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사랑을 선택하는 아주 특별한 기준

패션 큐레이터 2004. 4. 7. 01:55
 

 


S#1-사랑을 선택하는 아주 특별한 기준
 
김형경의 글을 읽었다. 그녀의 소설은 나를 사로잡는다.
성장소설인 '세월'을 통해서 나를 그렇게도 기나긴 시간 불면의 밤을
새우게 하더니 이번에는 '사랑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준'을 내게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아름답다.
널부러진 우유빛 포말과 부서지는 햇살아래 속삭이는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게도 그런 추억은 진부한 풍경의 편린들이다. 하지만.....
세월이 여전히 내게 말하고 있는 것은 한가지. 그 사랑의 시작
앞에서 모두다 우리는 빛의 결정속에 숨겨진 단절과 소외와 상처의
무늬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비오는 날.....떠나버린 사랑을 생각하고 눈물 지을때가 있다.
참 오랜 세월을 따라다닌 사람이 있었다. 10여년이 넘도록. 항상 매몰차고
차가우며 거의 철저한 모멸감만을 안겨준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제 이곳을 떠나 먼곳에 가있다.
 
나는 들풀 하나에 깃들은 빛의 영광을 생각한다.
사물을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나와 자연과 나를 둘러싼
모든 상처의 풍경들이, 사실은 나 스스로 짜깁어 가고 있는
한편의 타피스트리처럼 이미 내 안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 어떤 것임을 배우게 된다.

예전 난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했다.
사랑과 성과 만남의 설레임과 결혼이란 제도가 내게 줄수 있는
다양한 부가급부들. 혈육의 확대 재생산에서 부터
합법적인 성의 희열과
안정과 보험의 기준들. 물론 내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의 정도
또한 그 기준에는 항상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을 보내고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 앞에서
여전히 설레인다. 많이 아팠고 상처받았지만 그 진부하고
지겨운 사랑 앞에서 난 여전히 감사한다. 왜냐하면 작가의 말처럼
"사랑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며,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미지수와의 싸움이다.
그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으면서도 내게 완전한 형태로
주어지지 않기에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다. 사랑을 위해선 사실 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만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사랑이란 자율적인 주체로서의 나를 확인한 후에
그렇게 홀로 먼 대지의 표식 위에 마음의 징표 하나를 그려가는 일임을.......
 
2004년 4월 7일 새벽
김형경의 글을 읽다가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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