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유쾌하게 자살하는 방법

패션 큐레이터 2004. 1. 22. 21:39

S#1-Reflection on Suicide

 

사진 읽어주는 남자가 이번에 고른 주제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자살'이라는 테마입니다. 어제 우연히 다움 이슈토론에 들어갔더니 한국의 자살율이 OECD국가중 5위이고, 전국적으로 하루평균 19명의 사람이 자살을 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고선 이번 칼럼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이제 더이상 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풍경에서 빚어지는 일이 아니며 사회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러한 자살이라는 사회학적 현상에 대해서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는 사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의 사진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자살방식(?)'에 대한 다소 도발적이고도 즐거운 몽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S#2-Bill Thomas-Hilarious Landscape of Suicide

 

"우리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이란 예술이란 우회로를 통해 상처를 복원하는 여행을 떠나는 일뿐, 두세가지의 단순하고 위대한 이미지 만이 우리의 마음에 다가갈수 있을 뿐" -알베르 카뮈-

 

내셔널 지오그래픽상에 빛나는 풍경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빌 토마스가 1990년대 초엽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자살'이라는 테마의 사진연작을 보면서 우리는 그가 그려내는 유쾌한 포착의 순간에 주목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삶이란 장구의 여행을 마무리 하는 일. 알베르 카뮈의 말은 그로 하여금 이러한 개인적 상처와 그것을 둘러싼 사회의 일면들을 바라보는 작업에 착수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59년 그가 초등학교 학생이던 시절 어느 정신병자가 던진 폭탄으로 인해 5명의 친구를 잃었던 경험이 있었던 빌은 학교측으로 부터 '묵인'할것을 강요당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가슴깊이 패어진 심리적인 상흔에 대해 학교측은 철저하게 무시했고 대외 이미지 유지를 위해 모든 인터뷰에 대해 '부인'하도록 거대한 음모론의 일원이 되도록 강요당한 체험을 갖게 된것이죠.

 

 

그의 사진연작에 나오는 '자살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토스터기를 켠 상태에서 잠수하기''수면제를 복용한후 선텐침대에 눕기''시소위에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기''온몸에 가솔린을 뿌리고 나서 양초와 연결하기''야구공에 맞아서 죽기''무거운 돌을 매달고 바다속으로 잠수하기'이외에도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우리앞에 나타납니다. 어린시절의 사고를 통해 '죽음의 이미지'와 친숙하게 된 그는 사적 죽음을 부인하는 사회 문화적 태도들을 바라볼수 있게 되지요.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가 말하는 '금지된 죽음'이라는 주제, 즉 자살에 대해서 사진적인 몽상을 하기 시작하게 된거죠. 그가 자살이라고 하는 사회학적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아이러니 하고 그 안에 깊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들을 삽입하고 연출하는 것입니다.

 

S#3-Looking Suicide Awry

 

이번 주제들을 다루면서 예전에 읽어보았던 사회학의 명저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을 한번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는 자살의 세가지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서로 다른 가치 규범이 뒤섞여 있는 사회, 급격한 변동의 와중에 있는 사회에서 아노미적 자살이 보다 자주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공통의 가치 규범에 의해 비교적 강하게 통합되어 있는 사회일수록 자살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자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고 결국 자살은 사회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 현상이라고 결론내리고 있지요. 최근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자살의 방식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통합이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아노미적 자살'의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는 '빛이 우리에게 비참한 삶의 현실을 비추어 준다는 이유 만으로 햇살을 바라보기를 두려워 해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빌 토마스는 그의 연작에서 죽음에 대한 상반된 시각들, 가령 자기긍정과 파괴적인 행동, 죽음의 부인과 인정,과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웃음이라고 하는 은막위에서 펼쳐보입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유모어는 우리 자신의 어두운 일면에 접근하는 유쾌한 장치이며 삶을 긍정하게 하는 복원의 힘을 발견하게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IMF이후로 한국사회에 자살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버려진 사람들,무분별한 소비가 빚어낸 카드빚,구타에 의한 아내의 자살등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상실해 가고 있는 중심의 힘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스스로 삶의 중심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발견해 가는 과정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우리는 웃음을 찾기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행복하세요.

[출처]뮤크박스 Paint My Love

오늘 들으시는 곡은 마이클 런스 투 락의 '페인트 마이 러브'입니다. 사진이란게 빛으로 그려내는 그림이란 뜻이란거 알고 계시죠? 우리 안에 계신 분이 보여주시는 그 사랑으로 이 세상 가득하게 활짝 웃으며 한번 멋지게 한편의 그림을 그릴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래봅니다. 행복하세요.

김홍기의 사진읽어 주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