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비오는 토요일 친구와 함께 ‘슈렉2’를 보러 갔습니다. 전편에 이은 유쾌함이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영어 표현 바로 Ever After입니다. 모든 동화들은 하나같이 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전래동화를 읽을 때 마다 항상 감추어진 그들의 미래는 저를 궁금하게 했습니다. 전편에서 행복한 만남을 이루어낸 피오나 공주와 녹색의 귀여운(?) 괴물 슈렉. 그들은 이번 2편에서는 그들의 행복한 결혼을 사회적으로 승인 받기 위한,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동화작가 윌리엄 슈타이크의 소설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낸 영화 ‘슈렉’ 시리즈는 사실 지금까지 발행되어온 어린이소설의 전형을 뒤집어 버립니다. 일단 아름다운 공주가 등장하고 이에 합당한 ‘얼짱’에 ‘몸짱’까지 갖추어야 하는 왕자가 있어야만 시작이나 할 수 있었던 우리들의 동화들. 우선 ‘슈렉’에는 엽기발랄한 녹색괴물과 동색인 공주, 그들은 전통적인 동화의 노선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인물들입니다.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결혼, 이 미망의 프로젝트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그들. 그들에게 다가오는 사회적인 냉소와 차가운 시선. 공인된 자의 합당한 면모인 ‘데코럼’의 원칙을 애초부터 어겨온 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2편에서 드러나는 피오나의 면모들. 어린시절 초록색 괴물로 바뀌어 버리는 형벌로 인하여 가장 높은 첨탑의 외딴 방에 갖혀 지내야 했던 시간들. 결코 승인과 용인이라는 사회적 ‘정당성’의 가치를 얻지 못하는 자들에게 되돌아와야만 하는 상처의 무늬일 뿐입니다.
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캐릭터는 바로 ‘장화 신은 고양이’ 였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알려진 큰 눈망울을 가진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입심 좋은 당나귀 역할의 에디 머피 또한 마찬가지고요,
얼짱을 만들어주는 약, Ever After….이 약을 먹고나서 너무나도 멋지게 변해버린 슈렉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항상 내면속에 이러한 약물이 있기를 기도하며 살아가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얼짱’이 되고 ‘몸짱’이 되기를 강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들을 언론과 매체의 방중술을 통해 끊임없이 주입하는 사회. 어찌보면 우리 안에 있는 진정한 초록빛 서정은 상실한 채 강요된 미의 기준을 내면화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의 껍질과 허울에 대해 좌절합니다.
그후로도 오랫동안…..그들이 진정코 행복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지 추측을 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들이 걸어가야 할 삶의 주체가 바로 ‘녹색 괴물인 그들’이며, 사회적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으며, 그 사랑을 영원히 초록빛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그들의 주권적 의지인 것을 말입니다. 그 원칙과 용기가 지켜지는 한. 그들의 시간은 행복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아주 오랫동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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