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어 둔 글을 쓸때의 심정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초등학생이 이미 자정의 시간이 넘은
때 내일 가져갈 숙제를 미처 하지 않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8월말 부터 9월 10일까지
모스크바 모터쇼와 베를린 IFA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음향기기 회사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크 푸르트와 쾰른에도 다녀왔구요.
모스크바에 도착한 첫날의 기억을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함께 갔던 과장님이 저희 회사 제품 샘플을 가지고 갔는데
세관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입을 금지하더군요.
과장님 이야기로는 러시아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면서 이때를 위해 여유의 달러를 준비해서 온다고 하더군요.
200불이란 적지 않은 돈을 주어야 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던지.....
제가 생각하던 영화속의 모스크바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오터쇼가 열린 컨센션 센터에서 여러 브랜드의 자동차들을
구경하면서 또한 여기에서도 자동차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과 만남이라는 화두를 확인합니다.
이 차가왔던 동토의 땅에서도 열심히 파종된 기술의 씨앗을
거두기 시작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요즘 러시아 시장을 둘러싸고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노력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현대와 기아 자동차의 부스 규모가 어마어마 하지요.
차량용 멀티미디어 산업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이 사업에 뛰어든지도 이제 3년차에 곧 접어듭니다.
여전히 무지하고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많음을 발견합니다.
특히나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분야는
소비가전과 정보통신, 방송, 자동차 산업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수익을 만들어 내는 사업이기에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위험은 어디에도 산재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인파들과
새롭게 편성되고 혹은 허물어 지고 있는 모스크바의 풍경은
역시 이곳에도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속에 용해된다"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노트 서장을 기억하게 합니다.
자본의 아름다운 힘들이 서서히 잠식해가는
동유럽의 사회적 생산양식들이 새롭게 디지털의 힘과 함께
그려져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터쇼가 끝나고 러시아의 주요 바이어를 만나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우크라이나 전통식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식당의 분위기와 실내 장식들이
우크라이나 지방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당 익스테리어에서 보는
모크스바의 하늘은 참 맑고 고왔습니다.
어디를 가든 이 하늘 아래 고운 백성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우크라이나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놀란것은
그들또한 우설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설을 먹는것은 한국과 일본사람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특미라고 하더군요.
호텔에 들어와 해가 질 무렵
호텔 부근의 숲을 통해 모스크바 대학이 있는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왠지모를 침울함이 일련의 정조로 느껴지는 곳
적어도 제겐 그랬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도 않고
뭔가 꼭 감추고 있는듯 한 느낌을 참 많이 받게한 곳이지요.
많은 기대와 많은 생각들을 동시에 하게 한곳이기도 합니다.
모스크바는 그래서 참 많은 기억이
새롭게 제 안에서 만들어 지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가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나도 빠른 진화의 속도에
제 자신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할까 뭇내 두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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