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델러웨이 부인을 생각함

패션 큐레이터 2006. 10. 22. 04:24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을 보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상념을 더욱 깊게 만드는 영화 마를린 호리스의

이 델러웨이 부인은 '안토니아스 라인'에서 보았던 감독의

영화적인 감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원작을 참 충실하게 잘 옮겼다는 것이 너무 좋았구요

저로서는 당대의 패션을 볼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이야기 중간 중간

런던 상류층의 모습속에 베어있는 다양한 패션과 옷입는 방식이 보여주는

위선과 정숙성, 그 속에 감추어진 시대의 우울

더구나 영국영어를 좋아하는 제겐 그 발음도 아주 좋구요

 

그리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란 배우를 원체 좋아해서요

그녀는 델러웨이 부인역을 맡았습니다. 그녀가 입고있는 옅은 청녹색 코트와

노란색 타조깃털이 달린 펠트모자와 같은 칼라의 파라솔

어찌나 기품있고 우아하던지 그녀가 런던 시내를 걸어가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실제 자서전적인 요소들이 베어있는 영화죠

안정적인 남자와 모험심 강한 남자......이 두남자의 초상과

이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시간의 격자 속 여인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용기있던 젋은 시절의 클리리사는 무던한 정치지망생 남자를 만나

파티를 열고 손님을 맞는 그런 무던한.....여인이 되어갑니다.

젊은 시절 그녀가 꿈꾸던 생이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어떤쪽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도 않고있고

다만 영화속엔 전쟁의 폭력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와 더불어 그 상흔과 폭력속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무덤덤한 영국 상류사회의 기만과 위선이 잘 드러나고 있지요

 

전쟁과 폭력에 맞서 여성성과 모성이 강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로서는

그 결론이 결국 파국으로 맞고 말지만, 델러웨이 또한 시대의 우울에

저항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있기도 합니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에 관해

생각할때마다, 참 내가 남자인것이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녀의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오죽하면 자신의 자살이 남편과는

관련이 없다는 걸 말하려고 유서를 남겼겠습니까?

 

당대의 풍경이 그녀의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한 그녀의 생각이 시대와의 불화를 만들기 때문이겠지만

여성들의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견지했던 그녀의 생을 생각할때마다

참 미안하고 또 가슴 한구석이 저려옵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블로우업'이란 영화에서

그녀를 보고 반했는데 이제 노년의 나이에 있는 그녀를 보고 또 반합니다.

 

왜 그렇게 노년의 배우들이 좋은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제시카 텐디' 여사님을 그렇게도 좋아했는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도 점점 더 좋아지네요

 

젊은 클라리사도 좋고, 그녀의 연기도 좋고

무엇보다도 슬픔속에 자살해야 했던 전쟁 영웅의 모습

이 시대의 우울의 풍경과 모성의 글쓰기로 맞섰던 버지니아 울프의 아련한 생이

머리속을 스치고 갑니다. 그녀가 지금 태어났다면 어떤 글쓰기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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