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예쁜 영화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본지도 참 오래 되었지 싶다.
대학 4학년 영화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
생애 처음으로 만들었던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죽음을 앞둔 사진사와 교통 순찰 공무원의
한정된 시간속의 슬픈 사랑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허진호 감독의 영상을 좋아하는 내게 또 한편의 영화가
그렇게 다가왔다....따스한 봄날의 제목을 가졌던 한편의 영화
물론 영화는 봄의 초록빛보다는 시간 속에서 점점 갈색빛으로 변해가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봄날은 간다'
그들은 말했다...."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던 어느날....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그렇게 떠났다....
그 사람이 떠나던 날....일방적인 전화통보가 있던 날
내가 다니던 UBC의 교정에는 목련꽃의 꽃비가 내렸고...난 그 속을 걷고 있었다
아마도 울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하는 드라마를
최루성 드라마 혹은 신파조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아는가? 그 신파앞에 울수 있다는건
여전히 우리에게 영화속에 등장하는 그 실제의 사랑이 결코 우리에게
우원한 거리에 놓여있는 어떤 실체가 아니라
다시 한번쯤 추억의 앨범..이제는 빛바랜 그런 흔적의
상처 속에서 발견할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이 영화를 보러 가는날.....
새로운 하늘이 열렸다는 날,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와
그 생존의 장이 반영된듯한 그림자가 하늘 속에 투영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촌스런 데이트를 하고 있었던 나는 창덕궁을 갔다.
정오를 건너 여우비가 내리던 그때.....집에서 챙겨오지 못한 우산때문에
속이 상했고.....사랑하는 내 친구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프린팅된
파스텔 톤의 우산을 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허진호 감독이 이야기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대한
작은 실화에 기초한 대답을 준비한다. 이미 실재했던 이야기를
스토리의 중심부 심층에 새겨놓음으로써 여전히 사랑에 대한 변하지 않는
믿음과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서른 여섯살 노총각에게 찾아온 순정의 사랑.....
하지만 그 사랑은 단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란 프리즘 속에
용해된 푸른빛의 용매제를 다시 한번 햇살아래 곱게 말려서
그 빛깔의 알갱이들을 건져 올리는 작업을 한다.
모든 연인은 독사에 물린 사람과 흡사하다.
너무도 아픈 나머지 그런 일을 겪은 사람 말고는 아무에게도 들려주기를 꺼려한다.
달콤한 사랑의 이면속에는 또 다른 고통이
숨쉬고 있다. 숨을 쉬는 순간에도 나는 그 고통을 즐긴다.
내게 주어진 운명이므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 ... 그녀의 모습... 그녀의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빰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브라우닝의 시를 읽는 늦은 밤이.....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올해....아직 남이 있는 시간의 궤적들
이 속에서 여전히 희망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잠재태를....
꼭 깨우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본다.....
나의 선샤인은 어디에 있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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