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아.....
이제 완연한 여름기운으로 이곳은 푹푹지는 듯 해.
이제는 연두빛을 넘어, 진한 청록과 인디언 블루빛의 숲들이
아빠가 묵고 있는 숙소 주변에 가득하다.
저번에 보낸 르네상스 이야기가 그다지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오늘은 잼있는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한다.
너도 알겠지만 아빠는 지금의 일을 하기전 패션분야에서 일을 했었단다.
그 당시 취미삼아 '복식사'에 관계된, 그러니깐 옷의 역사란 뜻이다, 책들을
많이 읽곤 했었단다. 그래서 오늘은 문득 회화에 나타난 '여성복식'에 관해서
써보려고 한다.
아빠의 서재 가득 담겨있는 화집중, 역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가장 즐겨 찾아보곤 한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역시 아빠의 딸이 아니랄까봐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도 미술사를 한창 공부하던 초기, 역시 다가가기 쉬웠던
인상주의의 그림을 제일 좋아했다. 지나친 상징도 없고 규정도 없고, 도시와 풍경에 대한
화려한 색채와 인상에 기조하는 그 그림들이 아빠를 사로잡았지. 오늘은 그 인상주의 그림중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가지고 한번 이야기를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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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 도미에의
1885년작 "크리놀린 입은 여인의 겨울"이란 작품이다. 우선 리소그라프로 만들었던 판화작품
인것은 표면을 보고 알았으리라 생각하고, 그는 무엇보다도 풍자화와 커리커쳐로 유명한
작가인것은 너도 한번쯤 들었으리라 기억된다.
이 그림에는 크리놀린을 입은 귀족 부인이 눈오는 겨울 파리의 시내를 지나가고
그 뒤에는 다소 앙상하게 마른 늙은 노파가 거리의 눈을 치우는 장면이다.
우선 크리놀린이 주는 풍성한 여성미와 대비되는 노인의 깡마른 체구가
눈에 들어오지?
1850년대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하우스만 남작에게
파리 전체를 리모델링...그러니까 새롭게 개조하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 이 그림은 이러한 당시
의 모습을 아련하게 잡아낸 작품이야. 다영아,며칠 전이었나. 텔레비젼에서 사람들이 막 울고
해서 '저 사람들 왜 저렇게 울어' 하고 물었었지?' 그건 철거민촌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공무원들이 와서 막 행패부리고 나가라고 내�는 거엿다고 기억한다.
어느 시대든,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건축한다는 것은 말이 이뻐 도시의 리뉴얼이니, 리 모델링
이니 하는 것이지, 이건 다시 말하면 도시 내에 산재해 있는 가난한 극빈층이나 혹은 저소득층
민중들을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이주시킨다는 말과 그리 다를바가 없다.
이 당시 1859년대 황제의 명령속에 이루어진 도시의 재개발도 이러한 맥락과 그리 다르지 않다.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를 빼았긴다는 것은, 그 곳에서 이루어졌던 모든 역사를 지워야 한다
는 말이고, 그들의 삶의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말이니까.
부자인데다, 귀부인인 저 페티코트의 여인이
가난한 노파의 저 빗자루질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을까에 대해선 참 의문이구나.
어느 시대건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풂의 원리' '나눔의 희망'은 어느 사회든 있었고 지금도 우리에게 여전히
가능성을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지.
우리는 후자의 사람들이 되자꾸나.
그러고 보니 우리 다영이를 얻은것도 겨울이구나.....아빠도 겨울생인데
우리 예쁜 딸.....콩쿨 준비 잘하고 그때 보자꾸나.
여름의 초입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어귀 마을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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