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모자를 쓴 보아-아이들을 위하여

패션 큐레이터 2006. 11. 22. 09:54



봄로야_플라밍고 아저씨_디지털 프린트_150×100cm_2005

어린시절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당시 참 드물게, 아빠를 따라간 싱가폴이란 나라의 동물원에서

핑크빛으로 산란하게 퍼지는 화려한 플라맹고란 새들을 본 것입니다.

그 빛깔과 매력에 온통 마음을 빼았겨 버린 소년은

그때부터, 아주 좋다라는 마음을 저 플라맹고의 색으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의외로

이 소년의 행복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가 그려낸 핑크색 하늘과, 핑크빛 엄마의 젖가슴과

누이의 핑크빛 머리결에 이르기까지.......

 




권기수_화음_캔버스에 아크릴_65×45cm_2005

 

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점과 선과 면으로 혹은 선과 선으로 구성하는 세상의 방식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적이

있었습니다. 딸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는 바로 이런 마음을

총각아빠의 관점에서 썼더랬습니다.

 

대학시절, 외국의 미술관들을 연구하면서, 함께 병행했던 것이

아동미술관과 교육 프로젝트들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울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얻는것이었지요. 해답은 먼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답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해답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사물과 내가 하나인줄 알고 울고 불고 하던 시절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이것은 책상, 이것은 파이프, 이것은 거울

명확하게 지시된 세상의 방식과 보는 법에 길들여저서, 그 속에서 피어날수 있는

일련의 그 어떤 상징과 파격에 대해서 애써 눈을 감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다시한번 마음을 찟어야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박용식_12마리대기중_컬러인화_132×98cm_2004


어린왕자가 주장하는 보아뱀 속 코끼리는
어른들의 눈에는 끝까지 모자로 보일 뿐입니다.
밀도 높은 채색과 정확한 묘사, 쉽게 이해되는 은유를 가지고 아이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한, 우리들은 결코 아이들의 망막 속에 맺혀 있는 천재의 기질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교사들이 망치고, 엄마들이 망칩니다.
내 기준으로 보는 '잘했어요'를 도장처럼 아이의 머리속에 찍어내는 한
우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는 세상을 불가해의 계면위로 끌어올리지 못합니다.



서희화_장생-사슴_가변설치_2003
 
세발 자전거 속에 숨어 있는 사슴의 형상에서
사슴이란 언어가 우리에게 박아 놓은 언어의 폭력과 이미지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닫고 내 안의 언어들을 분쇄해야 할 필요를 느껴야만 합니다.



지연준_Elephant's Wintering 코끼리의 겨울나기_팝업카드_15×20×20cm_2005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요
조직행동론의 꽤나 조회가 깊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도 이 표현의 힘 앞에선
항상 감사하고, 다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언어에 옷을 입히되
아이들을 위해선 철저하게 아동복을 입혀야 합니다.
성인의 옷이, 그 디테일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지다 하더라도
크기가 맞지 않는 옷을 아이에게 입혀볼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작품 속 코끼리의 겨울나기가 유독 풍성한 털실뭉개들로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미술이란 언어로 짠 따스한
털실 스웨터 하나 예쁘게 만들어 입혀보고 싶습니다.
이번 주말엔 조카를 데리고 미술관에 가야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