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하나와 앨리스......벚꽃향기 속에 젖다

패션 큐레이터 2004. 11. 28. 00:55
S#1-사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한다(?)
 
토요일엔 그나마 치열했던 한주의 짐들을 털어내는 시간입니다. 미술관을 주로 가는 제가 이번 주엔 영화를 한편 보기로 했습니다. 지퍼처리가 된 두터운 블랙톤의 폴라와 커피브라운 빛깔의 코듀로이, 뉴질랜드에서 한창 신었던 어그부츠를 신었습니다.
 
코엑스에 도착해 후배와 함께 서점에서 책도 고르고 커피 빈에서 달콤한 모카도 한잔 마셨습니다. 오늘 볼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노트북'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후배가 '하나와 앨리스'라는 영화를 권했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와이 �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학교선배를 짝사랑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 입니다. 원래 일본에서 네트 무비라고 해서 제조업체들이 자신의 제품을 광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드는 단편영화였는데, 많은 접속율과 인기로 인해 장편 영화로 만들어 지게 됩니다.
 
초콜렛 과자 킷캣의 네트무비답게 영화 도중 주인공 앨리스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 '킷캣'을 먹는 씬이 나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와이 �지는 CF 감독으로 자신의 영상을 시작했던 사람답게 그의 영화에는 광고영화같은 짧은 호흡군을 가진 장면구성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와이미학이란 표현이 유행할 정도로 회자되는 이유는 마치 유리조각처럼 흐드러진 이미지의 파편 덩어리를 정제미란 감성의 아교로 잘 이어 붙이는 기술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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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필이 꽃혀버린 학교 선배에게 대담한 거짓말을 하는 하나와 그녀를 위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선배를 함께 속이는 앨리스......

 그 이후 기억에 집착하는 선배를 두고 보이는 두 소녀의 행복한 삼각관계는 마치 딸기향 킷캣을 먹는 것처럼 부드러운 웨이퍼 속에 딸기와 초콜렛을 동시에 맛보는 느낌을 선사합니다. 굉장히 가볍고 그래서 예쁜 영화였습니다. 이와이 슈운지가 왜 그렇게도 어필을 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설교하거나 어려운 사고를 하지 않습니다. 감정에 충실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처럼 장면 곳곳에 베어있는 틀에 메이지 않는 연기와 폭들이 그를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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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간 그들......앨리스가 만든 주먹밥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 우유와 된장국이 동시에 생각난다는 미야모토. 앨리스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처럼 선배 미야모토에게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어 줍니다.
 
4월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흐드러지게 땅에 떨어지는 벚꽃의 이미지들도 또한 계속된 이와이표 상징처럼 이번 영화에 등장합니다. 마치 그들의 짧은 사랑과 삼각관계 또한 대지에 흩뿌려지는 시간성을 가진 벚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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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거리에서 픽업이 되어 온갖 오디션을 다 보고 다니는 '앨리스'의 모습은 마지막 균형잡힌 '발레'의 동작앞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원체 발레를 좋아하는 탓에 사실 발레씬이 나오는 영화들은 안 빠지고 보는 편입니다. 앨리스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아직도 기억에 선하답니다.
 
언뜻 보기에 배두나를 닮은 하나의 사랑이 참 예쁘게만 보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만담또한 말이죠.비록 한사람을 남겨두는 형편없는 실력이긴 하지만 말입니다.그녀들의 예쁜 사랑이 마냥 좋기만 한걸 보면 겨울이 완연하긴 한 모양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