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천계영의 만화'오디션'읽기-평균율의 꿈과 만나다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어렸을때 좋아했던 만화를 정확하게 5월 5일부로 다시 잡게 되었어요.시네 21에서 추천한 만화라서 한번 보아야지 하고 생각했더랬는데 어제서야 시간이 나서 빌려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굵은 뿔테 안경을 쓴 작가의 얼굴이 재밌어서....그리고 그녀에게 만화가로서 인기를 가져다준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이란 친구가 제 친구의 이름과 같아서....그렇게 읽기 시작했답니다. 읽으면서, 아니 나름대로 만화라는 걸 독해하면서 다시한번 놀랍니다.이거 영화로 만들어야 겠다.....아니면 미니시리즈 스타일로 만들어도 돈되겠다.이것이 저의 결론이 되버렸습니다. 그럼 한번 읽어볼까요?


S#1- 빠른 손:존재와 소멸에 대한 세기말적 강박관념


광고회사 출신답게 만화에 간간이 들어가는 서브 타이틀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려....이 만화의 인기는 바로 다양한 캐릭터의 구성으로 부터 기인하는 듯 합니다. 빠른 손을 가진 아이.그는 기타리스트로서 '리사이클 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지요. 이 밴드의 이름또한 참 멋있습니다. 리사이클 밴드' 천재성을 잊고 살다가 다시 뭉치게된 아이들을 재가공하고 복원시키는 과정, 아니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리사이클의 수준을 넘어섭니다.


S#2-마포 반달곰:민족과 생태계를 향한 살아있는 슬로건


두 번째로 매력있는 캐릭터가 바로 장달봉이지요.베이시시트이자 피어싱을 좋아하는, 그래서 도합11개를 뚫어버린 아이,모든 악보를 완벽하게 그려낸다는 녀석.좀 느끼하지만 지가 만나고 다시는 여자들의 사진을 소중히 스크랩해 놓은 아이.


S#3-개봉동 큰 슈퍼-편견에 젖어있는 것들에 대한 실리카겔식의 경고                


홍기가 제일 좋아하게 된 아이. 1초라는 시간을 32개로 쪼갤수 있는 멋진 놈(?). 별명 기생 예쁜 여자를 보면 짜증나는 아이.그에게 있어 타악기는 세상과 조우하는 방식으로서만 존재한다.

 

S#4-그리고 마지막 관념과 물질 사이의 외계생명체 -황보래용


천재 인텔 인사이드, 여러 가지 별명이 붙는다. 베레베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믿는 아이, 카스트라토를 능가하는 고음의 영역을 가진 아이. 조울증 환자. 그래서
그는 약은 시간에 맞추어서 먹는다는 신조를 갖고 산다. 리사이클 밴드의 실제적인브레인, 하지만 별 도움은 못준다. 주로 오바하는 것으로 도움을 줄뿐.....

이렇게 이 만화가 가지는 특징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흔히 이런 것을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에서 MULTI-CHARACTER APPEALING STRATEGY(여러명의 캐릭터를 통해서 다양한 시장의세분화를 꽤하는 마케팅 전략)라고 합니다.

 

흔히  HOT나 젝스키스 혹은 최근에 GOD같은 것들이 다 여기에 포함되지요. 이 가수를 좋아하는 여학생 층은 다양하고 꽤 두텁습니다. 왜냐하면 4명중의 한사람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요.즉 가수 한팀이 개별 가수에게 호응하는 4개의 세분화층을 가지게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튼튼한 배경을 뒤로하고 만화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설정을 복선으로 깔아 놓습니다. 보이쉬한 매력의 두여자 박부옥과 송명자.하이틴 로맨스를 즐겨 보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캐릭터지요, 게다가 시민케인식 으루다가 이 4명의 아이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1권에서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계속 유지시키는 듯 합니다. 꽤 탄탄한 플롯 구성이지요.


게다가 열심히 자료를 준비한 듯이 보이는 철저한 음악적인 고증또한 이 만화의 매력을 높여주는 요인입니다.다양한 음악의 형식과 거기에 알맞는 이야기 구조.다양한 캐릭터를 통해서 인물들에 대한 몰입이 이루어지게 끔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특정한 일부계층을 위한 감성의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것을 상업화 하는데 성공했다고 보아집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식의 평은 재미가 없내요. 만화를 보는 매순간 너무나도 재미있게 웃었던 저로서는 이런 식의 딱딱한 글을 쓰고 싶지 않아집니다.제가 보기엔 작가는 무척이나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작가의 프로필을 읽을때나 혹은 대사의 구석 구석에서 베어나오는 꼬집을수 없는 외골수의 기질들.리사이클이란 어찌보면 소멸한 것에 대한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서사시인지도 모릅니다.

 

죽은 것에 대한 복원 혹은 회복,다시 순환함. 뭐 이런 식의 말들이 떠오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역시 삶은 자신의 질서로 돌아간다는 오이디푸스적인 궤적 말입니다.그리고 개인적으로 천계영씨 작사하는 실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정도면 정말로 멋진 가사를 써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스카이 서핑'이란 노래가 삽입되는데 여기 가사가 예술입니다.


나는 시간이 뱉어 놓은 깨어진 유리구슬/하늘은 바람이 닦아놓은 한장의 마루/메아리조차 앞질러 초행길도 서성임없이/바지단에 중력을 추로 매달고 인어처럼 날 멈출수 있다면/그는 아담의 아버지/가끔 새들이 날 비웃으며 우아하게 날아가지만/헤 ,그래도 아래 저 인간들은 배가 좀 아플거다/바람과 중력 그리고 갈릴레오/지구는
둥그니까 SKY SURFING......

 

정말이지 하늘을 한번 날아보고 싶습니다. 우리 4명의 천재가 언제쯤 오디션에 합격할련지.....명탐정 박부옥씨가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아서 께끼 바바리를 사입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