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게이샤는 없다-쿄토의 추억

패션 큐레이터 2005. 12. 6. 21:30

 

동경으로 부터 가는 길은 적요하다

적어도 고속열차 속에서 바라보는 바깥 세상의 풍경은 아련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순간만이 응고되어 있다. 그렇게 들어오는 교토의 풍경은

사실 동경이나 오사카, 일본에서 가장 육중한 메트로 폴리스의 형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흉칙한 다용도 아파트 블럭과 무형태의 사무실 건물들,

빌보드로 뒤덮힌 가게들과 러브호텔과 빠찡꼬......진부한 풍경들이 쿄토를

둘러싼 언덕을 향해 뻗어있는 두개의 트랙 양 옆에 즐비하게 놓여있다.

 

 

1997년 150억엔을 들여 완공한 회검정빛의 교토역이

고속열차에서 내리는 모든 여행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사방으로 뻗어가는 역의 형태는 현대적 조경과 겸허한 건축조형의 미학을 뽐낸다.

선 스타일의 자연스런 건물소재와 전통적인 방식이 맞물려 있다.

교토는 전후 문화적 파괴에 대한 기념물로서 서있는 셈이다.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문화적 유산으로 가득했던 도시,

그래서 미국의 군사기획자들도 폭탄투여를 꺼려했던 이곳은

전후에 수많은 천민자본주의와 도시개발에 대한 욕망과 맞물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1990년대 교토의 전통가옥인 '마치야'중 4만개의 가옥이

기억속에 잊혀져 버렸다. 역사보존에 대한 법령이 없이

개발업자의 힘들은 우후죽순으로 커져갔고 교토는

오늘날 또 하나의 콘크리트로 지은 얼굴없는 정글이다.

 

 

교토의 파되는 해외언론의 어떠한 관심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전후의 '강력한 국가와 약한 국민들'이란 일종의 이데올로기는

일본의 자연환경들을 처참하게 밟아버렸다.

 

 

1100년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고색창연함은 이제 없다.

고베항에 갔을때를 기억해본다......온난한 기후와 습하지 않은

물빛이 뒤덮힌 공간...국제 무역항답지 않은 겸허함이

삶의 흔적으로 부터 묻어나오는 곳. 금각사의 추억도 완온하다.

사진작가 스튜어트 아이셋의 작품속에 비추어진

타자의 시선으로 본 교토는 오늘 여전히 외롭다.

이제 사무라이와 게이샤는 이메일을 주고 받는 현대판 배우일 뿐이다.

 

이제 더이상 게이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