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니어 모델 린다 라이트. 전직 모델이자 패션 에디터였던 그녀. 70년대 이후 파리에 살며 캐시미어 상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멋쟁이 시니어 스타일의 교본으로 자주 소개된다. 그녀의 SNS 타임라인은 파리지앵의 캐주얼 스타일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 프랑스인들에게 영감의 원천인 모로코의 전통시장 바자에서 골라낸 멋진 소품들이 옷과 함께 스타일링되어 있다.
빈티지 진에 캐시미어를 우아하게 연출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이성인 나 조차도 나도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50+ 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에 요즘 시니어 시크에 대한 연출과 생각들이 조금씩 발아하고 있는 것을 본다.
<옷장 속 인문학>에서 나는 꽤 많은 글을 이 시니어 시크에 할여했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캐시미어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하나의 복종을 잘 연출한다는 것은 옷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럴 때 좋은 역할 모델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본다. 파리에 그녀가 운영하는 크림슨 캐시미어 가게도 한번 들러볼 생각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녀가 연출하는 폰초와 진의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연스러운 것, 베어난다는 것은 그런 것일거다. 시크(Chic)라는 단어를 영어로 Nonchalance 태연함으로 옮기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계산하되,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 자신과 주변의 풍광에 어우러지는 것. 그것은 집요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묵직한 여행을 시작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리라. 요즘 겨울날씨가 매우 춥다. 예년에 비해 더욱 강도가 세진다. 캐시미어의 매력은 이런 계절적 요인 속에서 태어난다. 따스하되 가벼운 것, 부피가 큰 옷장 속 겨울옷과 비교되지 않는 기능적 장점이 있다.
게다가 내구성도 좋아서 형태가 쉽게 망가지지도 않고 세월이 지날수록 함기성도 더 좋아진다. 인간이 동물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최상의 재료 중 하나답다. 린다 라이트는 자기 자신의 캐시미어 라인을 운영하는 이 답게, 캐시미어와 연출될 수 있는 스타일링의 문법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모로코산 민속풍 무늬가 들어간 롱 스커트에 깔끔한 핑크나 붉은 계열의 캐시미어 스웨터 정도, 여기에 눈에 딱 띠는 대담한 주얼리 하나 정도만 한다. 과하지 않게, 절대로 튀려고 해선 안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겨울을 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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