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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다이어리 111-발에 관한 명상

패션 큐레이터 2003. 10. 30. 07:11


#1-Movement by Movement

오늘은 무용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크리스 내쉬의 사진세계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그의 작품세계를 한편의 칼럼에 다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록 그는 수없이 많은 무용사진 관련 전시회와 세계의 유수 무용단의 후원아래 율동의 결정적 순간들을 담아온 작가입니다. 오늘 주로 선 보이는 이미지는 영국에서 최근에 열린 사진 전시회 'Glance at the Toe'에서 발췌하여 보았습니다.

 


#2-Shadowing the Tiptoe


1958년 영국 도버에서 출생하여 순수미술을 전공했던 내쉬는 졸업후 포르레이트 사진을 찍다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무용사진에 뛰어들게 됩니다. 지금까지 30회가 넘는 전시회와 '타임아웃'상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현대 영국사진계에서 무용이란 장르에 관해서 만큼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 'Glance at the Toe' 전시회도 세계의 유수한 무용단과의 긴밀한 호흡을 통해 이루어진 최근의 프로젝트죠. 



아래의 사진은 베들렌 댄스 컴퍼니의 대표 안무가인 야셀 플렉서의 'Bread'란 소품을 찍은 것입니다. 율동과 움직임 위로 내려오는 빛의 상호작용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네요. '생명의 양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 반응의 방식을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현대무용작품이라 다소 추상성을 띠는 것을 피할수는 없구요.


#3-Heterospective


아래 작품은 미국의 안무가인 마이클 클라크의 '이질적인 세계'란 소품을 내쉬가 포착한 작품입니다. 나름대로 그의 작품속에 드러난 특징들은 중력에 맞닿아 있는 인간의 발에 대한 명상적인 포착입니다. 그는 사진을 통해 대상을 포착하기 보다는 대상을 안무(choreography)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발은 발바닥이 있으므로 발이다 / 바닥에서 벗어나는 일체의 발의 기능은 폭력이다 / 밟히지 않은 눈()은 / 끝까지 남는 순수. 밟히지 않은 영혼은 / 무한히 열려 있는 느낌의 출구. 함부로 짓밟고 갈 발이 없는 곳에서 / 모든 존재의 의미는 완전히 남는다. 발이 없으므로 / 오히려 수직의 비상을 꿈꾸는 나무들을 보라. 발이 없으므로 / 오히려 사라짐의 순간까지 비상하는 불꽃들을 보라 / 발이 있으므로 그대 자유는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한 켠 / 
발이 있으므로 그대 꿈은 언제나 다스리지 / 못할지 욕망의 한켠 발이 있으므로 / 그대 절망은 언제나 되돌아가야 할 욕망의 한 켠 마침내 그대 발 아래 밟힌 것들이 / 바닥이 되고 발바닥이 되어 그대를 되밟을 지니 / 그대 발을 버려라 아니면 늘 발이 있음을 경계하라


임두고 시인의 '발에 관한 명상' 중에서



아래의 작품은 '프레스코' 란 연작 중에서 골랐습니다. 작품 제목 답게 전면에 보여지는 화려하고 명징하고 밝은 이미지가 원색과 혼합매체의 만남 속에서 오롯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이미지들의 칵테일이라고 표현될 만큼 그는 안무가들이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위해 작품제작의 절반 이상을 안무가와의 대화로 채운다고 합니다. 그는 최근의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근 안무가들의 세계를 이해할수 있도록 해주는 창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리스 내쉬의 작품에서 보는 이 수많은 발들 가운데 당신의 발은 어떤 것입니까? 현실에 맞닿은 채 땀과 노력으로 쩔어 있는 당신의  발을 씻기는 내 안에 계신 분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많이 그립습니다. 행복하세요.  사업가에게 발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그 발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