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영웅시대를 꿈꾸는 딸에게.....

패션 큐레이터 2006. 3. 2. 23:57

 

다영아.....

아주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출장 가는 길, 새벽에 나와 공항으로 가느통에  학교 공부하느라, 교회에서 맡은 일들 하느라, 엄마일 돕느라 지쳐 잠든 딸의 모습을 뒤로 하고 떠났다. 사람들의 생에서 희망이란 말이 갖는 무게를 배울때 쯤....그의 생은 새롭게 시작한다고나는 네게 가르쳤다. 희망은 다양한 무늬를 가지고 우리의 생을 관리한다. 그것은 때로는 치열한 우리의 삶 바깥에서, 혹은 안쪽에서, 때로는 앞서가는 시간성 위에

그렇게 존재하면서 우리를 이끈다고....그래서 희망이란 얼굴을 배우는 데는 삶의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네게 말했었다.

  

 

야코포 틴토레토

아하수에로 왕 앞의 에스터, 캔버스에 유화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우리 모두는 때로는 세상의 지축을 흔드는 영웅이 되길 원하지, 네가 읽었던 수많은 영웅전과 위인전들이 사실 그러한 인간들의 기록이긴 하다. 영웅들의 기록속, 항상 등장하는 테마는 바로 그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꼭 외부의 적으로 부터 자신의 백성을 구할수도 있고, 그들의 사고와 정신의 풍경을 새롭게 주형해 냄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향해 꿈을 가지게 하는것등....다양한 모습을 취한다.

 

오늘 르네상스의 거장 틴토레토의 그림 속 주인공 에스더 또한 위대한 영웅의 모습으로 하지만 아주 현명한 모습의 영웅으로 기록된다.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1)의 아름다운 유대인 아내 에스더와 그녀의 사촌 모르드개는 제국 전역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전멸시키라는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왕을 설득한다. 그와 같은 살륙에 대한 음모는 왕의 핵심적인 고관인 하만에 꾸며졌으며, 그 날은 제비뽑기purim)로 정해졌다.

 

그러나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세운 교수대에 목이 매여 죽었다그리고 그들의 전멸을 획책했던 날에, 유대인들은 적들을 물리친 것이다.

그림 속 에스더는 용기를 내어 왕 앞에 나간 것이다. 그 당시 왕이 부르지 않았을때 비록 왕비일지라도 그의 앞에 나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였으니 말이지.

 

 

안토니오 코이펠(1661-1722)

에스더의 혼절,1704
캔버스에 유화, 105 x 137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사실 사람들은 성경 속 에스더의 이야기가 부림절(purim)유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내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더욱 깊은 의미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 희망이라는 실체를 얻기 위해서, 때로는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고통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화(assimilation) 라는 사회적 과정 속에서 어떻게 소수자로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에스더가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의사결정의 힘과 그 결과 앞에서 용기를 내는 인간의 모습이다. 비록 자신의 의사결정이 가져올 미래의 결과를 알지못할지라도,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용기를 내어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사의 각오를 생에 한번쯤은 해야 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신의 목소릴 다 듣고 행동에 옮길수는 없는 법이니까....

 

 

에르트 드 겔더. 에스더와 모르드개 1685
캔버스에 유화 93 x 148,5 cm

부다페스트 미술관

 

램브란트의 마지막 제자였던 겔더의 그림 속 에스더의 모습을 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양아버지로 부터 왕에게 탄원을 해서 민족을 구하라고 설득을 당하고 있는 중이지.....램브란트의 제자답게 그는 항상 그림 속 내면적인 질서와 폭발력을 긴장감있게 드러내고 있다. 로드 아일랜드 미술관에는 그의 다른 해석판 그림이 다른 판형으로 있어....친구와 함께 여행하던 길, 그의 그림을 보면서 한번쯤 꼭 다루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단다. 그림 속 에스더는 고아로 자라 현재의 위치에 서게 된 여자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 편하게 살수 있는 삶의 정황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말이야. 하지만 민족의 위기앞에 그녀는 담대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죽음 앞에 용기 있게 다가가게 되지......지금 보아도, 그녀는 참 아름답다 우리 딸도.....저렇게 생의 큰 일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주길 아빠는 또 바라고 바란다....사랑한다....사랑한다

 

희망.
희망은 분명 있다.
네가 내일의 닫힌 상자를
굳이 열지만 않는다면….

희망.
희망은 분명히 빛난다.
네가 너무 가까이 가서
그 그윽한 거리의 노을을 벗기지만 않으면….

 

희망.
그것은 너의 보석으로 넉넉히 만들 수도 있다.
네가 네 안에 너무 가까이 있어
너의 맑은 눈을 오히려 가리우지만 않으면….

 

희망.
희망은 스스로 네가 될 수도 있다.
다함 없는 너의 사랑이
흙 속에 묻혀,
눈물 어린 눈으로 너의 꿈을
먼 나라의 별과 같이 우리가 바라볼 때…

 

희망.
그것은 너다.
너의 생명이 닿는 곳에 가없이 놓인
내일의 가교(架橋)를 끝없이 걸어가는,
별과 바람에도 그것은 꽃잎처럼 불리는
네 마음의 머나먼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