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디지털 컨버전스-새로운 시작

패션 큐레이터 2005. 4. 23. 09:43

 

 

디지털 컨버전스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큰 흐름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개별 기업들은 컨버전스의 근간이 될 고객 접점 확보, 플랫폼을 통한 기반 기술 강화, 제휴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충 등과 같은 전략 방향을 통해 그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개별 산업들이 융합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음성, 데이터, 영상과 같은 정보의 융합이나 방송, 통신,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의 융합, 컴퓨터, 통신, 정보가전과 같은 기기의 융합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텔레매틱스(Telematics)를 보면 이와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한 제조업의 발전 방향을 뚜렷이 살펴 볼 수 있다. 텔레매틱스는 이른바 20세기 자동차 기술과 21세기 이동통신 기술이 결합한 일종의 ‘퓨전(Fusion)서비스’로 9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개발이 시작됐다고 한다.

기업이 이와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태당하지 않기 위해서, 나아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실제로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파니의 분석에 따르면 텔레매틱스와 관련된 시장 규모는 2010년까지 연평균 30% 내외의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38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1990년대 들어 연평균 3% 이내의 저성장을 유지했으며, 1998년 이후에는 성장 속도가 1.5%를 넘지 못할 정도로 수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성장률이다.

이미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GM은 ‘온스타(OnStar)’라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의 개념을 단순히 ‘탈 것’에서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며 지난 5년간 16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바 있다. 또한 포드자동차의 윙케스트(Wingcast)와 어시스트(Assist),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텔레에이드(TeleAid), 도요타의 모넷(MoNet), 푸조-시트로엥의 와피(Wappi!) 등과 같이 거의 모든 경쟁 업체들 역시 텔레매틱스 사업의 활성화를 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컨버전스를 통한 영역 파괴 현상에 대응한 기업의 대응 전략은 어떠한가. 국내외 기업의 트랜드를 분석해 고객 접점의 확보, 플랫폼 리더십의 획득, 제휴를 통한 진입 장벽의 구축 등과 같은 3가지의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첫째, 기업들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컨버전스의 진행으로 융합을 통한 서비스 부분이 핵심 부가가치 창출 요소임을 인식하고 가치 사슬의 하류(downstream)인 고객 쪽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신 업계의 경우 가정과 네트워크를 잇는 최종 접점(Last 1 mile)에 대한 주도권 쟁탈을 위해 무선 통신, 유선 통신, 지상파 방송, 위성 방송, 유선 방송 업체간의 숨가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둘째, 융합의 핵이 될 플랫폼 리더십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컨버전스가 진행되더라도 개별 기술이나 서비스의 호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플랫폼의 존재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기, 스마트 폰, 쌍방향 TV 등에서 공용 기반인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단말기, 서버, 인터넷 서비스 등을 위한 플랫폼을 추구하는 MS의 ‘닷넷(Dot net)’전략이나, Java를 근간으로 한 개방형 플랫폼인 선(Sun)의 ‘원(One)’도 이와 같은 플랫폼 전략의 주요한 사례다.

셋째, 제휴를 통한 진입 장벽의 구축이다. 이는 산업·영역간의 경계를 허무는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MS가 스마트 폰을 위한 소프트웨어 판매를 시작하자 노키아가 기존 단말기 제조업체들간의 연합전선인 ‘심비안(Symbian)’이라는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컨소시엄의 회원사들이 노키아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키로 합의, MS의 시장 진입을 막은 것이다. 2003년 심비안 진영은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일단은 MS의 침입에 성공적인 방어막을 형성했다고 보여진다.

앞으로도 디지털 컨버전스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큰 흐름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개별 기업들은 컨버전스의 근간이 될 고객 접점 확보, 플랫폼을 통한 기반 기술 강화, 제휴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충 등과 같은 전략 방향을 통해 그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점도 분명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기능의 융합만으로는 결코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순한 결합은 결국 실패로 이어질 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된다는 말이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_ 남대일 LG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