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뮤지컬 '카바레'에 대한 몇가지 생각

패션 큐레이터 2004. 1. 25. 14:20

 

 S#1-카바레를 보러가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뮤지컬 소식에 마음이 무척이나 들떴습니다.. 조지아 스트리트를 10분 정도 거닐고 나니 오늘 뮤지컬 '카바레'를 공연하는 '더 센터'에 도착을 했지요.

 

친구 트레이시는 멋진 남자친구와 그리고 독일 친구 울리와 러시아 친구 나타샤 그리고 저 또 다른 일행 등 8명이 모였습니다. 이 작품은 1934년 미국 소설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발표한 ‘베를린 이야기’를 토대로 1966년에 뮤지컬,1972년 영화로 각각 제작됩니다.

 

그 당시 밥포스와 라이자 미넬리의 영화판 카바레도 굉장한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지요. 밥포스는 뛰어난 안무가였거든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암울한 이미지를 육체를 통해 표현할수 있었던 사람은 아직까지도 그 밖에 없을꺼라고 이야기 디고 있는 정도니까요.

 

스타벅스 들러서 가볍게 모카커피 한잔 입속에 넣고 극장에 들어가니 거대한 프레임 속에 쓰여진 Cabaret란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그 글자를 담고 있는 틀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왜일까요. 기울어진 그 프레임의 각도가 영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시대를 풍미하던 퇴폐적인 이미지, 데카당트한 느낌이 뮤지컬의 전개과정 하나하나에 베어있더군요.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건너온 작가 클리포드는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독일 사내 에른스트를 통해 '킷캣'이라는 이름의 카바레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카바레 가수인 샐리를 이곳에서 만나 그들은 사랑에 빠집니다.

 

사실 이 두사람이 시놉시스 상에는 주인공인데요. 제겐 사실 이 두 사람보다 소설가가 묵고 있는 여인숙의 주인공인 노처녀 프로이라인 슈나이더와 그녀를 사랑하는 과일가게 주인아저씨 슐츠가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줄거리는 이 네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극의 전개를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MC가 있습니다. 샐리는 클리포드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지우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클리포드는 그녀를 설득해서 아이를 낳자고 이야기 합니다. 한편 슈나이더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살고 있는 코스트는 해병들을 상대로 매춘을 해서 먹고 사는 독일 여인입니다. 

 

S#2-또 다른 막이 오르고...

 

15분간의 인터메조 시간이 끝나고.....1막에서 불렀던 노래를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슈나이더와 슐츠의 약혼식. 그런데 이곳에 에른스트가 나찌의 완장을 차고 들어옵니다. 코스트의 밀고로 슐츠가 유태인임을 알게 된 에른스트는 슈나이더와 슐츠에게 경고를 하고 사라집니다. 이어지는 MC와 고릴라의 노래.....If you could see her. 슈나이더는 결혼을 재고해야 겠다면서 클리포드의 방에 들어와  What would you do? 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전시 상황의 어그러진 현실이 그들의 사랑을 막고 있음을 이 현실적인 여인은 깨닫고 있는 것이죠.

 

히틀러의 광기가 독일 사회를 점점더 가열하게 하고 있던 그 당시 클리포드는 샐리에게 미국으로 함께 갈것을 종용합니다만 그녀는 독일에서의 자기의 삶과 그 기반에 대한 애착으로 그 부탁을 거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낙태를 하고 돌아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카바레에서 부르는 'Cabaret'는 참 예전에 윤석화씨가 불렀던 그 카바레하곤 참 달랐습니다. 우울하고 참담한 현실에 지고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가슴 미어지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지는 에른스트의 폭행으로 클리포드는 미국행을 결심합니다.

 

물론 슐츠 아저씨도 똑같은 결정을 내리지요. 아직도 기억나는 씬은 슐츠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클리포드에게 들릴때였습니다. 샐리에게 먹으라고 건내주는 이탈리안 오렌지 주스....클리포드는 샐리에게 함께 갈것을 끝까지 요구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맙니다.

 

이 뮤지컬의 끝장면...그가 기차역으로 떠나려는 마지막에서 관객과 무대의 현실적인 교감을 위한 매개체인 MC.....아름다운 베를린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2막의 시작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던 MC는 무거운 외투자락을 벗어던집니다.

 

푸른 줄무늬의 죄수복. 수용소에 끌려가는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며 이 뮤지컬은 막을 내립니다. 그는 관객과 무대의 중간에 서서 정말로 베를린은 아름다운 곳이었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겁니다. 

 

나치 치하에서 유태인만 수용소에 끌려간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나치들은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운동가와 이념가들 그리고 성적 소수자들 모두를 아리안족의 영광이란 미명아래 죽이게 됩니다.

 

S#3-'카바레' 그리고 꺽인 십자가의 그를 생각함

 

히틀러 암살을 위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수용소에 갖힌 신학자 본 회퍼가 자신의 <옥중서신>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미친 운전수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때, 목사라는 이유로 죽은 이들의 장례나 치를 것이 아니라 그 미친 운전수를 차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라구요. 히틀러가 자살하기 불과 3주전 5.000여명의 히틀러 암살기도 가담자들과 함께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한 인간이 오늘 이상하리 만치 기억에 남습니다. 그가 '베를린의 봄'이 오리라고 생각했겠습니까? 'Mein Kampf' 나의 투쟁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새롭게 용해되고 녹아 버리고 만것을.....그래서 평화는 참 소중한 것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