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연극 세일럼의 마녀-마녀사냥 테마를 다룬 원조 작품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S#1-내가 '시련'을 잊지 못하는 이유
아마도 2년전이었을 겁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는 드라마 팀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 팀의 멤버였구요.큰 교회라서 드라마팀을 구성하는 멤버들이 꽤 내실있게 구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멤버로는 최근에 반칙왕과 비천무에 출연한 김수로씨,분장사로 일하는 종숙,저,그리고 프로듀서와 뮤지컬배우등....

나름대로 연기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연극을 통한 선교의 꿈을 가지고 살았지요. 그때 하기로 마음먹었던 연극이 바로 아더 밀러의 '시련'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세일럼의 마녀들'이란 제목으로 먼저 번역이 되었다가 이윤철 선생님이 '시련'으로 다시 번역했죠. 물론 영화판도 있구요. 부활절날 이 연극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드라마 투르기 작업을 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맡은 역은 페리스 목사였습니다.기대에 부풀어 연습에 몰입했는데 문제는 교회 내에서 일어났습니다.

교회에서 이 연극의 대본을 읽더니 "교인들에게 다소 안좋은 영향을 줄수도 있으니 중지하라"라는 것이었습니다.내용상 이교도와 마녀의 문제, 그리고 이기적인 목사의 모습들이 나오니 결코 부드럽게만 넘어갈수 없는 모양이었나 봅니다. 결국 이 연극은 막에 오르지 못했습니다......꽤 이제는 시간이 지난 추억이지만요.....

S#2-'세일럼의 마녀를 읽기 위해서'
'시련'의 작가 아더밀러는 테네시 윌리암스와 함께 현대 미국 연극의 중요한 두 극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더 밀러의 다른 작품들 가령 '세일즈 맨의 죽음'이나 '모두가 내 아들' '모르강 산에서 내려오다' 등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그는 입센의 사실주의적 연극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서 알려져 있지요. 현대 미국사회의 물신주의와 자본주의와 인간의 소외에 대한 그의 연극적인 해석은 전통적인 비극개념의 중심을 허물고 보통서민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그러한 극을 저술하게 됩니다.

 


1947년 그는 '보통사람과 비극'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평민도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자신의 연극적인 비전을 글을 통해 표현하게 되지요.

 

당시 1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통해 미국은 사회적인 카오스 상태 즉 혼란의 심미기에 접어들고 있었고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는 자유주의 사상이 태동하고 있었습니다.

중국대륙이 공산주의의 손에 넘어가고 러시아는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민주주의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국제적 상황속에서 자신의 국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과 마르크스주의의 등장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죠.

1947년 미국의 상원의원 요세프 맥카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민특위는 이러한 공산주의에 대한 미국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었구요. 이러한 공산당 색출작업에서 아더밀러는 자유주의적인 사상에 젖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소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카시즘은 공산주의로 부터 국가를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정적을 빨갱이로 몰아붙여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시도였습니다. 아더밀러는 이러한 정치적 마녀사냥을 탄핵하기 위해서 중세의 종교적 마녀사냥을 주제로 한 '시련'-세일럼의 마녀들-을 1953년 저술하게 됩니다.

 


S#3 세일럼의 마녀들-정치적으로 읽기
이 극의 공간적인 배경은 뉴잉글랜드 메사추세츠 세일럼입니다. 이곳은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신대륙에 이주하여 설립한 작은 지역 공동체로서 세운지 40여년이 채 못된 소촌이죠. 이곳은 마치 퀘이커 교도들이 주거지처럼 '쾌락의 금지'와 휴일조차도 기도로 채우는 그러한 청교도적인 전통의 마을입니다.

그나마 유일한 낙이 있다면 새로운 이주민이 마을에 들어오면 '지붕을 올리는 절차'를 통해 작은 파티를 여는 것이고 아마도 여기에서 다소 강한 '사과주'가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다고, 그 당시의 서간들을 통해서 유추해 볼수 있다고 합니다.

