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연극 '지하철 1호선' 읽기-우리들의 암울한 초상화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연극은 상징적 진리를 물리적 현실로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 삶의 커다란 간극을 메꾸어준다.

이는 연극의 극본이 지속적인 상징적 관계들의 세계이자

어느때는 현존화될수 있는 세계라는 사실에 의해 가능해진다.

 

-David Cole의 연극의 현존중에서-

S#1-불협화음의 문화
아마도 94년으로 기억된다. 김민기가 연출한 '지하철 1호선'(폴커 루드비히 원작)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1천회가 넘는 공연회수를 기록했다. 무엇이 요즘 같은 '연극관객 부재의 시대'에 사람들을 이 뮤지컬로 끌어당기는지 궁금해졌다. 예술이 그것을 산출한 사회의 담론적인 지형도를 보여주고 있다면 연극은 그 예술의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이룬다고 난 믿는다. 적어도 6년이 지난 지금도 초연때의 감흥과 동일한 무게의 아픔을 나 스스로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후 서울에 도착하는 ‘선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가지 공간이 드러난다. 서울역과 588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지하철 1호선이다. 70년대 이래로 도시공간은 예술작품의 주류적인 소재로 자리잡는다. 도시 특유의 이미지 포착과 그 속에서의 경험적인 표출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인구의 도시집중화와 함께 욕망의 실현과 그 성취여부의 땅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도시공간을 다루는 작품들은 대개 도시공간 내에서의 삶의 조건과 타락상을 드러내는 양상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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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독일산과 국산-꼼꼼히 비교하며 읽기
지하철 1호선의 독일원작을 보자. 주인공 젊은 아가씨가 내일 일어나는 일을 오는 아는 단조로운 지방 소도시의 생활에서 탈출해 새벽 6시 14분 서베를린의 중앙역인 동물원 역에 내리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자기의 고향마을에서 공연을 가졌던 록 밴드의 가수와 사랑에 빠져 아기를 갖게 된 그녀는 미래의 아기아빠를 찾고 대도시의 분주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자 그의 애인이 산다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상경한다. 지하철 1호선에서 그녀는 알코올중독자 건달 실업자 연금생활자 과부 터어키 노동자 가출청소년 불법체류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한국판 버전과 동일하다. 이 연극의 이야기 구조는 적어도 분단과 통일이라는 동일한 숙제를 안고 살아왔던 두 나라의 문화적인 길항작용과 공시적인 표피성의 일치를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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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에는 94년초연때와 마찬가지로 연변처녀 ‘선녀’를 내세웠다. 요즘들어 연변 조선족에 의한 테러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초연때나 지금이나, 연변이란 이름은 역시 성공의 동인이지 싶다. 독일적 상황을 한국에 이식하면서 그는 여러가지 연극적인 소품들을 바꾼다. 초연에서 운동권 출신의 인물 ‘안경’이 가짜 운동권으로 바뀐데서 알수 있듯이 그는 여러가지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변용이다. IMF라는 정신적인 트로마상태를 경험했던 우리들을 연극속에서 다시 보여주기도 하고, 해외공연을 염두에 둔 것인지 영문자막까지 처리했다. 경쾌한 춤과 음악,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물량공세와는 다른 독일식 레뷔 연극답게 작은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