 웃으며 배우며, 그렇게 오늘 하루를 보냅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드로잉 작품과 콜라주 작품들도 대거

전시되어 있어서 초기 작품 세계를 볼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누가 뭐래도 저 풀잎파리를 모자처럼 쓴, 만레이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마치 프랑스풍의 귀족부인의 모자 같지 않나요?

 

제게도 언젠가는 저 만레이같은 충직하고 멋진 모델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꽤 많이 와서 보더라구요. 하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겠다 싶네요

어린이날 맞이하여, 괜히 부산한 곳에 가서 고생하지 마시고

미술관 한번 가시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출출하시면 내려오시다가 순두부 곁들여 한정식 가볍게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구요. 그럼 오늘 하루 행복하셨죠?

바우와우?

 



박은선_충성 Loyalty_합성수지에 유채_27×21×21cm_2005
 
항상 여러분에게 최선을 다하고 충성하는 홍기가 되겠습니다. 바우와우.....*^^*
(저는 위의 요리를 안먹습니다. 그냥 이미지가 재미있어서 고른 것이니
오해 마시길) 참고로 미술관 옆에 직접 커피를 볶아 만드는 바리스터의 커피향이
인상적인 가게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커피 공부를 한 주인장이
아주 진하고 매혹적이니 커피를 내 놓지요. 시간 되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들으시는 곡은 How much the doggy in the window 입니다.
<플루토에서 아침을>에 삽입되었던 곡인데 휘파람을 불어보고 싶네요
유쾌하고 가볍고 즐겁게.....아이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