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립고궁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18세기 조선시대의 화장문화와 화장품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이런 컨퍼런스를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었는데 주제가 가보지 않고는 힘든 테마였습니다. 코스메틱이잖아요. 향장문화는 항상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연구해온 분야입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쓴 이후 10년이 넘게 이 향장분야에 대한 유쾌하고 흥미로운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 매진했지요. 국내의 참고문헌이란 그 수준이 매우 조악하고 한국복식사 전공자들의 '조선시대의 화장법' 같은 책이나 논문도 너무 에피소드 중심이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향장을 한 시대를 스타일링하는 '강력한 철학'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화장 행위에 담긴 깊은 이면들을 봐야 하는데, 말 그대로 외양을 묘사하고 설명하는데 그친 것들이 많았죠. 이번 컨퍼런스에서 제가 듣고 싶었던 강의는 세계화장품학회의 학술위원장인 로레알의 프레드릭 르로이와 상해응용기술대학의 장완핑 교수의 18섹 중국화장품 발전의 역사, 폴라문화연구소의 무라타 타카코 씨의 18세기 일본의 화장품과 화장문화, 이렇게 3개를 듣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번 컨퍼런스는 19세기 조선시대 영조의 7번째 딸 화협옹주의 무덤에서 발굴된 화장품과 부장품들을 연구하며 확장된 계기로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당시의 화장품과 문화에 대해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긴 했습니다만, 향장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제 소감은 이런 고고학/미술사 연구들은 인문주의 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응용될 지점이 많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이야 자신의 연구가 기업에 인사이트를 주길 바라겠지만, 기업 내 연구소의 연구역량이 실제로는 개인 연구자보다 더 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선시대 색조화장과 기초화장의 성분을 분석해본들, 현재에 미치지도, 어떤 돌파구가 될 만한 재료의 발견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문학이나 관련 문헌들에서 발견한 화장품에 대한 생각이나 단상, 작업들을 가져와서 해석하는데 이 또한 협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소에서도 이런 인문서지적 작업들을 다 하거든요. 본인들만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이들이 많아서, 한 마디 해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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