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강아지들....미술관을 장악하다 2

패션 큐레이터 2006. 2. 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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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딸 다영아.....

오늘같이 금요일 밤이 되면 아빠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다

잦은 출장으로 인해 너와 보내지 못한 많은 시간속

그 아쉬움들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지......

 

저번주, 영국회사와의 협력 문제로

리버풀에 갔다 오는 길......미술관에 들러 새로나온 카탈로그 몇 권과

책자들, 그리고 우리 다영이가 제일 좋아라 하는 동물그림들이 그려진

예술 포스터를 샀다.

 

저번에 올렸던 그림 속 강아지들의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오늘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작가중 개들과 스포츠를 주제로 가장 많은 그림을

남긴 찰스 버튼 바버의 그림들을 살펴보도록 하자꾸나......

 

 

'저를 깨워주세요'

 

잠꾸러기인 다영이를 아침마다 깨우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

주말이 되면 그나마 부족한 잠을 푹 재우고 싶었지만 사실상 주말이라고 늘어지게

자고 나면 리듬이 깨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 때문에

항상 일요일에도 제 시간에 일어나야 했던 다영이.....

애완견을 키우면서 그 악역을 네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을때

아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번주 아빠는 오랜만에 침대에서 막 눈을 부비고 일어난 네게

아침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빠를 따라 영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탓에

컨티넨틀 브랙퍼스트를 잘 먹는 우리딸....

 

그림처럼....아빠는 오랜만에 계란을 완숙하고

파삭하게 베이컨을 굽고, 밀크티를 마련해, 다영이가 좋아라 하는 꿀을 넣어

달콤한 향이 베어나게 만들어 주었지.....그런데 끝내 사고가 일어났다.

개와 고양이는 한 자리에 눕지 못하는 법일까?

침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서 가보니......이런....난리법석도 장난이 아니었지

다 엎어진 침대위 식사. 아빠는 네게 그날 굉장히 화를 냈다.

 

 

 

찰스 버튼 바버의 명작중 하나인 '방과 후'

그림 속 어린 소녀는 비가 막 개인 방과  후 하교길을 멋지고 늠름한

세인트 버나드와 함께 걸어 오고 있구나.

 

바버의 그림에는 이렇게 주인과 개의 감정의 교류랄까?

이런 풍경들을 참 아련하게 잘 포착해서 그려내 주는 것 같다.

 

 

뭐가 그리도 호기심이 많은지.....그저께 네가 아빠 몰래 수납장에서

꺼내려고 했던 '와인' 끝내 네 손을 통과해 땅에 떨어져 뒹굴 뒹굴 구르는 걸

엄마가 바로 찾았기에 망정이지......아빠만 없으면

세상의 모든걸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소녀로 인해

아빠의 물건이 남아나는게 없는 거 같다

 

 

원체 동물을 좋아하는 다영이 덕에

하긴 아버지도 집에 들어올때 마다 어떻게 그렇게 인기척을 느끼는지

현관문을 열기도 전, 바로 내 앞에 서있는 두마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놀랍기만 했다

 

 

강아지들을 길들이겠다면

호언장담을 했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왜 영어에서 강아지를 길들인다고 할때 'Housebroken'이라고 할까?

아마 그만큼 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집이 다 박살나면 길들여진다고 한게 아닐까?

 

용변을 보는일과 복종훈련, 산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훈련을 통해 사실 다영이가 동물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아빠는 어린시절 그런 경험이 전혀 없어서

네가 아주 멋져 보였다.

 

 

새로산 퍼피를 집에 데려왔을때

강아지를 놀래키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해 네가 보여준

모습들은 거의 놀라움에 가까왔다. 새로운 환경에 처한 강아지가

물을 많이 찾는다는 것과, 안을때도 감싸서 안아야 한다는걸 사실

아빠는 너를 통해서 배웠다. '우리딸 진짜루 똑똑한거 같다' 고 느꼈었다.

 

 

그림 속 중국산 도자의 빛깔이 곱다.

중국풍이 유행하면서 실제로 그림 속 여인의 품에 있는

몹스종의 개도 수입되었다고 하는구나. 중국 도예품의 인기와 더불어

개도 일반 시민들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해.

 

아빠가 예전에 보았던 '벤지'란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주인을 찾기위해 모험을 하는 개의 이야기였는데

이 영화의 주제음악 제목이 '아이필 러브'였다.

 

아빠는 참 네게 고맙다. 강아지나 고양이 그리 썩 좋아라 하지 않았던 내가

아빠보다도 더 잘 훈련시키고 예뻐한 덕에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이 두녀석 때문에 말이지. 네가 아니였다면 다시 개를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을텐데

아빠가 이제는 다영이 때문에 많은걸 배우는 구나

 

내일은 아빠랑 강아지들 이끌고 공원에 산책이나 가자꾸나

잘자라 우리 딸...사랑한다 사랑한다.

너를 키우는 것이 내겐 이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여정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