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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특강 후기-멋진 청중은 강사를 성장시킨다

패션 큐레이터 2022. 11. 14. 15:48

삼성경제연구소의 독서모임 조찬강의를 끝냈습니다. 4회에 걸친 강의였지만 매 회 저는 최선을 다해야 했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듣는 분들이 뜨겁게 강의를 들어준다는 걸 첫 회에 알아차렸기 때문이에요. 이런 분들은 질문의 내용도 다릅니다. 저는 패션을 일종의 거대한 담론으로 보는 쪽이어서, 패션의 통찰력으로 사회와 기업, 경영전략과 같은 굵직한 의제들을 연결시키며 설명합니다. 

 

안타깝게도 일반대중강연에서는 이런 내용을 풀기가 어려워요. 패션이란 주제의 강의에 대한 선입견이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트렌드와 컬러, 실루엣, 연예인들의 옷차림, 스타일링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강의형태가 패션의 주류로 알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패션은 고도의 상품입니다. 그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읽고, 혹은 신규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전략가들에겐 일종의 '수익지대Profit Zone'입니다. 

 

수익지대는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라, 시대의 호흡에 맞추어 변화하기 때문에 이 변화의 본질과 소비자들의 행동을 함께 묶어서 설명할 때 조금식 그 속살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기업은 분석과 전략의 시행을 통해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함께 비행하는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기업은 함께 편대비행을 하는 철새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란 고객경험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기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 후 그 체험이 소비자 차원의 삶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패션은 항상 이런 전략들을 먼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사용해왔던 산업입니다. 명품산업을 다루고 그들의 전략적 함의를 읽는 것도 사실 이런 일환일 뿐입니다. 올해 경제단체를 위한 특강을 많이 다니네요. 전경련과 자본시장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말이에요. 복식사를 연구하면서 그 속에서 캐어낸 역사적 사실들을 시장상황에 대입해서 그들의 대응 전략들을 살펴보곤 했습니다. 이번 삼성경제연구소의 특강의 주 내용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심지어 추천까지 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하는 영상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4회에 걸쳐 저와 함께 해주신 분들의 라포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