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딸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피아노가 있는 풍경

패션 큐레이터 2005. 6. 2. 10:30

 

 

다영이에게......

아빠는 지금 중국의 심천에 와있다. IT 와 제조업이 결합된 이곳에서는

향후 한국의 소비가전 산업을 잠식할 만한 도시의 면모들을 가지고 있단다.

오늘은 프랑스의 한 신예작가의 일러스트 소품을 보면서 살포시 웃어보았다.

네가 며칠전 피아노가 치기 싫다고 아빠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안다.

물론 콩쿨 준비하느라, 학교 공부하느라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빠는 초등학교 2학년때 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아빠의 방 한가운데를 가득 메우고 있던

야마하 피아노....암갈색 피아노가 아주 예뻤었다. 그 흔한 체르니 40번을 마치고

이후에 들어가는 많은 소품곡들과 손 연습을 위한 수많은 콩나물들을

무침삼아 열심히 먹곤 했단다.

 

 

 

 

 

할머니는 아빠를 위해서 항상 피아노 옆에

우윳빛과 연보라빛의 꽃들을 가득히 메워주시곤 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할머니께 이 아빠가 죄송해 하는 것이

나 또한 지금 우리 딸이 겪는 어려움을 겪었고 나는 거기서 중도하차를 했다는 점이야.

예전에 피아노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피아노 연습하는게 싫을때는 잠깐 쉬는 것도 좋다며 한 일주일 쉬라고 하셨어"

 

지금은 콩쿨 준비하느라 이러한 망중한이 허락되진 않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딸에게 즐거운 만화책을 한번 일독 하기를 권해본다.

일본 작가 니노미아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란 만화야.

이 만화에는 클래식 음악학원을 배경으로 음악천재인 남자주인공 치다키와

그를 사랑하는 노다메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펼쳐진다.

 

일독을 하면 그 섬세한 유모로 인해 눈물이 날지도 모르지......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좌절들을 이 만화는 아주 예쁘게 그려낸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성장을 음악을 통해 이루어내지.

 

 

 

제임스 맥닐 휘슬러 <피아노 앞에서>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

 

제임스 맥닐 휘슬러가 그린 그림 속 엄마와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풍경이 정겹다

휘슬러는 인상주의와 직접적인 연결을 맺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그림 속엔 당대 친구였던 마네의 영향으로

여전히 따스한 인상주의의 영향들이 녹아 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피아노 치는 남자>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아마 우리 다영이가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도 이 그림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하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생각하고

결국은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 곧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다영이를 위해 기도하는 아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일 거라 믿는다.

 

이화 콩쿨 날짜에 맞추어 한국에 들어가려고 한다.

엄마에겐 네가 그때 입을 드레스의 초안을 그려 재단을 하는 친구에게 보내라고

일러두었다. 우리 다영이는 목이 가늘고 어깨가 작아서 이런 점들을 보완해서

그려보았다.

 

그럼 건강하게 초여름의 햇살아래 환희 웃는 내 딸이 되길......

 

심천에서 아빠가 2005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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