 

성탄절도 지내지 않는 금욕주의와 엄격한 정의감의 도시였다고 아더밀러는 자신의 작품후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서부의 말단에 붙어 있었던 이 마을 사람들은 인디언으로 부터 잦은 약탈과 학살을 경험해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세일럼의 사람들은 이러한 인디언들을 상대로 전도와 포교 활동을 했고 페리스 목사의 교구에는 개종한 몇몇 인디언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의 포교가 실패로 끝나야 했다는 점에 대해 종교적인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서부의 원시림은 악마가 존재하는 장소였고 마지막 사탄이 자리잡은 곳이였으며 이곳에서 춤을 추는 것은 이교도적인 것으로 간주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종교적인 죄책감과 패배감에 젖어 있었고 이러한 감정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그들은 '2인으로 구성된 순찰대'를 주일에 기동시킴으로서 주일성수를 하지 않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소하고 비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일럼은 일종의 신정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비평가 리차드 클리프는 다음과 같이 그들의 마녀 사냥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The Witch-Hunt was not however a mere repression. It was a long overdue opportunity for everyone so inclined to express their sins and guilty under the cover of accusation against victims"

즉 마녀 색출작업이라는 사건을 통하여 자신들의 비행과 죄악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형태로서 발산시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일럼에서 일어나는 마녀사냥의 배후에는 각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자기자신과 관련이 있을때는 이기성을 드러내어 사건진상을 호도하게 만듭니다.



결국 아서밀러는 '시련'-세일럼의 마녀들-을 통해서 세일럼 주민들로 대치된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모습과 종교적 혹은 정치적인 집단에 의한 독단적 이기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지요.

특히 작품에서 페리스 목사의 위태한 자리고수,푸트남 부부의 토지와 권력에 대한 욕심,헤일 목사의 학문에 대한 과신,아미가일의 프록터에 대한 욕망과 집착,엘리자베스의 신앙의 결백성,재판관 댄포스와 하쓰온의 오만함과 편견 등 마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오출되는 것들은 모두 평소에 품었던 원한과 욕심과 질시이며 세일럼은 이기주의적인 인간상의 집합체가 된것입니다.

따라서 밀러는 '시련'을 통하여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기본구조로 하여 그 사회속에서 행동하는 각 개인의 이기성과 신권 사회의 편협한 독단성에 의해 희생되어 지는 인물들을 다룸으로써 근본적인 인간의 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프록터를 자기 중심적 사고를 극복하고 양심을 지킨 궁극적인 의미의 승리자로 만들고 있음을 볼때 이 작품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음을 알수 있지요.

 

S#4-마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 글은 제가 극을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논문들을 읽고 정리해서 쓴 것입니다. 사실상 이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한것은 이 극에서 보여주는 마녀 사냥의 논리라는 것이 현대에서도 그대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사실은 개인적인 욕망과 추악하고 더러운 감성을 회색빛 커튼으로 감춘채 그렇게 자유롭고 저항적인 힘들을 가로막고 파괴하는 그러한 모습들과 우리들은 마주치게 됩니다.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 특히 소장파 지식인들과 페미니스트 그리고 성적 소수자들은 바로 이러한 잣대에 의해서 평가받기 쉽고 그들은 다수의 안온한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파괴당하도록 버려집니다.

예전에 탈무드에서 읽은 어떤 구절이 생각납니다.
남들이 다 앉을때 서있으면 안된다는...그런 구절. 아직까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 혹은 간과하고 있거나 너무나도 내 편의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불평등과 또 다른 상처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프록터의 마지막 대사
'그건 내 이름이니까요'.....우리들은 찾아야 합니다. 어느것과도 환원되지 않는 우리들의 존재와 이름을......

우리 사회에 있는 아름다운 마녀들을 위해....
이제는 더이상 우리의 죄책감과 무력감을 상쇄하기 위해 그들을 목매달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며 오늘의 재미없는(?)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