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니코 페티
'떨기나무 앞에 모세' 1613
캔버스에 유채, 168 x 112 cm, 비엔나 미술관
너의 신발을 살펴보면
너의 삶이 보일 거라는 어느 시인의 말에 가만이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어린시절, 아빠가 퇴근하시고 난 후
심심하면 현관앞에가서 아빠의 구두를 살짝 살펴보곤
그 구두를 엎어놓으면 무엇이 쏟아질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치 거기엔, 당신의 땀냄새와 더불어, 오늘도
이 막둥이를 위해 사와야 했던 티나 크래커를 위해
화폐란 매개를 중재해야 하는
이 땅의 힘없는 가장들의 그림자가 있지는 않은지
그걸 알게 된 것은 서른이란 나이가 훌쩍
넘어서 였습니다. 뒤꿈치 굳은살이 베어있던 아빠의 발을 보다가
꾸욱꾸욱 눌러보면, 아빠는 항상 웃으며 울 막둥이가 아무리 눌러도
안아프다며 웃으시던 아버지......
세월이 지나 운동화에서 구두로 갈아신는 나이가 되고
정장차림의 비즈니스맨이 되고
그렇게 구두 한켤레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탈리안 바로크의 거장
도메니코 페티의 '떨기나무 앞의 모세'는 바로 성경 속
불타는 떨기나무 앞에서 신을 벗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고대 근동에서는 존경과 경배의 표시로 신을 벗었습니다.
거룩한 장소에 들어갈 때도 신을 벗어 예의를 나타냈습니다.
그림 속 신을 벗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에 문득 빠져듭니다.
나는 과연 이 글쓰기 공간에서 얼마나 거룩 하려 노력했는지를요
무엇보다도 글이란 매체를 통해 여러분의 마음의 빗장을
여는 그 과정에서 나는 항상 신발을 벗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게 됩니다.
생각할때마다 많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신을 벗지 않고, 벗은척 하며 쓴 적이
너무나도 많고, 울지 않으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적도 있음을
이제서야 고백합니다. 이 해가 다가기 전에
더 늦기전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려 합니다.
이 늦은 새벽에
오늘만큼은, 여러분이 있어 항상 행복한 저는
신발을 벗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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