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레이턴
화가의 신혼, 1880, 캔버스에 유화
테이트 미술관, 런던
다영이에게.....
긴 출장의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렇게 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역시 겨울의 유럽은 출장길엔 그리 매력적이 아닌것 같다.
암스텔담에서 이제는 지나가버린 예전의 정서를 느끼는 것도
다소 지쳐가고......렘브란트 미술관에 들러서
몇가지 책자를 사고, 업체에 마지막으로 들러 인사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사랑했을때.......아빠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짧은 연애 기간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결혼은 연애의 시작"이라고 주장해온 내겐 결혼이후 보낸 1년이
가장 달콤한 밀월의 시간들이었다. 그림속 레이턴이 결혼직후
자신과 아내를 모델로 그린 이 그림의 달콤함처럼
두 사람의 시선과 눈빛은 무르익어 가는 초록빛 과일의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로렌스 앨머 테디머
'신혼기' 1880
개인소장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局) 햇빛 속에서 겁없이.
황동규 선생님의 시를 읽고 아빠는 예쁜 편지지에 써서
엄마가 설겆이를 하는 곳에 붙여 두었다. '버클리풍의 사랑노래'란 이 시를
그 후로도 엄마는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시를 엄마가 이야기 할때는
아빠는 당연히 설겆이를 해야 했다.....아주 행복하게......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고, 모든 향기와 취향과 빛깔이 좋아 그 속에 취해 살았기에.....
로렌스 앨머 테디머
'구석진 우리들의 방' 1873
레이크스뮈세윔, 네덜란드 암스텔담
화가의 사랑스러운 두 딸....로렌스와 애너
물론 아빠에겐 그림 속 고운 두명의 소녀를 넉넉하게 이겨낼 예쁜 딸이 있다
당연 엄마를 닮았다. 나를 닮았으면 그리 뛰어나지도, 리더쉽이 있지도
수학을 잘 하는 딸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빠는 수학을 썩 잘하지 못했으니까
어린시절......조립식 주택에 일부러 만들어 놓은 작은 다락방에
항상 다영이와 함께 여러가지 책들을 갖다놓고 읽었던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엄마의 생일이구나.....
아빠가 엄마를 사랑했을때가 언제였는냐고 묻는다면.....아빠는 지금도
당당하게 말한다. Before & Ever After......
그때나 지금이나...영원히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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