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홍콩의 맛집 SOHOFAMA-이렇게 맛있는 샤오롱바오가 있다니

패션 큐레이터 2017. 10. 17. 00:11



홍콩과 마카오여행을 다녀왔다. 가족이 함께한 시간이다. 일에 지친 아내에게도 마음을 충전하는 계기가 된 여행이었다. 홍콩에서 돌아와 되돌아보니, 과거 사업할 때 그리도 자주 다녔고, 아트 바젤이나 미술 관련 비즈니스로 홍콩을 수없이 다녔어도 건성건성 알던 부분들이 명징해진 느낌이다. 가족과 함께 떠나 먹고 마시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정신의 보폭을 조율했다. 아내와 서아를 프레임 속에 담을 때 내 영혼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렇게 변해가는 내 자신이 좋다. 



홍콩의 쌈지길이라 할 수 있는 PMQ에 갔을 때, 허기진 아기를 위해 서둘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생각지 않게 좋은 맛집을 건진 느낌이다. 내가 아니어도 인스타에 쳐보니 이 가게의 메뉴들과 손님들이 올린 인상적인 샷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옆 자리에 앉은 외국인 커플을 따라, 음식을  시켰다. 그냥 맛나보여서였다. 추측은 운이 좋게 맞았다. 샤오롱바오는 돼지고기 육즙이 베어물면 추르르 따스하게 입가에 맴돌았고, 오징어 튀김은 여행하며 잘 먹질 못했던 서아도 잘 먹었다. 딤섬은 송로버섯을 얹은 것과 아닌 것 두 가지로 나뉜다. 매니저가 후자를 편하게 먹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사진도 건성으로 처음엔 찍었다가 바로 DSLR을 꺼냈다. 사진 속 축 쳐진 듯 늘어진 주머니에 육즙이 가득하다. 



오징어튀김은 옷을 적절하게 입혀서 튀겨내서 파삭함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레스토랑의 특징은 오가닉 재료를 특화시킨 것이고, 생물이든 야채든 싱싱했다. 고기와 싱싱한 유기농 계란을 토핑한 덮밥도 허기진 여행객에게 든든함을 주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시킨 코코넛 주스는 밋밋함 때문인지 아이는 먹질 못했고 내가 거의 다 마셨던 거 같다. 



저녁을 알렉상드라 하우스에 있는 중식당, 페이킹 가든에서 베이징덕을 거하게 먹을 예정이었기에 점심을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더 시켜보는건데 아쉽다. 인스타와 홈페이지를 보니, 다양한 음료와 탄탄면, 디저트도 하나같이 색감이 곱고 감미로와 보인다. 서아는 자기가 먹기 싫으면 '아빠먹어'만 외친다. 



먹는거 보다 옆 자리 멋진 영국 언니에게 반한듯, 왜 이렇게 꺄드르 웃어대던지. 서아가 사람들앞에서 의외로 부끄럼을 잘 타는데, 너무 잘 웃어서, 옆의 외국분에게 말해주었다. 제 딸이 너무 좋아하나보다고. 



소호파마는 최근 먹거리 트렌드의 유행이 된 Bring farm to table, 그러니까 현지 로컬 농법과 농장에서 만든 재료로 음식을 준비함으로써, 먹는 이들에겐 건강을, 농업 커뮤니티에는 지속가능한 삶의 유지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정신을 도입한 가게다. 가게 곳곳에 놓인 작은 화분들, 벽걸이로 만들어 놓은 빈 공간에는 그날 그날 먹을 야채들을 직접 키워서 제공한다. 



다음에 홍콩에 가면, 어차피 이곳에서 펼쳐질 다양한 문화 행사들의 참석을 위해 가야겠지만, 꼭 이곳에서 제대로 다양한 메뉴들을 시켜 먹고 싶다.  이날 우리가 갔던 날은 일본 관련 축제를 하고 있었다. 



일본식 길거리 음식도 몇 가지 먹어보고, 일본의 풍습이며 기모노를 입은 소녀들이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패션과 현대미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삶과 생의 다양한 풍경들을 읽어내는 내게, 언제부터인가 먹거리와 식습관, 좋은 관행을 만들어내는 음식점에 대한 관심들이 생긴다. 기회가 된다면 소호파마의 수석 쉐프인 Shing 을 한번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저 단지 위에서 자라나는 새싹들이 인간의 삶을 위해 주어진다는 것이 놀랍다. 패션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인간의 삶과 그 살이에 대한 연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삶이 자연과 적요한 생명의 순간들과 맞닿아 있으며, 이 접촉점에 대한 인지는 한 인간의 삶 속에서 투영시켜온 태도와 관점, 실천적 사유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지친 몸을 달래준 한 끼의 건강한 식사 때문에 이날 하루 마무리까지, 행복했던 것 같다. 여행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은 곱절로 커져간다.