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Heroes of Light and Shadow
오늘은 오랜만에 초상사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이 칼럼을 시작하고 나서 캐나다의 사진작가 크리스 버크의 사진세계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인물만을 포착하는것. 얼굴속에 담겨진 수많은 내면의 목소리를 포용하고 렌즈로 그려내는 작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듯 합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바로 이성과 감성의 렌즈로 삶의 진실을 포착해온 사진의 거장. 또 다른 캐네디언 작가 유세프 칼쉬의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의 사진은 비평가 자넷 예이츠가 '빛과 어둠의 영웅들' 이라고 설명했던 것처럼 자신이 포착하는 모든 대상을 자신만의 탁월한 조명효과를 이용해 인물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킵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유명인사들, 정치가나 예술가들을 그려내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은 오늘날까지 그를 거장의 반열에 위치시켜 왔습니다.
S#2-Portrait with Light
유세프 칼쉬는 1941년 포토 저널리즘 잡지였던 '라이프'지의 1941년 그 유명한 '영국의 불독 윈스턴 처칠'경의 초상사진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위에 보이는 처칠경의 사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그는 당대의 유명인사들을 포착하고 찍어왔습니다. 칼쉬가 강조한 것은 인물과 사진이 중첩되어 표현되는 맥락이었습니다. 항상 포착되는 실제 대상들이 활동하는 영역속에서 그들을 그려내는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의 섬세한 조명능력은 사진의 풍성한 질감과 명징성, 무엇보다도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초상사진은 대상의 본래적 개성과 그가 점유하고 있는 사회적인 명성과 공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중첩시킴으로서 '내면의 힘을 드러내고 강인하고 끈질긴 정신을 이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아래의 두장의 사진은 바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와 프랑스의 찰스 드골 장군을 찍은 것입니다
S#3-Dialectics of Light & Shadow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의 '우화의 강' 전편
위의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아이젠하워 대통령,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1951년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입니다.
그의 사진을 읽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마종기 시인의 글처럼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는 이 표현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실제로 칼쉬는 자신의 인물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In a successful portrait sitting the photographer must prepare by learning as much as he can about his subject so that immediate rapport will hopefully be realized, for the heart and the mind are the true lens of the camera."
성공적인 초상사진을 찍기 위해서 작가는 자신의 대상에 대해서 할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힘으로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통해서만 즉각적인 공감의 빛이 실현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은 카메라의 진정한 렌즈와 같은 것이다. 라고 말이죠. 우리시대의 의사소통들이 너무나도 편린화 되고 전문화 되어 가는 나머지 실제 대화속에서 조차도 대상의 이해가 어려워지는 지금. 타자를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우리들에게 '공감'이란 얼마나 매력적인 말이 되어 가고 있습니까?
가난때문에 의사의 꿈을 접고 사진가가 된 남자. 만남의 미학을 알고 그 만남이 빚어내는 사람의 물길을 빛과 어둠의 탁월한 감각으로 그려낸 사람. 유세프 칼쉬의 사진에는 바로 이러한 사람이라는 섬들 사이를 연결하는 빛의 가교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배웁니다. 공감을 위해서 지식이 아닌 지혜를 구하며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헐고,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이면의 상처를 학습하고 이것을 감싸는 용기를 배우는 우리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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