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허영' 1910,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66*68cm
어제 밤.....눈이 오더군요.
대지 가득 하얀 윤곽선이 그어지는 때를 기다립니다.
눈이 오는 소리를 여인의 옷벗는 소리라고 평했던 어느 시인의
감각이 그립고, 소신공양으로 노랗게 타들어간 잔엽들 위로 쌓이는
눈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워터 하우스의
화집을 봅니다. 그를 비롯한 라파엘 전파는 당시 새로운 여성성
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항상 거울을 들고 몸 단장을 하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렸지요.
별명은 허영, 최근 플로베르의 소설들을 다시 한번 쓰윽 읽어보다
그 유명한 보바리 부인이 만든, 보바리즘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카르티에 시계와 구찌 핸드백, 샤넬 수트와 프라다 팜프스
뭐 다 갖추면야 좋겠지만, 사실 이 모든걸 소유한다고
내 생이 그리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중세말기 부터 패션이란 것이 인간의 역사에'일종의
시스템'으로 등장한 이후 인간의 패션은 항상 '당대의 것을 찬양하고
옛것을 철저하게 부인하기'를 통해 소비를 권장하고
우리들로 하여금 지금 당장 '뜨고 있는 것'을 찬양하도록 고무하고 선전합니다.
어찌보면 참 철저히 이데올로기적이고
기만적인 산업의 얼굴이자 전략이지요. 우리들을 둘러싼 저 달콤한
허영의 도시, 이제 서울은 국제적인 패션의 도시가 되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도
또한 발산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오늘따라.....퇴근 후 나갈 명동길,
명품과 패션으로 즐비하게, 명멸하는 생의 이면을 견뎌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언제든 쉽게 부서질수 있는 저 여인의 거울처럼
결코 우리를 답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보면서.......
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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